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s
목차
1장 시공과의 마녀 (2)
2장 촉수 대량 발생
3장 약물과의 노괴
4장 뇌전의 마도사
5장 해상 결전
6장 아르티앙 가문
7장 황금십자회
8장 2학기 중간고사
9장 보호자 동반 모임
10장 할로윈 축제
1장 시공과의 마녀 (2)


“그렇게 나온단 말이지.”
시공과 학과장 클리메네.
차가웠던 그녀의 표정이 한 단계 더 싸늘해졌다.
“역시 너는 수상한 녀석이다, 에리올.”
“교수님이야말로.”
나도 냉정한 목소리로 받아쳤다.
“본인이 매우 수상하다는 걸 인정하셔야 할 텐데요.”
“나는 내가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학생을 지하실로 끌고 와서 공격하는 게 교수가 할 일입니까?”
돌이켜 보면, 지금까지 교수들이 나한테 직접 공격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루드바우트와 잠시 충돌한 적이 있지만, 나한테 공격 마법을 쓰지는 않았다.
심지어 바르니아조차 객원 교수로 와 있는 동안에는 나를 공격하지 않았다. 서로 합의하에 대련을 했을 뿐이다.
“지금까지 다른 교수님들과 충돌한 적이 몇 번 있긴 합니다만, 다들 저를 배려해 주셨습니다.”
“운이 좋았나 보네, 에리올.”
클리메네가 코웃음을 쳤다.
“학생 목숨을 우습게 아는 교수들도 많아.”
“클리메네 교수님도 그러신가요?”
“글쎄, 어떨까.”
어느새 촉수 생물은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서몬 텐타클로 불러낸 촉수 생물은 이쪽 세계에서 장시간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에리올, 나는 네가 협조적으로 나오길 바랄 뿐이다.”
“교수님이 그렇게 나오시면, 저도 비협조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일단 교수님이 왜 이러시는지부터 설명해 주시죠.”
“그럴 수는 없지.”
“그럼 저도 협조해 드릴 수 없습니다.”
“…….”
“…….”
나와 클리메네는 말없이 서로를 마주 봤다.
그리고, 클리메네가 머릿속에서 새로운 마법을 구성해 전개한 순간.
‘데스바이스!’
내 지시에 따라, 데스바이스가 돌진했다.
지금은 프로그레시브 블레이드가 없기 때문에 맨손이다.
하지만 데스바이스의 파워라면, 가냘픈 체형인 클리메네 정도는 일격에 제압할 수 있다.
“소환.”
우웅!
다른 시공으로 이어지는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개’가 튀어나왔다.
눈에서 붉은빛을 발하고 있었고…… 입에서 불을 뿜고 있었다.
‘헬하운드!’
헬하운드는 소환 마법으로 불러낼 수 있는 환수(幻獸)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불을 뿜는 개’다.
드래곤처럼 마법적 힘을 지닌 것도 아닌데 입에서 불을 뿜어 대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크르렁!”
헬하운드와 데스바이스가 충돌했다.
거대한 턱으로 데스바이스의 뼈를 분쇄하려는지 헬하운드가 입을 크게 벌렸고, 데스바이스는 헬하운드의 물어뜯기를 막아 내며 주먹으로 헬하운드를 저지했다.
‘막상막하잖아?’
그동안 와이번을 상대로도 우세를 보여 줬던 데스바이스가…… 헬하운드에게 막혀서 전진하지 못하고 있었다.
헬하운드의 근력이 예상보다 강했다.
‘교수님이 헬하운드를 강화한 건가? 아니면 강력한 개체를 골라서 소환했다든가?’
상황을 살피려 하는 사이.
클리메네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들려왔다.
“소환.”
우웅!
또 한 마리 나타난 헬하운드가 곧장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데스바이스는 지금 또 다른 헬하운드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나를 도와주러 올 수 없었다.
‘섣불리 움직이게 했다간, 저쪽 헬하운드에게 배후를 공격당할 거야!’
나는 즉각 술식을 준비했다.
그리고 이쪽으로 달려오던 헬하운드가 입을 쩍 벌리는 타이밍에 맞춰서, 마법을 발동했다.
‘버프, 헌츠맨 스파이더 타입!’
타악!
땅을 박차고 초고속으로 이동.
나를 물어뜯으려던 헬하운드를 피해, 대각선으로 움직인다.
지난번에 모나크 오르슨과의 대련에서 사용했던, 농발거미의 스피드를 획득하는 생체계 변화 마법이었다.
‘그리고, 라이트닝 볼트!’
파직!
전자계 뇌전 마법으로 발생한 번개가 헬하운드의 측면에 직격했다.
갑자기 꽂힌 번개에 감전된 헬하운드가 몸을 경련했고, 그 틈을 이용해 나는 다음 마법을 준비했다.
‘내 기억에 의하면, 헬하운드는 광휘계 마법에 약해!’
파앗!
광휘계 광선 마법이 발동했다.
사령 교단과의 싸움을 경험하면서 내 광휘계 마법 솜씨도 많이 향상된 상태였다.
“깽……!”
광선이 몸을 관통하자 헬하운드가 강아지 같은 비명을 질렀다.
관통된 부위 주변이 마치 불이 붙은 것처럼 타들어 가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동물이지만, 언데드처럼 광자에 약한 성질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깨앵……!”
그리고 또 다른 비명이 들려왔다.
어느새 데스바이스가 자기를 물어뜯으려 하던 헬하운드를 두 손으로 찢어 버리고 있었다.
대미지가 누적된 두 마리의 헬하운드가 소멸하는 걸 확인한 뒤, 나는 클리메네에게 시선을 향했다.
“소환.”
우리가 헬하운드를 상대하는 동안에 새로운 술식을 준비해 놨을 것이다.
클리메네가 새롭게 불러낸 소환수는…… 좀 거대한 놈이었다.
‘타라스크……!’
타라스크는 머리에 사자처럼 갈기가 나 있고, 몸에는 거북이의 등껍질을 짊어지고 있는 도마뱀이다.
몸 크기는 드레이크에 육박할 정도였다.
“그어어……!”
쿠쿠쿵!
바닥을 울리며 타라스크가 데스바이스에게 돌진해 왔다.
아무리 데스바이스가 힘이 세다고 해도 저 돌진을 직접 받아 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도약해!’
지시를 내리면서, 나 또한 움직였다.
데스바이스는 뛰어올라 타라스크의 등껍질 위에 착지했고, 나는 질풍 마법을 사용하여 타라스크의 돌격 범위에서 벗어났다.
“그어어어……!”
타라스크가 마구잡이로 날뛰어 댔다.
거대하고 단단한 육체를 사용해 적을 짓뭉개는 것이 주된 공격 방식인 것 같았다.
‘프로그레시브 블레이드가 있다면 모를까, 데스바이스가 저 등껍질을 깨부술 수는 없어. 그렇다면……!’
내 지시에 따라 데스바이스가 움직였다.
목적은 단 하나.
등껍질에 올라탄 채, 타라스크의 목을 조르는 것이었다.
“그억……?!”
타라스크는 몸을 마구 움직여 데스바이스를 떨어뜨리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용아병인 데스바이스는 아무리 흔들어도 어지러움이나 구역감을 느끼지 않으니까.
그렇게 데스바이스가 타라스크를 상대하고 있는 사이, 나는 클리메네 교수를 향해 쇄도했다.
“교수님!”
“소환.”
짤막한 목소리가 들린 순간.
이번에는 비교적 작은 생물이 클리메네의 발밑에서 나타났다.
얼핏 보기에는 닭과 닮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뱀의 꼬리가 달려 있고 몸통에 뱀 비늘이 덮여 있다.
‘바실리스크!’
시선을 향한 생물을 돌로 만들어 버리는 석화(石化) 능력.
그 위험하기 그지없는 눈이 천천히 나를 향했다.
‘이 교수가 진짜 미쳤나?! 학생을 석화시키려 해?!’
하지만, 나는 이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마법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이건 발동 속도도 빠르다.
‘반사 술식……!’
광선 마법의 방향을 바꿀 때 사용하던 ‘거울’을 생성해, 바실리스크의 시선을 ‘반사’시켰다.
그 직후, 바실리스크의 육체가 경직되는 걸 알 수 있었다.
자기 시선에 당한 것이다.
“……!”
클리메네가 숨을 삼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가 이렇게 신속하게 대응하여 바실리스크의 시선을 무효화시킬 줄은 예상 못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