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영웅이 되기로 했습니다 08권
그래서 영웅이 되기로 했습니다 08권
그래서 영웅이 되기로 했습니다
08
나니자까
그래서 영웅이 되기로 했습니다 08권
차례
Chapter 01. 내가 왜? - 2
Chapter 02. 전조
Chapter 03. 탐색
Chapter 04. 각자의 준비
Chapter 05. 임계점
Chapter 06. 회복
Chapter 07. 영웅
Chapter 08. 폭풍전야
Chapter 09. 왕
Chapter 10. 침공
Chapter 11. 달콤한 제안
Chapter 12. 무너짐 - 1
그래서 영웅이 되기로 했습니다 08권
Chapter 01. 내가 왜? - 2
‘빌어먹을.’
당황스러웠다.
놈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고 해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절대자가 사라진 기간이라고 해 봐야 한 해가 저무는 시간보다 더 짧은 정도의 시간이다.
그러나 저 인간 아니, 인간이라고 부를 수조차 없는 저 괴물 놈은 그 시간 만에 절대자의 힘을 소화해냈다.
사실 소화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절대자의 힘을 그대로 사용하는 수준에서 아득하게 벗어나 자신만의 독특하고 독창적인 힘을 만들어 내기까지 했으니까.
분명 힘의 색과 속성은 절대자의 것이었으나 그 성질만은 기존의 절대자에게서 보지 못했던 무언가였다.
특히나 검을 씹으려 들었던 그 힘. 정확히는 검에 깃든 내 힘을 집어삼키려 들었던 그 힘은 절대자에게서조차 보지 못했고, 느끼지 못했던 소름 끼치는 것이었고.
하지만 어떻게…?
이게 인간의 가능성이라는 건가…?
그러나 그보다 더 이해되지 않는 건, 나를 바닥에 처박고는 사라져 버린 놈이었다.
아무리 성질을 놈에게 있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기존의 힘이 가지고 있는 성질에 한해서다.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힘의 성질은 지배자에게 없었다.
그리고 그런 종류의 힘은 그가 아닌, 그의 쌍둥이 형이 가지고 있었고.
‘설마 그마저도 흡수한 건가?’
아니, 그럴 리 없다. 놈에게서 그런 낌새는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애초에 하나를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힘이다. 둘 모두를 소화할 수 있을 리가.
만약, 정말로 그러했다면 놈은 이미 세상에서 사라졌을 터다.
고개를 저었다.
그럼 답은 하나다. 그를 가능케 하는 버러지가 놈의 뒤에서 조력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빌어먹을.’
상황은 여러모로 좋지 않았다. 아담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쾅쾅쾅…!!!!
쏟아져 내리는 포격에 절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것들이 내게 충격을 주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불쾌했다. 저 버러지들이 인위적으로 만든 화약 따위가 내게 닿으려고 한다는 것이.
그리고 무엇보다 불쾌한 건, 그리 하찮게 여겼던 인간들의 무기가 나조차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해져 있다는 거였다.
아마 내가 아니라, 내 밑의 것들이었다면 아무런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저 난폭하고 예의 없는 불꽃과 충격들에 몸에 찢겼을 거다.
심지어 나조차 그 물량과 힘에 질려 대항하기를 포기했을 정도니, 말 다 한 거겠지.
물론, 아무리 무식한 물량이라고 해도 베어내고 나가는 것쯤 어렵지 않았다. 마음먹고 덤벼든다면, 저따위 장난감을 떨어뜨리는 것 역시도 쉬울 거고.
그러나 문제는 그 장난감을 저 괴물 같은 놈이 지키고 서 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반은 농담 삼아 했던 협박을 이루어낼 수가 없다.
이대로라면 저 장난감을 떨어뜨리거나 놈이 지키고자 했던 그 버러지들을 지워내기는커녕, 내 몸 하나조차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할 거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무엇보다 놈이 베고 간 발목의 상처가 좀처럼 낫지를 않는다.
아마 단검에 어려 있던 그 소름 끼치는 힘 때문일 거다.
‘…음?’
포격이 멎었다.
저 화약을 쏟아내는 물건들이 작동하는 원리는 대충 안다.
복잡해 보이지만, 화살과 같은 쇳덩이를 넣고 그를 화약의 힘으로 쏘아내는 것이 다다.
그렇기에 쇳덩이를 재장전하고 있거나, 내가 죽었는지 그 반응을 살피느라 멎은 걸 거다.
그리고 그 말은 지금이 곧 기회라는 뜻이고.
흠칫.
순간 소름이 돋았다.
언제 온 건지, 위로부터 놈의 힘이 느껴졌다.
한껏 경계 태세를 취했고, 놈이 떨어져 내릴 것을 대비해 힘을 모았다.
“…?”
그러나 뭘 꾸미고 있는 건지,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 덤비던 놈이 조용했다.
이렇다 할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힘조차 운용하지 않았다.
“…!”
순간, 머릿속으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그럼 그렇지.’
그래. 아무리 괴물이라도 놈 역시 생명체다. 쏟아낸 힘을 회복하고 있는 거겠지.
‘조금만 기다려라.’
잘려 나간 발목이 8할 이상 붙었다.
평소였다면, 베이는 것과 동시에 붙었을 것이지만, 어쩔 수 없다.
아마 이 속도대로라면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다 붙을 것이다.
살의가 들끓었다.
그러나.
흠칫.
위로부터 막대한 힘의 파동이 느껴졌다. 그것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강하고 흉포한 힘이.
분명 놈의 힘이었다. 그러나 일전에 보여주었던 시리도록 푸른 힘이라든지, 칠흑보다 검은 그것과는 또 다른 성질의 힘이었다.
그 힘에는 이렇다 할 날카로움도, 섬세함이랄 것도 조금도 어려 있지 않았다. 그저 파괴와 흉폭, 그리고 터져나가려는 확산의 힘만이 어려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힘은 이내 한 점으로 응축 및 압축되었다.
뭐지…?
뭔가 이상함을 느끼던 그때.
응축된 힘이 빠른 속도로 이곳을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
도망은 불가능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그저 전력으로 저걸 막아내는 것.
모든 힘을 끌어 올려 방호를 형성해냈고, 이를 몸 밖으로 겹겹이 쌓아 올렸다.
‘제길…!’
그러나 시간은 내 편이 아니었다.
채 열을 채우기도 전에 그 힘이 아홉 번째 방호에 닿았기에.
그리고.
쾅――――――――――――――――――――――――――――――――――――
눈앞이 어두워졌다.
.
.
.
“알파로부터 폭의 사용을 위한 구역 이탈 요청이 수신되었습니다!”
“상승 기동 실시.”
“실시!!”
네로의 말과 동시에 아틀라스와 그를 호위하고 있던 편대가 급히 떠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삐――――――――――――――――――――――――――――
아틀라스 내부의 경보가 미친 듯이 울려댔다.
“알파로부터 고에너지 반응!”
“…정도는?”
“측정 불가입니다. 계속해서 그 계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끝을 낼 셈인가 보군.”
네로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기관장.”
“말씀하십쇼.”
기관장이 즉각적으로 답해왔다.
“엔진의 출력과 보조 노심의 동력을 모두 실드의 형성으로 돌리도록.”
“예!”
네로의 결정에 조금의 반문도 없이 곧바로 대답하는 그였다.
기이이이이이이이잉―――――――――――――――
이윽고 함 내부로부터 요란한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함의 바깥으로 푸른색의 실드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조타장.”
“예!”
“충격으로부터 편대를 보호할 수 있도록, 편대와 연대하여 기동을 실시하도록.”
“예!!”
조타장 역시 씩씩하게 답했다.
구우우우우웅.
그리고 그 즉시 공기를 찢는 듯한 노바 엔진의 구동음과 동시에 편대의 앞으로 아틀라스가 빠르게 나아갔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
“모든 편대에 알린다. 엔진과 노심의 모든 역량을 실드 형성으로 돌려 충격에 대비하라.”
“하지만 회피에 모든 역량을 돌리는 것이 훨씬 손해가 적을…!”
“언제까지 그의 뒤에 숨어만 있을 거냐.”
“…!”
“우리 군의 목표는 괴수의 토벌과 생명의 수호다. 그리고 그 역시 우리가 수호해야 할 대상 중 하나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