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s
목차
1. 사천당가
2. 호텔 카지노
3. 광란의 질주
4. 내가 이 구역의 미친 X
5. 도대체 왜 지원하셨나요?
6. 올해의 랭커
7. 협력
8. 드림랜드 (1)
1. 사천당가


레이가 아무리 초거대기업 회장의 딸이라고는 한들, 열다섯 살이었다.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그렇듯, 헌터로 활동하지 않을 때는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받거나 인터넷을 뒤적거리곤 한다.

그리고 그날은 친구가 웬 링크 하나를 보내 준 날이었다.

마사 : 레이 이것 좀 봐 봐 ㄷㄷ
레이 : 뭐길래 그래?

레이는 별생각 없이 유투브의 링크를 눌렀다. 동쪽 황야에서 부랑자들을 처치하는 영상이었다.

라이브로 진행되는 영상.
열차가 멈춰 섰고, 백여 명 될 법한 무장 인원이 열차를 습격했다.

‘어? 어떡해…!!’

본인이 그곳에 있었다면, 먼저 나서서 저들을 처리했겠지만 그럴 수 없었다. 레이는 센트럴 시티의 자기 방에 있었으니까.

영상이 진행되는 동안, 레이는 눈을 떼지 못했다.

한껏 긴장된 순간, 나선 것은 웬 잿빛머리였다. 그는 열차 위를 달리며 부랑자들을 유인했다.

바주카를 맞고 위기에도 처했지만, 뛰어난 대응력으로 그들을 처리했다.

사막의 모래 폭풍에 불꽃을 섞는 방법이었다.

‘와, 대박…! 여기서 화공법을…!!’

옛 전쟁 소설처럼 상대는 화공법으로 백여 명의 부랑자를 처리했다.

모래바람도 불고, 멀리서 찍은 터라 영상에서는 정확한 얼굴이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상대가 잿빛 머리라는 점이었다.

그날, 커뮤니티에 영상이 올라왔다.
그리고 그 남자는 열차 협객이라 불리고 있었다.

열차 협객.
누가 지은 건지 모르지만, 레이는 그 단어를 듣는 순간 찰떡이다 싶었다.

하루에도 적어도 수십 건씩 사건 사고가 터지는 센트럴 시티였다.

아마 열차협객이 밈이 되지 않았다면 레이도 금방 잊었을 것이다.

‘협객이 농담이 된 시대에 열차 협객이라니….’

그 나이 또래 애들끼리 열차 협객이 유명해졌다. 레이의 친구 중에는 팬아트로 그리는 이들도 있었다.

시간이 흘러 레이는 뱀파이어 로드의 처형식 날, 에드를 만났다.

생각 외로 뱀파이어 로드는 강했다. 피를 흡수한 탓이겠지.

한창 로드에게 밀리던 와중 레이는 에드 덕에 살 수 있었다.

그때, 레이로서는 에드와 로드 사이에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만큼은 또렷하게 기억에 남았다.

에드의 뒷모습이 어째서인지 열차 협객과 닮았다는 점이었다.

뱀파이어 로드를 처리한 에드는 나머지 일은 네오 아크의 부길마에게 맡기고 사라졌다.

레이는 그에게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레이는 에드와 마주하고 있었다.

“저기 혹시…, 열차 협객이신가요?”

엉뚱하게 보일 수 있지만, 궁금했다. 순수한 궁금증에 악의도 없었다.

곁에 있던 메이릴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반응에 레이는 확신했다.

‘이 사람이 열차 협객이라고?’

가만히 쳐다보는 사이에 에드는 머리만 긁적였다.

“어, 일단 그렇긴 한데요….”
“와! 대박. 저 완전 팬이에요!”
“……?”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어 주세요.”

에드가 당황하는 사이에 레이가 폰을 들이밀었다.

“사진 찍어도 되죠?”
“어, 상관없습니다.”
“하나, 둘, 셋…!”

찰칵.
잠깐 사이에 에드는 레이와 사진을 찍었다.

“저 이거 SNS에 올려도 되나요? 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흥분했네요.”

그제야 아차 싶었다. 뒤늦게 자신의 모습을 자각한 탓이었다.

“올리시면 제가 곤란해질 수도 있겠네요.”
“아…. 맞네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레이에게는 수많은 팬이 있었다. 그들이 에드를 탐탁지 않아 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이 사진은 그냥 간직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저 혹시 괜찮으시다면, 레사를 찾아 주신 은인께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은데 시간 괜찮으세요?”

휘유.
메이릴이 휘파람을 불었다. 로제의 미간이 좁아졌다.

* * *

비앤택 연구소.
래비아는 평소와 같이 주간 회의를 마치고 개인실로 돌아왔다. 각 부서의 담당자에게 현재 진행 중인 건을 들었다.

“으아…. 피곤해.”

결재할 서류가 한가득하였다.
하지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 래비아는 털썩 소파에 앉았다. 어차피 이제 곧 점심시간이었다.

“점심이라도 시킬까요?”

비서인 넬라의 물음에 래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 맵고 짠 걸로요. 사천 짜장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