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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1장


둘은 벌써 희미해질 정도로 멀어진 상태.

쫓아가면서 인비져빌리티를 쓰려다가 생각을 바꿨다.
‘별일 없겠지.’

어차피 초소형이면 길드 한 곳이나 가디언 한 팀만 와도 몬스터 웨이브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한 가지 걱정이 있다면 변이종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

하지만 그럴 확률은 극히 희박했고 만약 나타났다면 이미 이곳은 초토화가 됐을 것이다.

역시나 초소형 게이트에 가까이 다가가니 이미 길드 하나가 도착해 각성자들이 게이트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을 말끔하게 해치우고 있었다.

‘벌써?’

난 눈살을 찌푸렸다.

일부는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통제하고 있었는데 아름과 예나 역시 안쪽까지 들어가지 못하고 구경 중이었다. 두 사람의 얼굴에 아쉬움이 한가득하였다.

실전이 코앞이었는데.

그런데 아무리 봐도 뭔가 이상하다.

‘방위부나 가디언도 아니고 길드가 먼저 왔다고?’

보통 게이트가 생기면 방위부 군부대가 현장을 통제하고 가언들이 투입되기 마련인데 가장 늦게 오는 길드가 먼저 와 있다.

‘응? 저 마크는.’

그러고 보니 길드 마크가 익숙하다. 창공을 나는 불사조 모양. 바로 신화 그룹 소속의 신화 길드의 마크였다. 옆에 숫자 4라고 적힌 걸 봐선 4팀인 모양이다.

그때 길드원 몇몇이 아름과 예나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 그녀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설마. 상공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건가? 에이, 아니겠지. 설마 길드선 하나가 아름이만 쫓아다니겠어.”

난 고개를 내저으며 중얼거렸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신화 그룹은 대체 얼마나 부자인 걸까?

잠시 후.

다시 차로 돌아온 아름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맞아. 나 따라다니는 거. 할아버지가 혹시나 내가 있는 곳에 게이트가 생길지 몰라서 24시간 붙여 놨거든. 난 괜찮다고 해도 자기가 불안하다고. 귀찮아도 어쩔 수 없지.”

그래. 그게 사실이었구나.

길드선 하나를 하루 운용하는데 드는 돈은 최소 억 단위다. 하긴, 재산이 조 단위인 사람들에겐 생명보험 장치치곤 싸게 먹히는 건가?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는 방식이 아예 다르구나.’

지루했던 시간이 지나고 한 시간 뒤 다시 길이 열렸다.

길드 팀장이 길드선으로 돌아가자고 했지만, 아름이 극구 차를 타고 간다며 거부했다. 정말 이유를 알 수 없는 고집이다. 이러니 또라이라는 소리를 듣지.

방위군이 교통 통제를 하면서 게이트를 우회해서 길을 만든 것이다. 느리긴 했지만, 무사히 지나갈 수는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별장을 가는 건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서울로 돌아오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마석을 몽땅 다 팔면 얼마나 될지 예측해 봤다. 한 1조 되려나?

어림도 없는 소리다. 한 천억은 가능할지 모르겠다.

아니지. 유람에게 주거나 팔아서 쓴 것도 상당하니 그것도 안 될 확률이 높다. 대충 계산해 보면 1년 정도 모아야 할 듯싶다.

그래도 천억이면 한국에서 200위 안에 들지 않을까? 물론 신화 그룹 사람들은 제외다.

‘흐음. 한번 제대로 모아 봐?’

원래 돈 욕심이 없었는데 갑자기 다이아몬드수저를 보니 생각이 바뀐다. 하지만 나의 주제를 잘 알기에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어차피 나에겐 유람이 있지 않은가.

앞으로의 코드록스 사를 생각하면 신화 그룹도 별거 아니다.

두 사람과 헤어지고 학교 앞 숙소로 돌아온 나는 곧장 TV를 틀었다.

- 오늘 새벽 경기도 인천에서 소형 게이트가 출현했습니다. A등급인 인천에서 소형 게이트가 출현한 건 약 13년 만이라고 합니다.

- 경기도 양평과 강원도 태백에서 또 한차례 초소형 게이트가 출현했습니다. 약 5개월 만에 나타났으며 현재까지 같은 장소에 생긴 게이트 중 가장 짧은 주기로 판단됩니다.

- 경상남도 김해와 창원에서 총 3개의 초소형 게이트가 출현했습니다. 세 군데의 거리가 상당히 가까워 일대가 오후 내내 교통이 마비되는 등 심각한…….

- 전라남도 해남과 목포에 초소형 게이트가 하나씩 출현했습니다. 두 곳 모두 소형 게이트에 가까울 정도로 컸으며 방위군뿐만 아니라 가디언과 길드들 역시 투입되어…….

오늘 출현한 게이트 수만 해도 열 군데가 넘었다.

“흐음……. 6개월도 안 돼서 또 한 번 터진 건가.”

앞으로 점점 주기가 짧아질 것이다. 과거의 안전지역이 더 이상 안전지역이 아니게 되고 버려야 할 땅이 늘어날 것이다.

그런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렐룬 호드를 설치하면 좋겠지만 룬 마석도 하나밖에 못 구한 상태이며 렐룬 호드의 건설 역시 언제가 될지 몰랐다.

‘안 되겠다. 좀 더 게이트를 빡세게 돌아야겠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휴대폰이 울렸다. 엄마다.

설마? 아이들에게 무슨 문제라도?

난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예. 어머니. 무슨 일 있어요? 저요? 저야 숙소죠. 전 괜찮아요. 애들은요? 아, 알겠어요. 오늘 들어갈게요.”

난 전화를 끊고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안부 전화였다. 그리고 아이들이 나를 찾는 걸 보니 아무래도 불안한 모양이었다. 하긴 내가 있으면 안심이 되겠지.

우리 가족 중 나의 능력을 아는 건 아이들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어머니는 다수의 게이트 출현 이슈 때문에 길에 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힘들다며 오늘은 일찍 가게를 닫는다고 했다.

그래. 오늘은 오랜만에 가족끼리 저녁이나 먹고 집에서 자고 와야겠다.

회귀 전 뼈저리게 느꼈다. 가족이 가장 최우선이란 사실을.

* * *

지구와 태양계를 지나 우리 은하를 벗어난 뒤 5억 광년 너머로 있는 테베족의 타티로 은하단과 융케마족의 네메시루마 은하단을 건너 또다시 10억 광년을 지나면 특이한 행성이 하나 있다.

지구보다 훨씬 컸지만, 환경은 상당히 비슷했다.

행성의 최북단에는 하늘을 치솟는 탑이 하나 있었다. 탑의 높이가 웬만한 산보다 높을 만큼 거대하고 웅장했는데 그 꼭대기에는 엄청난 마력이 우주를 향해 분출되고 있었다.

수도 없이 많은 균열이 생겼다가 사라졌기를 반복했으며 그 끝은 우주 저 멀리까지 이어졌다. 알 수 없는 오로라가 행성을 감쌌고 마치 실드처럼 두터운 황금빛 대기층이 존재했다.

꼭대기 바로 아래층.

사람의 세배 정도 되는 육체를 가진 존재는 의자처럼 보이는 공간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는데 탑 꼭대기의 에너지가 수천 가닥으로 나뉘어 의자에 연결되어 있었다.

그때 한 가닥에서 녹색 빛이 빠른 속도로 탑 꼭대기로 떨어지더니 의자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번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