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영웅이 되기로 했습니다 02권
그래서 영웅이 되기로 했습니다 02권
그래서 영웅이 되기로 했습니다
02
나니자까
그래서 영웅이 되기로 했습니다 02권
차례
Chapter 01. 개화
Chapter 02. 준비
Chapter 03. 장비 확인
Chapter 04. 샌드웜
Chapter 05. 데스웜
Chapter 06. 계획
Chapter 07. 준 영감
Chapter 08. 눈치 싸움
Chapter 09. 검증
Chapter 10. 새로운 시작
Chapter 11. 소탕
Chapter 12. 그래서 영웅이 되기로 했습니다
Chapter 13. 고요한 위기 - 1
그래서 영웅이 되기로 했습니다 02권
Chapter 01. 개화
지하도의 안, 콘크리트와 시멘트 덩어리로 된 무언가의 아래, 여인과 아이가 보였다.
쾅!!
움찔.
지하도의 저편으로부터 충격과 굉음이 일 때마다 둘은 놀라 움츠러들었다.
긴장과 두려움인 때문인지 몸은 굳어 있었고, 안색은 하얗게 질려 파리했다.
그러나 여인의 상태가 더 좋지 않아 보였다.
그녀는 자그마한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또, 보이지 않는 어둠 너머를 보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고.
아마 지켜야 할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겠지.
“…엄마.”
여인의 품에 있던 아이가 아주 작게 속삭였다.
여인의 불안을 읽은 걸까. 아이의 목소리에도 불안이 어려 있었다.
“응. 왜?”
여인이 억지로 불안을 삼켜내고는 담담히 답했다.
“아까 그 아저씨… 괜찮을까?”
“…어. 괜찮으실 거야.”
순간,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타서 검고 거친 피부였지만, 꽤 잘생겼던 그 얼굴이.
분명 행색이나 태도, 말투를 보았을 때, 딱히 가디언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군인 같지도 않았고.
그러나 모습은 차치하더라도, 그 상황 속에서도 자신과 딸을 먼저 챙겨 주던 그의 행동은 분명 영웅이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기에 빌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없기를. 무사히 돌아와 주기를. 그래서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해줄 수 있기를.
그때.
턱.
통로 저편으로부터 둔탁한 소리 하나가 들려왔고, 그녀의 안색이 급격히 창백해졌다.
흠칫.
급히 아이를 끌어안았고, 아이의 입을 막았다.
아이 역시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것인지, 거친 그녀의 몸짓에도 가만히 숨죽였다.
턱.
두려워 몸이 떨렸다. 보이지도 않는 어둠 너머로부터 들려오는 저 소리가.
턱… 턱… 턱….
가슴이 미친 듯 뛰었다. 불안이 불안을 잡아먹고 안에서 더욱 커져만 갔다.
아이 역시 제 어미의 불안을 읽은 듯, 눈망울에는 눈물이 맺혀 떨어져 내리고 있었고, 몸은 떨려댔다.
소리가 점점 이쪽을 향해 가까워지고 있었다.
두려움이 눈물이 났고, 꽉 다문 입술 사이로 울음 비슷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턱.
그러다 무슨 생각인지 여인이 아이를 등 뒤로 숨기고는, 소리가 나는 곳을 마주 보았다.
그리고는 주웠던 날카로운 무언가를 덜덜 떨리는 손으로 들어 올려 겨누었다.
“수아야.”
“…응?”
답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엄마가 가라고 하면, 저쪽으로 뛰어가. 알겠지?”
“싫어! 안 가!”
“윤수아.”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그녀가 낮고 엄하게 중얼거렸다.
“어리광 받아줄 때 아니야.”
“…하지만.”
그러나 그녀는 보이지 않는 저편을 노려보고만 있을 뿐, 더 이상 답하지 않았다.
‘제길….’
더 강하게 쇳조각인지, 뭔지 모를 무언가를 쥐었다.
이것이 무기가 되지 못할 거라는 것쯤은 그녀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걸 휘두른들 괴물들에게 조금도 상처를 줄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러나 뭐라도 해야 했다. 목숨보다 소중한 아이에게 도망갈 시간을 벌어주어야 했으므로.
턱… 턱… 턱….
이제 남은 거리라고 해봐야 겨우 2, 3m 정도.
가슴이 터질 듯 방망이질해댔다.
으득.
두려움에 지지 않으려 입술을 짓씹었다.
입 안 가득 비릿한 피 냄새가 났다.
그때.
콰득.
쿠르릉.
그녀와 아이를 덮고 있던 아스팔트 덩어리들이 치워졌다.
“수아야! 가…!?”
고함과 함께 그녀가 급히 그 너머를 향해 날카로운 무언가를 휘두르려던 그때.
“미안해요. 조금… 늦었네요. 이제 괜찮을… 거… 예요.”
“…?!”
어둠 너머로부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전과 달리 그의 목소리는 피곤해 보였고, 또 잔뜩 쉬어 있었다.
그리고.
털썩.
더 이상 말은 들려오지 않았다. 다만, 뭔가 쓰러지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저기요!”
그녀가 놀라 밖을 살폈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 끝에 거의 전라에 가까운 수준의 사람 하나가 쓰러져 있었다.
희미한 빛이었지만 분명 알아볼 수 있었다. 그였다. 그토록 기다리던.
“무슨…?!”
그러나 그의 모습은 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아니, 그가 맞나 싶었다.
.
.
.
‘씨발…!’
카가가각!
이번에도 의지와 상관없이 발현된 실드가 필사적으로 내 앞을 막아섰지만, 성치 않은 상태에서 발현돼 그런 걸까. 무식하게 쏟아져 내리는 피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치이이이익. 카각!
결국, 실드는 깨졌고, 나는 맨몸으로 파도를 맞이해야만 했다.
치이이이이이이이익―――――――――――
“끄아아아아아아악!!!!”
고통은 감히 말로 형언할 수 없었다. 근육과 뼈가 모두 녹고 타, 끊어지고 다시 회복하기를 수십, 수백, 수천, 수만 번이나 반복해야만 했으니까.
그렇다고 발버둥 쳐 벗어날 수도 없었다.
힘도 없었을뿐더러, 마치 결박하듯 주변을 막아선 콘크리트와 시멘트 덩어리들이 그를 허락하지 않아서였다.
끄아아아아악!!
비명을 내질렀으나, 피 끓는 소리만 들릴 뿐, 시원하게 소리가 내뱉어지지 않았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삼켜버린 놈의 피 때문에 혀, 그리고 식도가, 기관지가 녹아서겠지.
눈 역시 보이지 않았다. 각막과 동공이 모조리 녹아서리라.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끝없이 이어진 끔찍한 고통에 뇌가 과부하 되어 녹을 것만 같았다.
차라리 죽었으면, 아니, 하다못해 정신을 잃기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희미해졌을 뿐, 여전히 정신은 있었고 모든 게 다 느껴졌다.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회복을 꾀하고 있는 코어의 힘 덕분이겠지.
그런데 그 고통스러운 순간,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그 순간에도 생존에 대한 욕구보다 다른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잭 녀석들은 괜찮은지. 그리고 아까 그 여인과 아이는 괜찮은지 하는 생각이 바로 그것.
후우웅…!!
고통으로 정신을 잃기 직전, 코어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고통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몸이 녹지도, 타지도 않았다. 희미했던 정신도 조금이지만 맑아졌다.
쿨럭.
그때.
‘…?’
쉬어지지 않던 숨이 다시 쉬어지기 시작했고, 보이지 않던 눈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전보다 더 공기가 깨끗하게 느껴졌고, 침침하던 시력 역시 좋아져 있었다.
‘이게… 무슨?’
치이이이익….
얼마나 지났을까. 더는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턱.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현기증에 쓰러질 것 같았지만, 일어서기를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