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가에서 눈을 뜬 소드마스터 05권
암흑가에서 눈을 뜬 소드마스터 05권
암흑가에서 눈을 뜬 소드마스터
05
동경
암흑가에서 눈을 뜬 소드마스터 05권
차례
Chapter 01.
Chapter 02.
Chapter 03.
Chapter 04.
Chapter 05.
Chapter 06.
암흑가에서 눈을 뜬 소드마스터 05권
Chapter 01.
기사들의 몰골은 끔찍했다.
흰자가 사라진 새카만 눈과 피부 위로 솟은 핏줄, 소름 끼치는 미소.
손에 낀 반지가 흑마법의 기운을 증폭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깡!
기사의 검을 막아낸 군터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힘이라면 하만과 호각을 다툴 만큼 강했던 군터였다.
“……이런 미친!”
옆에서는 제리와 유타가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공격을 겨우 피하고 있었다.
휙!
힘도 힘이었지만, 움직임이 믿을 수 없이 빨랐다.
“……!”
벽을 등지고 있던 제리가 검을 피해 몸을 굴렸다.
기기긱!
날카로운 검이 벽을 그었고.
노란 섬광이 튀어 올랐다.
그나마 지하가 넓어서 다행이었다. 좁은 밀실이었다면 벌써 목이 달아났을지도 몰랐다.
‘반응이……!’
산 중턱에서부터 옥죄여 오던 흑마법의 기운이 움직임을 방해하고 있었다.
쩌억!
위험하기는 유타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석관 사이로 몸을 굴리자, 뒤따라온 커다란 검이 지나간 자리를 내리찍었다.
두꺼운 석관에 금이 가는 것도 모자라 완전히 부서져 버렸다.
모두가 고전하던 그때.
촤악!
바토니와 데릴의 검이 기사의 팔과 다리를 베었다. 갑옷의 틈새를 이용한 공격이었다.
그런데.
“뭐야, 이게?”
데릴의 미간이 불쾌하게 일그러졌다.
피를 뿜으며 갈라졌던 상처가 거짓말처럼 아물고 있었다.
베면 아물고, 다시 베면 또 아물었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그 순간.
등 뒤로부터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발로 걷어찬 데릴이 황급히 돌아보았다.
헤일로의 마법 주문이었다.
그가 눈을 부릅뜨며 양팔을 벌렸다.
일순간 뿜어져 나온 하얀 빛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일행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1분 안에 끝내야 해!”
실내를 무겁게 짓누르던 흑마법의 기운이 옅어졌다. 찌르고 벨 때마다 기사들의 비명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마법을 본 기사단장이 단검을 뽑았다. 그러고는 고이 누워있는 렌의 다리를 그었다.
붉은 핏물이 석판을 적셨고,
석판끼리 이어진 길을 따라 흘렀다.
사방에서 솟구치는 새카만 아지랑이.
이전보다 훨씬 탁한 기운이었다.
전세는 다시 역전됐다.
기사들은 죽지 않는 괴물처럼 달려들었다.
위기였다.
“제리!”
제리가 고개를 돌리자.
바토니가 달려오고 있었다.
검을 에워싼 형형한 푸른 빛.
오러였다.
제리는 서둘러 몸을 굴렸다.
그를 쫓던 기사의 몸이 쾅, 튕겨 나갔다. 그러고는 처박힌 벽면의 실금과 함께 쓰러졌다.
“가서 헤일로를 엄호해!”
“알겠습니다!”
제리가 물러나자.
바토니는 검을 내려다보았다.
오러를 제때 제어하지 않았다면, 강한 일격에 벽면이 무너졌을지도 몰랐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모두가 돌에 깔려 죽을 수도 있었다.
제약이 많은 전투였다.
바토니는 기억을 더듬었다.
전생에도 흑마법에 맞서 싸웠었다. 이렇게까지 강하진 않았지만, 파훼법이 없진 않았다.
“…….”
바토니는 검을 거두었다.
“그래! 현명한 선택이다!”
포기했다고 착각한 기사가 검을 들고 달려왔다. 짙어진 흑마법의 기운 덕분에 온몸이 터질 것처럼 힘이 솟구쳤다.
휙!
날카로운 검이 허공을 저었다.
그리고.
“커헉!”
기사의 새카만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시선을 내리자, 바토니의 주먹이 명치에 닿아 있었다.
다음은 옆구리.
그다음은 턱이었다.
으득!
턱뼈가 부러지며 골격이 내려앉았다.
오래가진 않을 것이다.
곧 회복할 테니 말이다.
무언가를 하려면 지금 해야 했다.
“석판을 부숴라!”
명령을 들은 일행의 시선이 곳곳에 놓인 커다란 석판으로 향했다. 저걸 깨야 흑마법의 기운도 멈출 수 있었다.
콰직!
바토니의 공격을 시작으로 일행의 목표가 석판으로 바뀌었다. 곳곳에서 석판이 박살 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사들이 서둘러 뒤쫓아왔지만, 기본 전투력은 원정대가 월등히 앞섰다.
흑마법에 맞서진 못하더라도 피하는 것쯤은 얼마든지 가능했다.
그렇게 렌이 누운 석판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파괴됐을 즈음이었다.
“헤일로! 다시!”
바토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얀빛이 실내를 메웠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반지에 맺힌 흑마법의 기운을 소실한 기사들이 서서히 느려졌다. 고통도 느끼고 있었다.
깡!
검을 쳐낸 바토니가 다리를 베었다.
“윽!”
그러고는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흑마법은 강하지. 인정한다.”
묵직한 부츠가 복부를 걷어찼다.
“이젠 그 대가를 치러야 하고.”
쿨럭!
기사는 시커먼 핏물을 뱉어냈다.
그러더니 흰자가 돌아오며 기절해 버렸다.
분명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바토니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수세에 몰렸던 일행이 압도적인 기세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공격이라기보다는 흑마법에 억눌렸던 것에 대한 분풀이에 가까웠다.
“으가가가가!”
퍽!
몸을 뒤로 젖힌 군터가 괴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 반동으로 박치기를 펼쳤다.
빠각, 뼈와 뼈가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기사의 목이 부러졌다.
얼굴을 들이받았는데 목이 부러져 버린 것이다. 실로 엄청난 힘이었다.
반대편에서는 유타가 몸을 날렸다.
붕 떠올라 뒤돌려차기를 꽂았고, 기사는 가슴에 푸른 빛을 머금은 채 몇 바퀴나 굴렀다.
유독 무예가가 많았던 동쪽 대륙.
일찍이 격투에 일가견이 있던 유타는, 바토니에게 배운 오러를 십분 활용했다.
그건 데릴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착각하더군. 주먹을 쓸 줄 몰라서 검을 세 개씩이나 들고 다닌다고.”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
“이번 기회에 똑똑히 봐둬라. 소문까지 내준다면 더 좋고. 물론 살아남는다면 말이다. 역겨운 힘을 빌린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오러를 머금은 주먹이 관자놀이를 때리자, 기사의 다리가 휘청거렸다.
뒤이어 쏟아지는 연타를 버티지 못하고 입에 하얀 거품을 물었다.
이제 남은 숫자는 셋.
헤일로를 부축하는 제리를 제외한 일행이 서서히 각도를 좁혀갔다.
퍽! 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