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영웅이 되기로 했습니다 05권
그래서 영웅이 되기로 했습니다 05권
그래서 영웅이 되기로 했습니다
05
나니자까
그래서 영웅이 되기로 했습니다 05권
차례
Chapter 01. 동맹 - 2
Chapter 02. 제가…요?
Chapter 03. 벽
Chapter 04. 거래
Chapter 05. 준비 끝!
Chapter 06. 그럼 슬슬 시작해 볼까
Chapter 07. 우화
Chapter 08. 확인
Chapter 09. 마스터가 되다
Chapter 10. 전조 - 1
그래서 영웅이 되기로 했습니다 05권
Chapter 01. 동맹 - 2
그로부터 한참이나 둘의 대화가 이어졌다.
카타리나의 말이 계속될 때마다, 마크의 표정은 경악과 놀라움으로 시시각각 변해갔고.
꽤 시간이 지난 후, 모든 이야기가 끝이 난 건지 카타리나가 가벼운 인사를 남긴 채 방을 나섰다.
복도의 폐쇄 회로 시스템을 확인한 경호 인원들이 급습했으나, 카타리나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들은 가장 먼저 마크의 안위를 살폈다. 그리고는 방에 위험한 무언가가 설치되어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댔고.
동시에 카타리나를 찾으라는 명령을 내렸으나, 호텔 내부는 물론, 정문과 후문, 지하 통로를 지키고 있던 그 누구에게서도 그녀를 발견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물론, 봉쇄를 위해 임의로 쳐둔 감시망에 위치한 자들에게서도.
“…각하. 괜찮으십니까?”
수행 비서, 펠튼이 다가와 마크의 안색을 살폈다.
창백한 얼굴에 불규칙한 숨소리, 그리고 떨리는 마크의 손을 보며 이상함을 직감한 펠튼이 주치의를 부르려던 그때.
“괜찮으니 그러지 말게. 겨우 이깟 걸로 소란 떨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괜찮다니까. 조금 놀랐을 뿐이야.”
“…무슨 이야기를 하셨습니까?”
“우선 안가로 가지. 여기는 보는 눈과 귀가 많아.”
“…예.”
펠튼의 눈에 난처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
.
.
대통령 관저, 패닉룸.
삐빅―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다급하게 들어왔다.
그리고는 급히 주변을 살폈고, 품에서 자그마한 장치 같은 걸 꺼내 이리저리 대보며 뭔가를 확인해댔다.
도청 장치나 폐쇄 회로 시스템의 여부를 확인하는 거겠지.
그러나 주변에는 이렇다 할 만한 시설은 보이지 않았다. 또,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얼마나 지났을까. 확인을 마친 건지, 아무것도 없다고 확신한 그가 장치를 다시 품 안으로 넣었고 모듈을 두드렸다.
삐빅―
“예. 접니다. 각하.”
수신기 너머로부터 들려온 목소리에 그가 공손한 자세와 태도로 답했다.
답하는 그는 펠튼이었다. 그리고 각하라 불린 이의 목소리는 마크의 것이 아니었고.
“독수리가 외부 세력과 접촉했습니다. 정확한 정체는 모르겠으나, 놈이 스트렝슨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예.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알아보려 했으나, 놈이 재밍인지, EMP인지를 써서 전자기기 사용을 무력화하는 바람에 듣지 못했습니다. 또, 시야도 가려져 있어 얼굴 확인도 못 했고요.”
“예. 그러려고 했으나, 잠깐 쉬겠다는 말과 함께 관저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독수리에게 이렇다 할 위협적인 말이나 태도를 가한 것 같지는 않다는 거였습니다. 예. 딱히 다치거나 하지도 않았고요.”
“예. 그것에 관해서는 독수리가 깨어나는 대로 경과를 보고드리겠습니다.”
“예. 그럼.”
삐빅―
후우.
신호기를 끈 그가 가벼운 한숨과 함께 패닉룸을 벗어나려던 그때.
사악.
그의 목덜미에 서릿발처럼 차가운 금속의 무언가가 대어졌다.
그리고 그를 따라 벌어진 상처로부터 핏방울이 떨어져 내렸고.
“누…!”
“네놈이었나. 쥐새끼가.”
“…!”
뒤로부터 들려온 목소리에 펠튼이 놀라 얼어붙었고, 그런 그의 뒷덜미를 누군가가 강하게 후려쳤다.
퍽.
그대로 펠튼이 쓰러져 내렸다.
“…데려가라.”
말과 함께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몇이 펠튼을 잡고는 조용히 사라졌다.
.
.
.
“일어나.”
으음….
들려온 낮고 굵은 목소리에 펠튼이 신음했다.
“일어나라고 했다.”
으음….
그러나 펠튼은 움찔만 할 뿐,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깨우도록.”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누군가가 펠튼의 뺨을 후려갈겼다.
착.
“…!”
고통에 놀란 펠튼이 일어났고, 급히 주변을 살폈다.
그의 앞에는 의자에 앉아 침울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 마크와 경호 팀장 존, 그리고 본 적 없는 여인 하나가 있었다.
“그랬죠? 분명히 내부에 쥐새끼가 있을 거라고.”
“…뭐?”
순간, 펠튼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익숙한 목소리였기에.
그러나 마크는 그 말에 답하지 않았다. 그저 슬픈 눈으로 펠튼을 보고만 있었을 뿐.
“각하. 이게….”
뿌득.
움직이려 했으나, 의자의 다리와 팔걸이에 밧줄로 몸이 묶여 움직일 수 없었다.
“이게 무슨…?”
“왜 그랬나. 펠튼.”
마크가 입을 열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
“부탁하겠는데….”
마크의 목소리가 떨렸다.
배신감 때문이겠지.
“부디 거짓말할 생각은 하지 말게. 다 알고 있으니.”
“도대체 무슨…!”
“신호기와 모듈의 감식이 모두 끝났네. 신호기 안에 저장된 번호의 주인이 바이스라는 것 역시 알아냈고.”
“…!”
펠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내부에 첩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게 자네일 줄이야.”
“….”
잠깐의 침묵이 이어졌다.
“왜 그랬나.”
“….”
그러나 펠튼은 다 틀렸다는 듯, 고개를 떨궜을 뿐, 답하지 않았다.
“묻지 않나!!”
마크가 고함을 질렀다.
“…불가능하니까.”
침묵하던 펠튼이 이를 악물고 중얼거렸다.
“뭐…?”
“당신의 그 나약해 빠진 정신머리로는 괴수 척결이라는 대의를 이룰 수 없으니까.”
펠튼이 고개를 든 채, 악에 받친 듯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알잖아. 당신도. 지금 상황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
“저딴 쇳조각 따위로 그 괴물들을 어찌할 수 있을 것 같아?”
그가 집무실의 벽에 걸려 있는 아틀라스 호를 턱으로 가리키며 비웃었다.
“물론, 잠깐 시간을 버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겠지. 그러나 그게 다야. 당신도 알잖아.”
“….”
“9할이 넘는 중하위 괴수와 일반 괴수들이 이미 인류의 모든 무기 체계에 적응을 마쳤고, 그것에 맞춰서 진화까지 왔어. 나머지 1할 역시 적응과 진화를 진행 중이고.”
“….”
“심지어 상위 괴수 놈들은 생화학 무기는 물론,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할 수 있는 핵무기의 방사선과 우라늄에마저 적응을 마쳤어. 그런 상황에서 뭘 더 할 수 있지?”
“….”
“얼마 지나지 않아 아틀라스가 지닌 화력에도 적응할 거야. 그리되면 지금까지 당신이 해온 건 결국 아무짝에 쓸모없는 짓이 될 거고.”
“…그래서 부통령의 편에 서기로 했나? 스트렝슨을 통해 각성자들의 강화를 꾀하기 위해?”
“그래. 압도적인 힘과 폭력 그것만이 이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존의 질문에 그가 으르렁거리며 답했다.
“그런데도 당신은 인류 존속이 걸려 있는 이 중차대한 상황에서 그런 버러지 같은 것들을 죽게 하는 것이 죄스럽다는 이유로 스트렝슨의 발전을 막아왔지.”
“….”
“그리고 당신의 그 알량한 정의, 양심, 죄의식 때문에 인류 전체가 위험에 빠졌고. 알아?!”
그가 씹어뱉듯 말을 내뱉으며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