전직 용병의 슬기로운 빙의 생활 06권
전직 용병의 슬기로운 빙의 생활 06권
전직 용병의 슬기로운 빙의 생활
06
화가많은
전직 용병의 슬기로운 빙의 생활 06권
차례
Chapter 01. 테러 - 2
Chapter 02. 청와대
Chapter 03. 개학
Chapter 04. 타쿠마 요시미치
Chapter 05. Game changer
전직 용병의 슬기로운 빙의 생활 06권
Chapter 01. 테러 - 2
테러 예정까지 2일.
국정원의 인원 소집은 꽤 이른 아침에 진행되었다.
소집 장소는 경기도 김포시 걸포동 외곽이었는데….
택시에서 내리자 시야에 들어온 건 오래된 건물의 한 변호사 사무실이었다.
“흐으으으암…. 무슨 작전 브리핑을 이렇게 후진 곳에서 하는 거지?”
입이 찢어지라 하품하던 차이량은 졸린 눈을 비비며 말했고 그 의견엔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였다.
오랜 시간 방치된 외벽 페인트는 이리저리 벗겨져 있었고 입구에 세워진 나무 간판마저도 해지고 해져 글씨를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으니.
“근데…. 사람이 꽤 되는 것 같은데?”
건물 앞 주차장에 줄지은 차량을 보며 데이븐이 말하자 그레이스가 대답했다.
“707특임대랑 13특임여단, CIA까지 오기로 했다며. 사람이 많을 수밖에.”
“맞슴다. 김정태 씨 말로는 직접 선별 과정을 거쳐서 별도의 팀으로 운용한다고 했슴다. CIA는 한국에 남아있던 분들로 팀을 구성했지 말임다.”
“결국 군인들도 T―VOX에 대해서 알게 되는구나….”
“그래도 국정원장님 라인이고 명예로움을 아는 분들이라고 했슴다. 정태 씨가 보증까지 선다고 했으니, 딱히 문제는 없을 것 같지 말임다.”
“저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우선, 들어가죠.”
이내 건물로 향하자 국정원 인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우리를 맞이했고 3층에 있는 사무실로 안내해 주었다.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빔프로젝터만 덩그러니 있는 그곳은 외관과 달리 상당히 깔끔한 분위기였다.
동시에 테이블에 앉아 서류를 확인하고 있던 국정원장의 시선이 우리에게로 향했다.
“빨리 왔군? 다들 잘 지냈나?”
“네. 다른 분들은요?”
“조금 기다리면 올 걸세. 먼저 온 인원들은 소지품 수거 중이거든.”
“소지품 수거요?”
“특임대랑, 특임여단이 합류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
“네.”
“그것 때문이야. 자네들이랑 국정원 인원 빼고는 전부 비밀 엄수의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니까. 그렇다고 너무 걱정은 말게. 의논해서 고심 끝에 추려낸 인원들이거든. 문제없을 거야.”
“입 무겁고 임무만 잘하면 됐죠 뭐. 그보다 CIA분들은 어떤 분들이에요?”
“다른 지역에서 개인 임무 하던 인원이야. T―VOX에 대해선 모르고, 만약 상황이 터지더라도 CIA 국장 측이 알아서 해결하기로 했으니 신경 안 써도 되네.”
“흠….”
“왜 그러나.”
“아니에요.”
일전에 있었던, 하르펜 생포의 지시가 내심 마음에 걸렸으나 딱히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런 식으로 계속 의심하면 끝도 없을 테니.
“아무튼 늦어도 20분 뒤면 브리핑 시작할 걸세. 앉아서들 쉬고 있어. 그리고 현성군, 자네는 잠시 나 좀 보지.”
이후 복도로 나를 데려온 국정원장은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차 키 하나를 건네주었다.
“저번에 말했던 거.”
“오…. 의외로 일처리가 빠르시네요?”
“이상하게도 폐차 직전의 차들보면 자네 아버지 차가 생각나지 뭔가. 그래서 조금 서둘렀네.”
“확실히, 진짜 폐차 같긴 했죠. 아, 그리고 또 부탁할 게 있는데요.”
“뭔가?”
“대통령께서 한 번 보자고 하셨잖아요.”
“그렇지?”
“그날, 개인적으로 한 시간만 일찍 만나볼 수도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네. 될 수 있으면 원장님도 같이 계시면 좋고요.”
“흐음…. 나는 상관없는데 대통령님이 될지…. 한 번 물어보지. 근데 그건 왜?”
“이유는 나중에 설명해드릴게요.”
“궁금하게 만들긴…. 알았어.”
이후 사무실에 앉아 기다리고 있자니 하나둘 다른 인원들이 도착했다.
개중엔 아프리카에 같이 투입되었던 국정원 인원들도 있었다.
“다들 잘 지내셨죠?”
“네. 몸은 어때요?”
“휴가가 절실한 요즘입니다. 하루하루 늙는 것 같아요.”
“아예 영원히 푹 쉬는 건 어때?”
“진짜요?! 사표 받아 주시는 겁니까?”
“에라이.”
차상진의 엄살에 국정원장이 말을 걸었으나 본전도 찾지 못했다.
그사이, 처음 보는 인원들이 들어왔는데…. 사복을 입고 있었으나 짧은 머리하며 까무잡잡한 피부까지, 군인 티가 나는 인원들이었다.
그들은 우리를 보며 간단한 눈인사를 건네더니 자리에 앉았다.
‘눈빛은 마음에 드네.’
또렷하다 못해 비장함까지 느껴지는 걸 보니 우려하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예상한 대로 국정원 인원들이 제일 많고…. 특임대랑 여단 사람들도 꽤 많네.’
인원들이 다 모였는지 사무실 불을 끈 김정태가 화면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주일간 전달 받은 자료가 있을 겁니다. 따라서 전체적인 설명은 간략히 하고 중요한 부분만 짚고 넘어가는 걸로 하겠습니다.”
“우선 경찰, 대통령 경호처, 국정원, CIA, 707특임대, 13 특임여단. 총 168명이 현장에 투입됩니다. T―VOX의 존재를 알고 있는 건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 36명뿐이고요. 비밀 엄수 조항에 다들 동의 하셨을 테니 각 팀장들은 팀원들의 숙지 상태를 다시 한번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삑―.
곧이어 리모컨을 누르자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송파구의 지도였다.
“첫번 째 장소는 송파구 올림픽로에 있는 JCC 컨벤션 센터입니다. 시각은 4시. VIP의 민생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고 최종적으로 확인된 관객 참여 수는 106명, 방송 관계자들은 21명입니다. VIP는 20분 전에 도착할 예정이며 저희는 18일 23시에 투입되어 19일 토론회 전까지 각 구역에서 현장 대기를 할 겁니다.”
“두 번째 장소는 JCC 컨벤션 센터에서 30분 거리인 잠실 실내 체육관입니다. 시각은 같은 날 6시, 아이돌 콘서트가 예정되어 있으며 콘서트 예상 관객 수는 11,032명이지만, 종합 운동장과 수영장, 야구장 등 주변 환경을 고려하면 추가 인명피해도 고려해야 합니다.”
삑―.
“테러는 1차와 2차, 그리고 3차까지 나누어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깔끔하게 정리된 PPT로 설명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제일 먼저 언급된 건 적들의 예상 투입 경로였는데….
1. 실험체를 태운 차량의 접근.
제일 기본적인 방법으로, 고층 건물이나 현장에 대기하고 있는 인원들에 의해 발각될 확률이 높은 수단이다.
2. 실험체를 지정된 장소에 사전 배치.
이건 발품을 팔거나 제보를 받는 수밖에 없었는데, 나와 차이량이 했던 것처럼 국정원과 군인들 측에서도 지속적으로 주변을 체크했다고 한다.
테러를 사전에 저지할 수도 있는 방법인 만큼 당연히 민생 토론회가 열리기 직전까지도 확인해봐야 할 요소였다.
‘주변에 한강이 있다지만….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
사람이 침투하는 거라면 모를까, 실험체가 강에서 육지로 올라와 침투하는 건 거의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다.
그 외에 진입로로서는 하수도가 있었지만 이것 역시 비효율적이니 감시 장비로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할 터.
당연히 놈들의 이용 경로는 지상뿐이다.
다음으로는 테러를 사전에 저지하지 못했을 경우가 언급되었다.
“상황 발생 시 실험체의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 사항입니다. 하지만 인명피해가 동시에 발생할 것 같은 경우 민간인 통제 및 대피, 이후 실험체 제압 순으로 대응하겠습니다.”
다음으론 VIP의 탈출 루트와 주요 시설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으며 이미 도면을 외워놓았던 터라 이해를 하는 것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변수로는 외부에서의 상황 발생이 있습니다. 테러 저지에 성공한다 해도, 도심 한복판에 실험체가 낙오되거나 출몰하면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겁니다.”
“따라서 테러 저지는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며 지속된 관측과 즉각적인 대응만이 실험체의 추가 노출과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작전의 전체적인 틀을 설명한 뒤엔 3D로 재구성된 현장 화면이 떠올랐다.
김정태는 각 팀의 배치와 임무를 제일 먼저 언급했고 상황에 따른 이동 방향, 대응 방법 등 1:1 수업을 하듯 상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이후 우리가 조사했던 저격 스팟과 실험체를 미리 배치할만한 장소를 공유했고 아르헨티나에서 겪었던 라든 놈들의 자살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설명 끝난 뒤엔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인원들의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으며 브리핑은 약 네 시간 만에 종료되었다.
“내일 21시까지 지정된 장소에서 물자 보급 완료하고 22시에 정해진 구역으로 투입, 23시부턴 현장 대기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상, 브리핑을 마치겠습니다.”
김정태의 브리핑이 끝나고 국정원장이 사무실의 불을 켜며 말했다.
“다들 수고했습니다. 내용은 한 번 더 숙지하고, 오환석 씨는 저 좀 따라오시죠.”
“옙. 현성 씨 먼저 가보겠슴다.”
“네. 내일 봬요.”
“어디 가는데?”
그레이스의 물음에 내가 답했다.
“무기 불출 받으러.”
“우리만 받는 거야?”
“아니. 그냥 개인 불출이라고 생각하면 돼. 여기서 민간인은 우리밖에 없으니까. 아마 원장님이 나름 편의를 봐주신 거겠지.”
그렇게 길고 긴 브리핑이 끝나고 일어나려던 찰나, 팀장으로 언급되었던 군인들이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707특임대 중사 한석효라고 합니다.”
“13 특임여단 중사 고철기입니다.”
“안녕하세요. 이현성이에요.”
순간 인사라도 하러 온 걸까 싶었지만 중사는 곧바로 본론을 꺼내놓았다.
“정태 씨 말로는 실험체와의 전투 경험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음…. 네. 왜요?”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해서요. 아무래도 이런 종류의 임무가 처음이다 보니, 팀장으로선 걱정이 많네요.”
그는 머쓱한 듯 말을 꺼냈으나 나는 그를 높이 평가했다.
자고로 목숨을 건 임무는 하나라도 더 알아야 생존율이 올라가니까.
쪽팔리거나 귀찮거나, 자존심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아는 만큼 살 구멍이 보이고 모르면 죽는 수밖에 없을 테니.
“그런 거면 언제든 환영이죠. 기본적인 건 들으셨죠?”
“예.”
군인들이 물꼬를 틀자 소수로 시작되었던 이야기 자리는 어느새 사무실 인원이 전부 몰려들 정도로 커졌다.
우리는 실험체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을 전부 말해주었고 늦은 오후가 돼서야 자리를 파할 수 있었다.
* * *
다음날.
어젯밤 이르게 잠들고서도 오전 내내 잠을 청했다.
오늘 저녁부터 현장 대기인만큼 밤을 새워야 하기 때문인데….
‘어후…. 허리야. 억지로 자는 것도 못 할 짓이네.’
21시쯤 부랴부랴 집을 나선 나는 오피스텔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