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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1장


타이탄스의 3번 타자.
정희문이 타석에 들어섰다.
[스프링캠프 당시 경미한 부상으로 최근 1군에 합류했음에도 불구, 굉장히 무서운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는 정희문. 타석에 들어섭니다. 현재까지 6경기에서 3홈런을 때려냈습니다.]
[어제 경기도 홈런은 없었습니다만, 결승타를 쳐 냈죠? 아주 좋은 타구였어요.]
어제 경기 2타점 1득점.
김의준의 모든 실점에 관여한 정희문.
‘정희문. 상구도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타자랬지. 1군 합류 후 때려낸 3홈런은 모두 높은 공을 받아친 결과…….’
[그렇습니다. 김의준의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2타점 적시타를 만들어 냈습니다. 타이탄스 타선이 쉽지 않은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습니다만, 정희문의 합류 후로 1, 2, 3번 타순의 생산력만큼은 눈에 띄게 향상된 모습입니다.]
[지금 홈플레이트를 지키는 팔콘스의 포수, 박상구 선수도 시즌 초반 타격 성적이 나쁜 편은 아닙니다만……. 타이탄스의 포수로 출장한 정희문의 기세는 정말 매섭습니다.]
[데뷔 초부터 동 나이대 최고의 재능으로 꼽히던 정희문. 25시즌을 기점으로 공수양면에서 만개하기 시작했다는 평가. 과연 오늘 경기 리그 최고의 선발 구강혁을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초구부터가 궁금하네요. 다시 봐도 본인은 모르는 것 같습니다만, 구강혁이 3연속 삼구삼진의 기록을 세울 수 있을까요. 일단 앞선 6구는 모두 존 안으로 집어넣었습니다. 엄청난 자신감이에요.]
박상구가 사인을 보냈다.
‘그래. 지금까지 처음 상대하는 타자에게는 하이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페어링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지만, 이만큼 타격감이 좋은 상대에게는 위험할 수 있지. 2사에 자신감까지 붙었으니 큰 스윙을 할 가능성도 높고.’
구강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초구.
슈욱!
부우웅!
퍼어엉!
“스윙, 스트라이크!”
헛스윙.
139km/h의 슬라이더.
[스윙! 바깥쪽 떨어지는 공. 오늘 경기 첫 슬라이더로 유리한 카운트 싸움을 시작하는 구강혁.]
[정희문은 하나 제대로 노리고 휘둘렀어요. 한 손을 놓기는 했는데 아예 공이 빠졌거든요. 어쨌든 스트라이크가 되기야 했습니다만, 보세요. 지금 투수 본인은 모르죠? 스윙이 아니었으면 무조건 볼이거든요.]
[하하, 그렇네요. 위원님 말씀대로라면 박상구 포수도 기록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초구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 팔콘스 배터리입니다. 덕분에 7구까지도 무결점 이닝의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제 관점에서는요. 가치를 따진다면 구강혁이 지난 스타즈전에서 달성한 완봉이 훨씬 훌륭한 기록이라고는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기록은 기록이거든요. 리그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남는다는 거예요.]
[맞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구강혁. 2구.]
슈욱!
퍼어어엉!
“스트으라이크!”
루킹 스트라이크.
151km/h의 몸쪽 포심 패스트볼.
[루킹 스트라이크! 무결점 이닝까지 앞으로 1구!]
해설진의 말대로…….
무결점 이닝, 3연속 삼구삼진.
구강혁은 이 기록에는 관심이 없었다.
실제로 달성이 코앞임을 모르기도 했고.
‘……1회부터 느낌이 좋군.’
하지만 그런 상황이 어떻든.
지금 정희문이 상대하는 것은…….
‘현재 클린업에 고정적으로 포수를 넣는 팀은 리그를 통틀어도 가디언스와 타이탄스가 유이해. 상구도 가끔 5번으로 나가지만 아직 주전은 아니니까. 어쨌든 내일도 정희문이 선발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리그에서 가장 공격적인 배터리.
‘무너뜨린다면 내일 선발인 도미닉에게도 도움이 된다.’
3구.
슈욱!
부우웅!
147km/h의 투심 패스트볼.
우타자 몸쪽 낮은 코스.
“스윙!”
퍼어어엉!
“……배터 아우우우웃!”
[헛스윙!]
[됐어요!]
[아, 팔콘스 팬 여러분! 또 한 번의 삼구삼진입니다! 1이닝 9구, 3연속 삼구삼진! 구강혁이 타이탄스의 가장 뜨거운 타자 정희문을 상대로 무결점 이닝을 완성해 냅니다!]
팔콘스 배터리가…….
새로운 기록을 합작해 냈다.
KBO 1호, 1회 무결점 이닝.
[투수에게 가장 까다로운 이닝을 흔히 1회로 꼽습니다만, 적어도 오늘의 구강혁에게는 통하지 않는 이야기! 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1회를 무결점 이닝으로 틀어막은 구강혁! 동시에 무결점 이닝은 리그 9호 기록입니다!]
[이야, 아직도 몰라요!]
더그아웃으로 향한 구강혁이…….
축하의 등짝 세례를 맞이했다.
“아! 왜, 왜! 왜요!”
“너 됐어, 인마!”
“뭐가요!”
“3연속 삼구삼진!”
“아, 어. 엥?”
그리고 뒤늦게 깨달았다.
“회장님 오셨다고 이렇게까지 하냐!”
“미쳤다, 미쳤어!”
“금일봉 받고 소고기 드가자!”
본인이 세운 기록을.
“어, 오우. 상구. 너는 알았냐?”
“다, 당연하지!”
“…….”

* * *

타이탄스의 오늘 선발은 박세훈.
안경 에이스의 계보를 이으며…….
사실상의 프랜차이즈 대우를 받는 토종 에이스.
그를 향한 팬들의 사랑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점은 나랑도 비슷하네. 엄청 규모가 큰 트레이드였지만……. 결국 메인은 장성균 선배와 박세훈 선배였지. 둘 모두 오랫동안 팀의 주전으로 활약했다는 점에서는 서로 할말이 있는 트레이드였던 셈이야.’
최고 154km/h에 달하는 포심.
리그 최고 레벨의 슬라이더.
커브와 포크볼 등 다양한 레퍼토리까지.
‘내가 브레이브스에서 부상을 당하기 전에는 뜬금포를 많이 맞는다는 인상도 있었지만, 연차가 쌓일수록 그런 단점도 개선해 나간 좋은 투수다. 특히 올 시즌에는 경기 운영까지 좋아졌어. 윌리엄스의 영향일 수도 있겠지.’
지난 시리즈에 팔콘스를 압도한 윌리엄스.
그와 비교할 만한 좋은 투수.
‘쉬운 경기는 아닐 거다. 투수전 양상이 될 거야.’
구강혁의 예상은 제대로 들어맞았다.
무실점의 행진이 이어졌다.
특히 3회까지는 1루를 밟은 타자가 없었다.
치열한 투수전이었다.
구강혁이 3회까지 5개의 탈삼진을 뽑아내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피칭을 선보였다면.
박세훈은 탈삼진이 1개에 불과했음에도 연이은 범타를 양산, 유연하게 팔콘스 타선을 상대했다.
첫 안타는 타이탄스가 뽑아냈다.
4회초.
[……3구, 타격! 2루수 키를 가볍게 넘겨 외야에 떨어집니다. 김동한의 오늘 경기 첫 안타! 구강혁의 퍼펙트 행진은 여기까지! 1사 후 출루에 성공하는 타이탄스!]
김동한이 그 주인공이었다.
[……4구 스윙! 또 한 번의 삼진, 잔루 1루! 오늘 경기 6개째 탈삼진! 1사 1루 상황을 단 6개의 공으로 벗어나는 팔콘스 배터리입니다!]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구강혁의 퍼펙트를 깬 안타였다.
이어진 4회말.
[……당겨친 타구! 한유민의 타구는 우익수 뒤로! 뒤로! 더 뻗어가지는 않네요. 워닝트랙에서 잡히고 맙니다.]
[살짝 먹혔네요. 박세훈 투수, 조금 놀랐겠어요.]
1사 상황, 한유민의 큼지막한 플라이 이후.
[……라인드라이브성 타구! 유격수 잡지 못하고, 완전히 좌중간을 갈라냅니다! 타구 담장까지! 노재완은 1루 돌아 2루로!]
노재완이 2루타를 때려내며 퍼펙트를 깨고.
박상구가 볼넷으로 출루하며 2사 1, 2루.
경기 첫 득점권 상황이었지만…….
[……3구 타격! 채연승의 타구, 높게 떠오릅니다. 주자 올 스타트 끊었지만 2루수가 동료들을 물립니다. 잡아냅니다. 쓰리아웃! 잔루 1, 2루.]
역시나 후속타는 불발.
양팀이 모두 득점에 실패한 가운데.
[……6회말 팔콘스의 공격을 앞두고 있는 네오 팔콘스 파크입니다. 위원님. 오늘 경기 구강혁 투수의 아웃 패턴이 꽤 흥미로운데요. 타이탄스의 현재 가장 뜨거운 타순이죠? 1, 2, 3번. 황기준, 김동한, 정희문의 세 타자.]
[네, 그렇죠?]
[이 세 타자를 상대로는 1회의 무결점 이닝 기록에 이어, 직전 이닝의 황기준, 김동한의 3번째 타석까지. 그러니까 총 8번의 승부에서 4회 김동한의 안타를 제외하고는 모든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아냈습니다.]
[구강혁은 6회까지 안타 하나, 볼넷 하나만을 허용하며 총 10개의 삼진을 기록했는데……. 그렇네요. 대부분이 이 세 타자를 상대한 결과였습니다. 흐음, 뭐라고 할까요. 상황보다는 상대 타자의 최근 타격감을 감안해 완급을 조절한 게 아니었을까 싶네요.]
김용문이 구강혁에게 말했다.
“고생했다. 1회에는 특히.”
“감사합니다. 여기까지입니까?”
“오냐.”
등판은 거기까지였다.
구강혁의 등판 기록은 6회까지 1피안타 10K.
‘다음 등판은 아마 가디언스와의 시리즈 첫 경기. 타이탄스 타선에는 미안하지만, 오늘처럼 내 뜻대로 운영할 수 있는 경기는 아닐 테지. 감독님께서도 그 점을 감안해서 빨리 내리신 것 같다. 선발승 요건을 못 채우고 내려온 건 처음인가?’
6회말.
팔콘스의 타순은 9번 정윤성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