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용병의 슬기로운 빙의 생활 04권
전직 용병의 슬기로운 빙의 생활 04권
전직 용병의 슬기로운 빙의 생활
04
화가많은
전직 용병의 슬기로운 빙의 생활 04권
차례
Chapter 01. 보육원 - 2
Chapter 02. 독을 품은 사업가
Chapter 03. 실험
Chapter 04. 공조협상
Chapter 05. 한채영
Chapter 06. 준비
Chapter 07. 케냐
Chapter 08. bloody Island
Chapter 09. 우리 계산할 게 남았지?
Chapter 10. 주둔지 습격
전직 용병의 슬기로운 빙의 생활 04권
Chapter 01. 보육원 - 2
택시를 타고 오피스텔에 도착했을 때, 마중을 나와 있던 것은 데이븐과 그레이스였다.
“빨리 왔네.”
데이븐은 미리 챙겨온 나이프를 건네주었고, 나는 허리에 나이프를 채우며 둘을 번갈아 봤다.
“둘이 다시 붙은 거야?”
“…크흠, 대장 그 이야긴 나중에―”
“어. 내가 열심히 꼬시는 중이야.”
어물쩍 거리는 데이븐 대신 시원하게 대답을 내뱉는 그레이스.
“잘 됐네. 이놈 누가 데려가나 했는데.”
딱히 핀잔을 주거나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와 팀원들이 죽은 후, 데이븐은 누구보다 고독하게 지냈을 테니.
오히려 그레이스가 옆에 있다면 동료로서도 안심이었다.
“아무튼, 일단 움직이자.”
“차 없으면 조금만 기다려. 하터가 온다고 했으니까.”
“하터가?”
“급해 보이길래 일단 불렀어.”
그때 때마침 오피스텔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스타렉스 한 대.
빠―앙.
“어서 타.”
하터였다.
내부에는 산체스와 디에고까지 대기 중이었는데, 이미 인이어와 나이프를 착용한 상태였다.
“……몸이 근질근질하기라도 했나 봐?”
“평화로운 나라에 있으니까 좀이 쑤시네.”
“지랄, 휴전 국가라고 잔뜩 긴장할 땐 언제고.”
“큭큭. 티났냐?”
디에고와 산체스가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 오환석이 있는 곳을 내비에 찍어주자 하터가 물었다.
“여긴 어딘데?”
“보육원 근처.”
“보육원이라면…… 애들도 있는 거 아니야?”
핸들을 돌리던 그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그렇겠지.”
“흐음…… 영 느낌이 안 좋은데.”
“다짜고짜 사람 죽이러 가는 건 아니니까 너무 걱정 하지 마.”
그 말에 조수석에 있던 그레이스가 내게 물었다.
“하르펜은 이미 빠져나간 거야?”
“어. 그레고리가 쫓는 중이고.”
“그레고리를 믿고 있어야 한다니…… 쯧.”
혀를 찬 그레이스는 글로브박스에서 무전기와 인이어를 꺼내주었다.
“시카고에서 썼던 거잖아?”
“쓸만해 보이는 건 그냥 챙겨 뒀어. 되팔아도 돈도 얼마 안 될 것 같길래.”
“잘됐네.”
그렇게 무전기와 인이어까지 착용을 끝낸 나는 인원들에게 상황 설명을 해주었고 설명이 끝났을 때 데이븐이 물었다.
“결국엔 하드 케이스 안에 있는 내용물이 중요하다는 건데…… 그냥 현금다발이나 금 아니야? 하르펜이 재단 후원자라고 했잖아.”
“경호원까지 대동하고 직접 가져다주러 간다고? 부려 먹었으면 부려 먹었지 먼저 가서 접대하듯 돈을 건넬 양반은 아니야. 그것도 몇 달 전부터 약속을 잡아서 말이지.”
고연숙 이사장이랑 만나는 건 몇 달 전부터 계획된 거다.
당연히 하르펜은 나와 데이븐의 존재 자체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며 오환석이 병원에서부터 이사장을 쫓았으니 이사장은 유람선에도 타지 않은 것이 된다.
“하르펜이 한국에 도착하고 나서 이사장을 처음 만난 곳이야. 분명 이곳에 온 이유가 따로 있을 거야.”
“따로 짐작 가는 건?”
“그것까지는 글쎄…… 애초에 하르펜이 왜 보육원에 관심을 두는…….”
순간 예전에 강서준에게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정확히는 샌프란시스코 병원에서 본 걸 물어보려고 했을 때 들었던 통화내용이었다.
―…생체 실험이라고 해야 할까요. 주민들 수십 명이 연구시설에 갇혀 있는 걸 봤습니다. 나이는 노인부터 아이까지 다양했고…… 직접 죽는 것도 목격했어요.
‘설마 인체 실험을…… 보육원에서? 실험체가 나타나면 피해가 감당 안될텐데?’
자칫잘못하다간 오히려 실험체가 세상에 알려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뭐야? 왜 말을 하다 말아.”
“…아니야. 아무튼, 누구를 통해서 대신 보내면 안 되는 중요한 걸로만 추측하는 중이야.”
“흐음…… 그럼 그건 직접 확인해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고…… 도대체 하르펜 이 새끼는 무슨 생각이지? 기분이 너무 더러운데.”
데이븐의 중얼거림에 그레이스가 물었다.
“더럽다니?”
“대장이랑 내가 한국에 있는 걸 알고도 버젓이 움직이잖아. 놈이 보낸 잡놈도 죽였는데 경각심이 너무 없는 상태라는…….”
순간 말끝을 흐린 데이븐이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대장과 나를 개무시하는 거거나. 아님, 끌어들이는 걸 수도 있겠네.”
“어. 그레고리한테 전화 받았을 때부터 후자라고 생각하는 중이야. 지금은 이걸 당해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중이고. 우선 도착해서 현장 컨디션부터 확인해보자.”
만약 정말 후자라면 하르펜이 예측하지 못한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바로 감시받고 있다는 걸 모른다는 것.
그레고리가 아직 멀쩡한 게 그 방증이며 만에 하나 그레고리의 존재를 알고도 계속 놔두는 거면 녀석은 리스크만 떠안는 격이다.
‘당연히 지금 우리가 보육원으로 향하고 있는 것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겠지.’
두번째는 바로 CCTV 해킹.
CCTV 사각에 무엇을 만들어 놓았든, 우리가 그것의 위치를 알고 있는 것 역시 하르펜은 예측할 수 없다.
‘잠입이면 해볼 만 할지도…….’
우우우우웅…….
일순 주머니에서 울리는 전화기.
발신자는 다름 아닌 그레고리였다.
“어.”
―하르펜 차량이랑 경호 차량 전부 공용 주차장으로 들어갔어. 위치는 보육원에서 20분 거리.
“공용 주차장? 거기 주변에 뭐가 있는데.”
―그냥 민가야. 내려서도 딱히 뭘 하진 않는 상태고.
“아직도?”
―어. 일단 들킬까 봐 그냥 지나쳐서 거리가 멀어지긴 했는데, 아직 그대로 있어.
“주차장 위치랑 그놈들 차량 종류 좀 문자로 보내줘.”
―알았어.
그사이, 목적지 부근이라는 내비게이션 소리가 들려왔고 논밭 근처에 세워진 오환석의 차량을 볼 수 있었다.
“이야기하고 올테니까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이후 오환석이 있는 차량에 올라타자 수염이 듬성듬성 나 있는 그가 보였다.
흡사 잠입 임무 중인 형사 같은 몰골.
“생각보다 일찍 오셨지 말임다.”
“상황은 어때요?”
“30분 전까지만 해도 코쟁이 경호원들이 내부를 순찰하고 있었슴다. 내부 외부 할 것 없이 경계를 서는 인원들도 있었지 말임다.”
“CCTV는요?”
“그쪽에서 뭘 만진 것 같슴다. 계속 접속 거부만 떠서 지금은 꺼버렸슴다.”
“경계를 더 삼엄하게 하겠다는 거네요.”
“그렇슴다. 그래도 계속 지켜본 걸 말해 드리자면…….”
오환석은 그레고리가 떠난 뒤부터 수집했던 정보들을 말해주었다.
CCTV 사각지대가 있는 건물의 내부 구조는 물론, 소총 같은 화기의 유무부터 대략적인 인원수와 순찰 방향의 디테일까지, 꽤나 직관적인 정보였다.
“어떻게 하실 검까?”
“확인해봐야죠.”
다행히 CCTV 사각지대가 있는 본관은 보육원 아이들이 있는 건물과 떨어져 있다.
경호원들에게도 소총은 없다고 했으며 인원수도 경계의 공백이 없을 만큼 많지는 않은 상황.
하지만 이것도 며칠 가지 않을 것이다.
하르펜은 나와 데이븐이 계속 훼방을 놓을 거라 생각할 테니.
‘노릴 거면 그나마 구멍이 많은 지금이 적기인 것 같은데…….’
이내 잠시 고민을 하던 나는 오환석에게 말했다.
“환석 씨는 여기서 대기해줘요. 정 위험하다 싶을 때 백업 요청하면 차만 가지고 와주시고요.”
“알겠슴다.”
그렇게 차에서 내린 나는 핸드폰을 확인했고 그레고리가 보낸 위치를 확인하며 폴더폰을 열었다.
뚜르르르…….
―생각보다 빨리 전화가 왔구만.
곧이어 들려오는 국정원장의 목소리.
“부탁할 게 있습니다.”
―말하게.
“평창동 해누리 공용 주차장에 외국인들이 탄 차량이 있을 거예요. 차종은 캐딜락이고요. 그놈들 좀 붙잡아 둘 수 있습니까? 검문까지 할 수 있으면 더 좋고요.”
―외국인들…? 무장도 하고 있나?
“했을 가능성이 높아요.”
―흠…… 알겠네. 김정태한테 조치하라고 해두지. 조치가 끝나면 전화할 걸세.
“감사합니다. 그리고 지금부턴 그레고리랑 통화하라고도 전해주세요.
―알겠네. 대신, 나중에 무슨 일인지는 말해줘야 할 거야.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