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 대장장이가 게임 속에서 살아가는 법 06권
명인 대장장이가 게임 속에서 살아가는 법 06권
명인 대장장이가 게임 속에서 살아가는 법
06
수집가
명인 대장장이가 게임 속에서 살아가는 법 06권
차례
Chapter 01. 천하태평, 천우희 - 2
Chapter 02. 경매
Chapter 03. 길드 스카우트
Chapter 04. 아사신
Chapter 05. 그림자
Chapter 06. 포스트 제국
Chapter 07. 크리스탈의 꽃 신전
Chapter 08. 프로스트 가드, 브루탈
Chapter 09. 브루탈
Chapter 10. 아스트라 - 1
명인 대장장이가 게임 속에서 살아가는 법 06권
Chapter 01. 천하태평, 천우희 - 2
* * *
이제 앞이 보이는 왕도 우리가 준비한 증거물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물통에 든 은편을 꺼내어 왕에게 보여주었다.
왕은 은편을 보고 물었다.
“이게 무엇이냐?”
“이건 은편입니다.”
“은편이라면 은색이어야 하지 않느냐? 그런데 왜 검은 것이냐?”
은편의 검은 부분을 가리키며 답했다.
“이 부분이 검은 이유는 독 성분에 반응했기 때문입니다.”
“뭐라고? 방금 독이라고 했느냐?”
왕과 도승지가 깜짝 놀랐고, 나는 차분히 설명을 이어갔다.
“그렇습니다. 은이 특정 독 성분에 반응하게 되면, 그 부분만 검게 변하기에 위험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왕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한지에 독을 묻혔다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천씨 가문이 하지 않았다는 증거는?”
우희가 대신 대답했다.
“전하, 그건 제가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리하라.”
“이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만약 저희가 만든 한지에 독을 묻혔다면 왕실에서 그 한지를 만진 모든 이들이 눈이 멀었을 겁니다. 하지만 오직 전하께서만 눈이 먼 걸로 보아 누군가가 악의를 품고 한 짓으로 아뢰옵니다.”
왕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역모를 꾸민 것이냐!”
이번에는 내가 대답했다.
“그건 왕실에서 명명백백히 알아봐야겠지요. 저희는 천씨 가문이 죄가 없다는 사실만 증명했을 뿐입니다.”
몹시 화가 난 왕은 도승지를 보며 말했다.
“도승지, 자네와 믿을 만한 사람들로 구성해 이 역모의 배후를 철저히 조사해라. 아무도 모르게 진행하거라.”
도승지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전하.”
나는 왕에게 눈 건강과 관련된 조언을 전했다.
“전하께 당부의 말씀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냐?”
“전하께선 눈 건강에 좋지 않은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계십니다.”
“내가?”
나는 도승지를 보며 말했다.
“도승지에게 물었을 때 전하께서는 3시간마다 식사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
“그렇게 잦은 식사는 영양의 불균형을 초래하여 눈에 좋지 않습니다. 더불어 수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뭐라!? 수명까지? 조심해야겠구만.”
“예, 아침 점심 저녁 하루에 세 끼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골고루 포함된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시길 권장해 드립니다.”
이 말은 사실 내가 의사에게 들었던 조언이다.
건강을 지키려면 균형 잡힌 식단이 필수적이며, 이건 의사가 아닌 일반사람도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혹시 어릴 적부터 밤을 새워 공부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 천하태평의 한지가 너무 좋아서 매일 글을 쓰고 싶었네. 또 한지로 만든 서책 역시 매일 늦은 시간까지 읽었지.”
“그것 또한 문제입니다. 수면 부족과 장시간 글자를 가까이 보며 공부하는 습관은 눈 건강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불을 켜놓은 상태로 잠들면 눈은 자연스럽게 나빠지기 마련입니다.”
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렇군… 근데 자네 직업이 의사였던가?”
“아닙니다. 전 대장장이입니다.”
왕은 안경을 만지며 말했다.
“대장장이였다니… 이 안경도 자네 만든 것인가?”
“그렇습니다. 안경 같은 경우에는 새로 구매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전하께서 직접 써보시고 눈이 잘 보이는 걸로 선택하십시오.”
“알겠네. 자네 아니었으면 영영 못 볼 뻔했어.”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밑으로 내려와 우희 옆에 섰다.
왕을 올려다보며 부탁했다.
“이제 천씨 가문의 죄를 용서하시고 천태평을 풀어 주십시오.”
“그래, 그리하지. 도승지, 천씨 가문의 수배를 모두 거두고 천태평을 풀어주거라.”
도승지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전하.”
도승지는 다른 병사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전했다.
귓속말을 들은 병사는 정전을 나가 곧장 포도청으로 향했다.
이제 시력이 회복된 왕은 나를 또렷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내, 자네에게 상을 내리고자 한다. 무엇을 원하는지 말해 보아라.”
“크게 바라는 것은 없습니다. 탄크리드, 볼체스터 왕국처럼 제가 필요할 때 큰 도움이 되어주셨으면 합니다.”
“그거야 어렵지 않지. 다른 왕국도 자네에게 이런 도움을 받았나 보군.”
“제가 그들의 목숨을 살려줬죠. 전하의 눈이 보이게 했듯이 말입니다.”
“대장장이 무명인이 대단한 일을 하고 다니는구나. 그래, 좋다. 나도 자네에게 큰 도움이 될 테니 언제든지 말하라.”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지금 천우희가 아버지가 많이 보고 싶은가 봅니다. 그러니 이만 물러가 봐도 되겠습니다.”
당황한 왕이 답했다.
“어? 어, 그래 얼른 물러가거라.”
“감사합니다.”
* * *
나는 우희와 함께 천태평을 부축하며 천씨 집으로 돌아왔다.
천태평은 여전히 몸이 좋지 않아서 방에 눕혀 휴식을 취했다.
왕의 도움으로 어의가 집으로 와서 천태평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치료까지 도와주었다.
병 주고 약 주고를 정확히 시행하는 왕이었다.
천씨 집안의 수배가 풀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숨어 지내거나 감옥에 갇혀있던 이들이 속속 집으로 돌아왔다.
우희의 어머니, 할머니 그리고 천하태평의 한지를 만드는 직원들까지 모두 모여 나에게 감사를 표하며 만찬을 준비해 주었다.
만찬을 잠시 즐기다가 몰래 천씨 집을 나서려던 순간, 우희가 나를 불렀다.
“스미스 님.”
뒤를 돌아보니 우희가 달려와 내 앞에 섰다.
그녀의 두 손에는 천하태평의 한지로 보이는 한지 뭉치가 올려져 있었다.
우희가 한지 뭉치를 건네자 알림이 떠올랐다.
띠링!―
[히든 퀘스트를 성공했습니다.]
[천씨 가문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경험치가 증가했습니다.]
[레벨이 증가했습니다.]
[레벨이 증가했습니다.]
히든 퀘스트답게 엄청난 양의 경험치를 획득했다.
“이거 저희가 만든 한지인데 이게 목적이지 않으셨나요?”
“아, 잠시 깜빡할 뻔했었네요.”
그녀의 말대로 내 목적은 천하태평의 한지였다.
워낙 열심히 천씨 집안을 돕다 보니 잠시 잊고 있었다.
천하태평의 한지를 받으며 물었다.
“지금 아버님이 누워 계신 데, 어떻게 만드셨어요?”
“임시방편으로 미리 만들어놨죠. 급할 때 쓰려고 했는데, 그때가 지금인 것 같습니다.”
띠링!―
[제작 아이템 ‘천하태평의 한지’ 20개를 획득했습니다.]
“왜 이렇게 많이 주세요. 6장만 있으면 되는데.”
“나중에 더 필요할 때 쓰시면 되죠. 그리고 한지가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오시면 제공하겠습니다.”
나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모든 게 잘 풀려서 다행입니다.”
우희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게 다 스미스 님 덕분입니다. 지금 떠나시려는 겁니까?”
“네, 해야 할 일이 많거든요. 그럼 이만.”
나는 그녀를 뒤로한 채, 천씨 집을 나와 곧바로 로그아웃했다.
* * *
다음 날 아침, 유니트 월드에 접속했다.
눈을 뜬 곳은 천씨 집 근처였다.
지도를 열어 대장간으로 향했다.
조용한 대장간을 들어서니, 주인장 김길봉이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소식 들었습니다.”
“벌써 소식이….”
“큰 대륙이 아니라 섬이다 보니 소식은 삽시간에 퍼지죠.”
“그렇군요.”
길봉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