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s
목차
1. 드림랜드 (2)
2. 정체
3. 종전 기념일
4. 대수림
5. 엘프의 마을
6. 사우스 시티
7. 폐공장 지대
8. 황무지 전투
9. 초대
1. 드림랜드 (2)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니까 맥스가 길을 잃은 미아처럼 헤매지 않는 이상 납치되었으리라.
그리고 상대는 맥스가 내 동료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그게 아니라면 구태여 납치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근데 굳이 구해야 하나…?”
“글쎄다. 뭐 하러?”

리아네는 팔짱을 낀 채 주억였다.

맥스 스톤, 부랑자, 27세.
15세에 가족 여행 중에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여의고, 지나가던 부랑자에게 길러졌다.
내가 맥스에 관해 아는 거라고 딱 그 정도.
누군가 내게 동료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할 수 있었다.

“가 봤자 함정만 잔뜩 깔려 있겠지?”
“상대가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적어도 준비 정도는 하고 기다리고 있겠지.”

이번 사건으로 알 수 있었던 점은….
그 정체불명의 신궁급 경지의 인물 외에도 한 명 더 있다는 점 정도다.
한 명이라면 맥스를 납치하는 것이 시간상 불가능했다.

“상대는 두 명 이상. 그리고 함정을 파놓고 기다린다.”
“그래서 어쩔 거냐? 로티플.”
“맥스를 구할 마음은 없는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렇다고 이 넓은 놀이공원에서 적들을 찾는 것도 힘들 것 같고….”

결국 선택해야만 한다.
맥스를 찾아 함정으로 뛰어드느냐.
아니면 맥스를 두고 적들을 찾느냐.

“리아네, 난 맥스가 인질로 잡혔든 말든 아무 상관 없다.”

솔직히 구하든 못 구하든, 상관없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우리 임무가 인질 구출도 아니고.”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현재 시각은 새벽 1시.
놀이공원에 입장한 지 1시간 가까이 흘러 있었다. 그리고 야간 개장은 6시까지.

“5시간 남았다. 그전에 이 넓은 놀이공원을 샅샅이 뒤져 적들을 찾고 전투까지 끝마칠 수 있으려나?”
“글쎄다. 적들이 친히 자기들 위치를 알려 줬는데 찾아는 가 봐야겠지.”

여기서 후퇴하고, 메이릴이나 로제를 데려오는 방법도 생각해 봤다.
그러나 어째 그 전에 상대가 도망칠 것 같단 말이지.

“그럼, 근처에서 무슨 함정을 팠는지나 좀 봐 둘까?”

먼저 걸음을 옮기자, 리아네가 뒤따랐다. 우리는 점차 속도를 높여 미아보호소로 내달렸다.

* * *

“으으음….”

맥스는 천천히 눈을 떴다.
온몸이 무겁고, 안 아픈 곳이 없을 지경이었다. 눈가에 핏물이 고여 있었다.

‘아직 살아 있는 건가…?’

좋은 인생은 아니었다.
센트럴 시티의 평범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자랐다. 불현듯, 가족 여행을 떠났던 날이 떠올랐다.
그날 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
부랑자 무리에게 습격받아 센트럴 시티의 외곽을 달리던 차량이 전복되었다.
그 사고로 맥스는 부모님을 잃었다.

‘그래도 난 살아남았지….’

뒤늦게 다른 패거리가 몰려왔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두 조직은 적대 세력이었다.
총성이 한창 이어지고, 맥스는 여느 영화처럼 부모의 복수를 다짐할 필요가 없었다. 그 총격전으로 복수할 이들은 모조리 죽었으니까.

‘그렇게 부랑자의 손에 키워졌지….’

나쁘지 않은 조직이었다.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소문이 도는 부랑자 무리에 비하자면 그랬다.
맥스가 맡은 일은 유통이었다.
약이든 폭약이든 시키는 일을 착실히 맡았다. 적진에 택배 기사처럼 폭약을 배달했을 때가 떠올랐다.

‘죽는 순간의 주마등일까.’

왜 이런 일들이 떠오르는지 맥스로서는 알 수 없었다.

“허억…, 헉….”

숨을 쉴 때마다 몸이 욱신거렸다.
희미한 시야로 무언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고장 난 카메라처럼 초점이 맞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히 보이긴 하네.’

몇 차례 눈을 깜빡였다.
시야가 점차 또렷해졌다. 주변은 어두웠지만, 무언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왜 여기 있더라?’

형님과 누님이 서둘러 뛰어가고 자신은 대관람차 앞에 서 있었다.

‘생각났다….’

그리고 습격이 있었다.

‘아….’

눈앞에 애니매트로닉스가 있었다.
각각 곰, 쥐, 토끼, 오리, 광대 모형의 이족 보행 애니매트로닉스였다.
촬영과 관람용으로 만들었겠지만, 오래 방치되어서일까.
팔다리 중에 한 짝이 없거나, 눈알이 빠져 있는 것도 있었다.

‘어…? 저건 설마?’

개중에는 익숙한 팔다리가 보였다.
맥스는 곧 그것이 동료의 사이버웨어였다는 것을 눈치챘다. 등줄기로 절로 식은땀이 흘렀다.

철컥, 철컥.
녀석들이 움직일 때마다 기계 소리가 들려왔다.

“어? 일어났다…!!”

누군가 소리치자, 애니메트로닉스가 동시에 고개를 꺾었다.

“일어났다! 일어났어!”
“시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