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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1장


브레이브스와의 트레이드 당시.
팔콘스 선수들의 주된 관심은…….
역시 원민준에게로 쏠렸다.
특히 야수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
“와, 원민준 온다!”
“쓰바, 이제 좀 살겠네!”
유난히 팔콘스에 강한 투수였기 때문.
통산 팔콘스 상대 ERA가 2점 초반대.
작년에는 9경기에서 14이닝을 던졌고.
자책점은 단 2점을 허용했을 정도.
세이버메트릭스적 관점에서는…….
팀 단위의 상대전적은 허상에 가깝다.
하지만 팔콘스 타자들 입장에서는?
마냥 그렇지도 않았다.
원민준을 상대로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나쁜 기억이 쌓이고, 또 쌓였기 때문.
시원하게 빅이닝을 만들어 극복한다면야…….
천적관계의 해소에 도움이 될 테지만.
보다 확실한 방법은 역시나 영입이었다.
“구강혁이도 같이 왔네.”
“어떤 놈이었더라.”
그 반면.
구강혁에 대해서는 별 관심들이 없었다.
원체 그저그런 투수였던 데다…….
결코 짧지 않은 공백기를.
그것도 군대에서 보낸 선수였으니까.
하지만 상황은 조금씩 반전되기 시작했다.
먼저 팔콘스 파크에서의 피칭 테스트.
선수단에게 데이터가 공유되지는 않았으나.
당시의 상황이 소문으로 떠돌았던 것.
김재상 코치와 공규석 팀장은 함구했다.
류영준도 마찬가지고.
딱 한 명.
평소에도 투수들과 가깝게 지내는 불펜 포수.
그가 지나가듯…….
“구강혁 선수 포심, 무브먼트가 진짜 좋던데요?”
한마디를 던졌을 뿐.
“그렇게 공이 좋아졌나?”
“에이, 그래 봤자겠지.”
“뱀직구가 따로 없었다는데?”
“야이, 뱀직구는 무슨 뱀직구야.”
의심과 기대가 공존하던 사이.
류영준이 미니캠프에 구강혁을 초대했다.
마치 화룡점정처럼 그 사실이 전해지고…….
“야, 영후랑 선민이도 빠졌잖아?”
“올해 성적이 좀 별로였어서 그런가.”
“진짜 공이 그렇게 좋나?”
“류영준 선배님도 테스트 지켜보셨다던데.”
진상이 어떻든.
“와씨, 구태성 위원님까지 가셨네?”
“헉, 설마 구강혁 가르치러?”
“야이, 말도 안 돼!”
팔콘스 선수들의 비시즌은 흘러갔다.
구강혁에 대한 소문을 키워가면서.
“와, 구강혁 연봉 1억 넘었다네.”
“팀에서 기대치가 진짜 높나 본데?”
“에이, 요즘 1억 연봉 흔하잖아.”
“최고 연봉 대비 40퍼센트 넘게 올랐다는데?”
한유민의 영입을 기점으로 잠잠해진 측면은 있지만.
외부에서는 알 수 없는 선수들 간의 분위기.
그 안에서 구강혁은 엄청난 기대를 받았다.
“진짜 어떻길래 저래? 미치겠네.”
“이러다 진짜 일자리 잃겠는데.”
그리고 동시에…….
위치가 불안정한 투수들.
그들에게는 위기감을 조성했고.
그렇게 시작된 스프링캠프.
“강혁이, 확실히 체력이 좋네.”
“군대에서 몸 하나는 잘 만든 모양인데?”
“무브먼트도 장난 없어.”
“구속도 수술 전보다 꽤 올라왔고.”
“최고 145면 빠른 건 아니잖아?”
“더 느린 볼로도 1군에서 잘만 버텼잖아. 의미가 크지.”
선수들이 다들 구강혁을 향해…….
알게 모르게 한두 번씩 시선을 던졌다.
5일차에 시작된 라이브 BP.
처음으로 구강혁을 상대로 타석에 선 이는.
얄궂게도 팔콘스의 4번 타자.
노재완이었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첫 타석에는 루킹 삼진.
선수들이 몰려들었다.
“어떤데? 일부러 지켜본 거지?”
“절대 못 칠 그런 공은 아닌 거 같던데.”
“마지막 체인지업은 거의 실투 아냐?”
“그거 체인지업이었어?”
“쓰리 핑거 그립이던데?”
노재완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포심 무브먼트는 진짜 좋은데, 반대로 제구는 예전, 그러니까 브레이브스 때만큼 좋지는 않은 거 같아요. 포심, 슬라이더 다 확 들어오거나, 확 빠져나가거나 하면 만만찮겠는데. 지금은 눈에 좀 익으면 적응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체인지업은 안 던지던 공이라 그런가 확실히 밋밋하고.”
그리고 다시 차례가 돌아왔을 때.
2볼 2스트라이크의 카운트에서.
슈욱!
따아악!
“간다!”
“갔다!”
노재완이 큼지막한 홈런을 때려 냈다.
따아악!
“또 간다!”
“또 갔다!”
뒤이어 페레즈도 시원한 라인드라이브성 홈런.
게다가 노재완은 다음 타석에서도…….
따아아악!
“이건 간다!”
“에이, 안 갔어. 어?”
“갔다니까!”
무려 밀어친 홈런을 만들어 냈다.
라이브 BP를 마친 후.
머쓱한 듯 다가온 구강혁이 말했다.
“역시 홈런왕은 다르네.”
그러고는 곧바로 불펜으로 향했다.
그런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라운드에 남은 선수들이 눈치를 살피던 사이.
노재완이 먼저 말했다.
“아직까지는.”
“응, 아직은?”
“그렇게 대단한 정도는 아닌 거 같네요. 특히 체인지업 하나만 잘 노리면 웬만한 타자는 다 넘길 수도 있을 듯. 아직 캠프 시점인 걸 감안해야겠지만요.”
“그, 그렇지?”
“우리가 너무 기대가 컸나?”
“뭐, 재완이 말처럼 아직 라이브 피칭 단계니까.”
“그래도 3피홈런은 좀.”
“에이, 재완이가 잘 친 거지! 페레즈랑!”
“그래도 좀…….”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소문.
그로 인해 올랐던 구강혁에 대한 기대는…….
다시 빠르게 사그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