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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1장


[……5차전에서의 선제홈런 이후, 오늘 경기에도 선발 라인업에 당당히 본인의 이름을 올린 손효찬, 그러나 팔콘스는 이 신인의 대활약을 순순히 두고 보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리고 위기 뒤에는 기회가 온다는 말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적잖았던 이번 한국시리즈.]
[이래서 야구가 어렵죠. 여전히 리드는 가디언스에 있지만 좋은 흐름이 무위로 돌아간 이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고, 또 실책을 기록한 노재완이 다시 집중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리기도 했거든요. 마냥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타석에는 6번 타자 허성찬, 직전 타석에는 안타를 기록하며 선제점의 발판을 제대로 놓은 바 있습니다.]
[시리즈 내내 전반적으로 본인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온 타자죠. 그러나 어떻게 보자면 지금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순간일 수 있어요. 점수 차가 단 1점인 이 시점 3루 주자를 홈까지 불러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엄청납니다.]
여전히 어떤 투수에게든, 또 어떤 상황이든 까다로운 존재인 3루 주자가 호시탐탐 홈을 노리는 상황.
그럼에도 이미 병살을 유도해 내며 리그 최고의 위기관리능력을 여지없이 선보인 류영준은, 몸쪽을 찌르는 과감한 승부로 유리한 카운트를 잡아내고는…….
슈욱!
부우웅!
퍼어엉!
“스윙, 배터 아우우웃!”
낮은 체인지업을 던져 삼진을 잡아냈다.
[……낮은 공에 헛스윙, 류영준은 오늘 경기 세 번째 탈삼진! 이렇게 이닝이 마무리됩니다!]
[허성찬이 아쉽게 물러나네요. 지금은 3루 주자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이만큼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던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스코어는 0대 1, 저희는 5회초 팔콘스의 공격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잠실입니다.]
리그 최고의 베테랑다운 허를 찌르는 선택으로, 끝내 무사 1, 2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돌파해 낸 것이다.
“나이스!”
“캬, 이거거든!”
“지렸슴다, 선배님!”
더그아웃에서 대기하던 선수들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류영준과 야수들을 반겼다.
류영준이 그런 동료들과 가볍게 하이파이브를 해대다가는, 구강혁에게 눈을 맞추고 씨익 웃었다.
“방금은 야무졌지?”
“에이, 계속 야무지셨죠.”
“그렇기는 해.”
“흐, 몸은 어떠십니까?”
“몸이 어떻든…….”
류영준이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리드 잡기 전까지는 안 내려올란다.”
“으음.”
“승수 하나하나에 연연할 짬은 아니지만, 한국시리즈 선발승 한 번은 억울해서라도 해야겠어.”
구강혁이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두 사람의 대화는 더그아웃의 다른 선수들에게도 들렸고, 타석이 곧 돌아오는 타자들은 특히 비장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류영준이 다시 피식 웃었다.
“너무 굳지들은 말고.”
“아, 넵.”
“2점이면 돼, 2점.”
“아하…….”
그렇게 다시 5회초.
[……이제 경기는 5회초, 위기를 벗어난 팔콘스가 이번 이닝을 역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 그러나 현재까지 가디언스 선발 최형진의 눈부신 호투에 좀처럼 본인들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팔콘스 타자들입니다.]
[지금 타석에 들어서는 안태홍의 2회 볼넷이 유일한 출루였으니까요. 최형진은 지난 2차전에도 좋은 피칭을 보여 줬지만, 오늘은 더더욱 날카로운 모습으로 비교적 손쉽게 아웃카운트를 올려 가고 있습니다.]
[경기가 지금의 스코어대로 마무리된다면 최형진 또한 시리즈 MVP 후보로 꼽히지 않겠습니까?]
[하하, 그렇죠. 물론 팔콘스도 운이 따르지 않은 면이 있어요. 반대로 말하자면 충분히 할 만도 한 승부입니다. 타자들이 어떻게든 최형진의 공에 타이밍을 맞춰 내고 있고, 특히 노재완의 타구는 오태용의 호수비가 아니었다면 외야 우측의 넓은 공간을 뚫어 내는 장타가 됐을 가능성이 높죠.]
[이제는 안태홍과 채연승, 두 베테랑부터 하위타선으로 이어지는 타순도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서는 시점입니다.]
팔콘스의 선두타자 안태홍은 2회 당시와 마찬가지로 초구를 골라내며 본인의 두 번째 타석을 시작했지만…….
슈욱!
부우웅!
따아아악!
“악!”
“아깝다!”
볼넷만은 안 된다는 듯한 가디언스 배터리의 공격적인 피칭에 5구째 타격이 살짝 밀려 큼지막한 파울이 됨으로써, 승부는 풀카운트까지 이어졌다.
‘한 번만 더!’
팔콘스 선수단과 팬들이 모두 간절히 염원하는 또 한 번의 선두타자 출루, 반대로 최형진에게는 어떻게든 잡아내야 할 이닝의 첫 아웃카운트가 걸린 상황.
가디언스 배터리의 선택은…….
슈욱!
크게 떨어지는 커브.
볼카운트를 감안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부우웅!
이 공에 안태홍의 배트가 따라나오며 헛스윙.
결과는 삼진.
‘윽, 그래도 빠졌다!’
하지만…….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김기혁이 정규포구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공이 미트를 맞고 그대로 뒤로 흘러나갔던 것.
“빠졌다!”
“낫아웃, 낫아웃!”
안태홍은 상황을 인지한 즉시 1루를 향해 달렸고, 김기혁도 최대한 빠르게 공을 찾아 집어들고 송구.
그리고 이 송구가 다소 우측으로 치우치며, 1루수인 양성광이 베이스를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세이프 판정이 나왔습니다! 하나의 삼진을 추가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아웃카운트 없이 출루를 허용하고 마는 최형진과 김기혁 배터리!]
[하하, 이거 참. 오늘 경기가 참 묘합니다. 풀카운트 상황에서 유인구를 던진다는 승부수를 뒀고, 그게 통하기는 했는데……. 김기혁이 포구에 실패하며 낫아웃 출루. 과정이 어떻든 팔콘스는 좋은 기회를 잡았습니다.]
[송구 타이밍은 아웃이 될 수 있었다, 최소한 접전 상황을 나왔을 거다. 그렇게 보입니다만…….]
[맞습니다. 다시 볼까요? 아, 역시 송구가 꽤 쏠렸어요. 1루수로서는 어떻게든 공을 잡아낸 게 최선이었죠. 이 각도에서 봐도 안태홍의 주루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요.]
안태홍이 멋쩍은 듯 웃어보였고, 그 반면 최형진의 미간은 좁아지고 있었다.
‘좋다, 일단은 나갔어! 객관적으로 따진다면야 한순간에 2루까지 허용한 재완이의 실책이 더 치명적이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어.’
그 대조적인 모습에 구강혁은 직감했다.
‘지금의 기회를 살린다면 기세는 넘어온다! 최형진 선배가 실책 하나에 속절없이 무너질 만한 그런 선수는 아닌 것 같지만, 한국시리즈의 무게감을 감안하면 영향이 아예 없지도 않을 거야!’
김용문 감독도 그 점을 직감한 듯…….
팔콘스 더그아웃이 분주해졌다.
[……오늘 경기 무사 1루의 기회를 처음 맞이하는 대전 팔콘스, 타석에는 6번 타자이자 주장인 채연승.]
채연승은 일단 배트를 눕혔다.
슈욱!
퍼어어엉!
바깥쪽 먼 코스로 꽂히는 포심 패스트볼에 어렵잖게 배트를 거두며 초구를 골라내고는, 유리하게 시작한 볼카운트 싸움에서 연이어 승리.
슈욱!
퍼어어엉!
결과는?
볼넷이었다.
[……5구는 볼! 결국 볼넷!]
[급격히 흔들립니다, 최형진 투수!]
무사 1, 2루.
이번에는 팔콘스가 맞이한 득점권 찬스.
이승혁 감독은 이 시점에 마운드를 방문하며, 승리요건이 지워지지 않은 최형진을 내리기보다는 짧게 한 타이밍만을 끊어가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슈욱!
틱!
[……잘 떨어뜨린 타구, 투수 곧바로 잡습니다만 1루를 가리키는 포수! 그대로, 아웃! 그러나 본인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 낸 최대훈, 번트에 성공하며 득점권에 역전 주자를 내보내는 데 성공합니다!]
최대훈의 번트로 1사 1, 2루.
슈욱!
부우웅!
따아아악!
[……이 타구는 외야로!]
[멀죠, 충분히 들어오겠는데요!]
뒤이어 장수혁이 좌익수 방면의 큼지막한 타구를 만들어내며, 아웃카운트와 점수를 바꿔냈다.
“으아아아아!”
“짱수혁! 대수혁!”
“1점만 더, 1점만!”
스코어는 1:1.
드디어 동점이었다.
‘상대 배터리가 연이은 볼넷을 의식했든, 상위타순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의식했든! 결국 동점을 만들어 냈어!’
[……팔콘스가 희생타점을 희생타점으로 갚아줍니다! 결국 실점으로 연결되고 마는 김기혁의 송구 실책. 이렇게 최형진의 승리요건도 지워지고 맙니다.]
[가디언스가 계속 꽤 합리적인 근거를 두고 플레이에 나서고 있는데, 결과가 자꾸 꼬이는 듯한 모습이에요. 이렇게 되면 첫 실책이 두고두고 아쉬울 수밖에 없죠.]
실책에서 시작된 위기는 같았다.
하지만 팔콘스는 막아 냈고…….
가디언스는 막아낼 수 없었다.
그리고.
[……이제 타석에는 정윤성. 포스트시즌 내내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하위타선의 부족한 생산력을 어떻게든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슈욱!
부우웅!
따아악!
[……초구부터 돌렸어요, 정윤성의 이 타구가 낮은 궤적을 그리며 외야로!]
4회말 가디언스가 그랬듯…….
2사임에도 끝나지 않은 찬스.
이 찬스에도 팔콘스만이 득점에 성공했다.
[……외야로, 외야로 떨어집니다! 이미 두 개의 아웃카운트가 기록된 상황, 타격과 동시에 스타트를 끊은 채연승은 이미 3루를 돌았고, 홈으로!]
[들어왔죠!]
[네, 들어옵니다! 승부는 불가능, 정윤성의 1타점 적시타! 동시에 오늘 경기의 리드를 잡기 시작하는 대전 팔콘스, 아직 이들의 한국시리즈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2:1.
팔콘스가 역전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