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s
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1장


몇 시간을 그대로 누워 있었더니 고통에도 조금은 익숙해졌다.
“자, 그럼. 더는 미루지 않는 것이 좋겠지.”
고개를 까닥해서 상태창을 불러왔다.

[4막 보상을 정산합니다!]
[당신은 ‘마족 기사 데스나이트’, 하급 마족 45체. 최하급 마족 112체, 마물 136체, ‘마르틴 지벨렉’의 첫 번째 목숨을 토벌했습니다!]
[스펙에 맞지 않는 난이도를 성공적으로 공략했습니다.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장비 ‘어둠에 물든 데스나이트 세트’를 획득합니다!]
[‘유령마’ 교환권을 획득합니다!]
[장비, ‘어둠에 물든 꽃의 말로’를 획득했습니다.]
[장비, ‘마술 금서목록’을 획득했습니다.]
[중하급 장비 뽑기권을 여섯 개 획득합니다!]
[장신구, ‘마족이 쓰던 루비 귀걸이’를 획득합니다!]
[장신구, ‘마기에 물든 반지’를 획득합니다.]
[마족을 토벌한 만큼 마족의 정수가 주어집니다!]
[마계의 돌을 획득합니다!]

장비의 경우……, 엄밀하게 말하면 거의 꽝 수준이다.
그나마 ‘어둠에 물든 꽃의 말로’나 ‘마술 금서목록’이 밀리제에게 쓸 만할 것이다.
마족의 정수는 어둠의 정령인 네로 녀석을 추가 육성할 때 필요한 아이템이니, 일단 챙겨두도록 하자.
유령마 교환권을 비롯한 데스나이트 세트의 경우 종족이 마족이나 그 유사 종족이 아닌 이상 착용할 수도 없고 탈 수도 없다.
이 ‘마기에 물든’이나 ‘마족이 쓰던’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장비들도 그렇다. 내가 꽝이라고 했던 이유는 그거다.
마족을 파티로 영입할 수는 없고, 그래 봤자 ‘반마족’ 속성을 가진 캐릭터를 파티로 영입해야 쓸 수 있는데.
굳이 찾아보자면…….
“……프라나 디르펀시브 블라디르가 있군.”
착용 가능한 사람이 있긴 있다.
과거, 흡혈귀는 ‘마족’이었던 터라, 반 흡혈귀인 프라나는 신기하게도 마족 장비 세트를 착용할 수 있었다.
그 녀석이 데스나이트랑 유령마 세트를 보고 눈이 돌아갈 수도 있으니, 일단은 쟁여 둘 생각이다.
뭐, 당연하지만 그냥 넘길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어차피 이런 장비를 구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고, 블라디르 공녀의 경우 차후 북부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눌 때 거래품으로 쓰면 되겠지.
장비들이 허공에서 후두둑 쏟아지기 시작하고, 나는 그 아래 ‘인벤토리’를 열어서 그 안으로 쏟아지게끔 했다.
한참을 쏟아지네.
그리고서 나는 다음으로 넘겼다.

[아카데미를 위험에서 구했습니다!]
[파티원과 동료들의 결속력이 더욱 강해집니다!]
[‘이 일의 전말’을 아는 모든 사람, 혹은 전해 들은 사람들과의 우호도가 최상으로 고정됩니다!]
[‘학생회’의 모두가 당신을 은인과 영웅으로 대합니다!]
[모든 ‘탐험 제한’이 사라집니다! 당신은 어디든 다닐 수 있습니다!]
[단검술의 랭크가 오릅니다!]
[‘검술 : 원류 불명’ 스킬을 습득합니다!]
[인연합기 - 크레센도의 레벨이 오릅니다!]
[인연합기 ? 우리들의 결의의 레벨이 오릅니다!]
[……]
[……]
[……]

……이외에도 갖고 있는 여러 스킬의 랭크가 동시에 올라갔다.
정말이지 쉬지 않고 올라가는군.

[‘정령 동화’ 스킬의 레벨이 한 단계 올랐습니다!]
[바람 속성 피해 보너스, 크리티컬 확률, 크리티컬 피해, 스피드가 전부 한 단계씩 올라갑니다!]
[정령 동화를 35퍼센트까지 쓸 수 있습니다!]
[거듭된 사용으로 ‘무신패황’의 레벨이 올라갑니다. 이제 ‘잃은 체력 비례’, ‘네 배 이상의 대미지’를 한꺼번에 입힙니다! 이는 ‘인연합기 ? 크레센도’와 동시에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 진작 이렇게 주니 얼마나 좋아.
보상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역시, 고생한 만큼 챙겨 주는 게임이다.
아이템도 얻고, 나 자신도 강해졌다.
일단 뼈가 다 부러져서 당장 체감할 수 없는 게 아쉽긴 하지만, 일주일만 있으면 멀쩡히 일어나 돌아다닐 수 있을 거다.
‘일주일…… 이라.’
그럼, 그 후에는.
‘녀석들의 장비라도 새로 맞춰 줘야겠군.’
당장 밀리제의 장비를 생각해 보면 1학년 보급품 지팡이다.
이번 4막을 클리어하고 얻은 무기로 바꿔 주면 될 것이다.
칼렌의 경우 방패를 바꾼 지 얼마 안 되었으니 방어 마법이 달린 목걸이나 귀걸이를 파밍하면 되겠고, 렐브리안의 경우 영령검이 있으니…….
“일단 방어구를 파밍하는 게 급선무인가.”
그리고, 레이나의 경우 1차 돌파를 해야 한다.
살레니움 사가의 캐릭터는 1차 돌파, 2차 돌파, 그리고 3차부터 각성, 4차까지 전부 마치면, ‘풀각’이라고 부른다.
최종 보스와 만나기 전에, 동료들은 일단 풀각까진 뚫어 놓는 것이 목표다.
할 게 많군.
생각해 보면 아직 4막, 초반이다.
메인 스토리의 절반도 오지 않았다.
메인 스토리 5막은 비교적 위험하지 않은 일이다.
물론 이번 일로 인해 크게 뒤바뀌어서 경계는 해야 하지만……. 4막처럼 어렵지는 않을 터.
4막까지 넘으면.
“겨울방학.”
겨울방학 계획은 아직 명확히 정해 둔 것이 없다.
일단 당장 눈앞의 황족 회의부터가 문젠데, 겨울방학 스케줄을 뭐 어떻게 벌써 정해.
겨울이 지나면, 봄 그리고 3학년이 찾아오며 동시에…….
“졸업식이 오는군.”
그러고 보니.
조기 졸업을 확정 짓고 벌써 대학원생이 된 그 녀석을 제외하면,
내가 아는 사람 중 또 다른 졸업생이 나오긴 한다.
그래.
“왔나.”
“……일어나 있었구나.”
병실을 찾아온, 작은 체구의 소녀였다.
범접할 수 없는 마력의 소유자.
“학생회장.”
“응.”
교장의 손녀, 이번 학기를 끝으로 살레니움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는 4학년.
카나리아였다.

* * *

그녀는 병실로 들어와 가장 먼저 한숨을 쉬었다.
“……일어나자마자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해.”
“아니다, 알고 있다. 사후 처리는 어떻게 되었지.”
“이건 우리 쪽에서 처리할 일의 범주를 넘었어, 하지만……. 초대 황제께서 내거신 규율을 어길 순 없잖아. 황실에 보고는 했지만, 지원은 오지 않을 거야.”
그렇군.
일단 카나리아의 말로는, 일단 지하를 전부 다 수습했다고 한다.
자기 딴엔 학생회실 지하에 마계로 통하는 문이 있을지는 상상도 못 했다나.
“……이번 일은 너도 알겠지만 완전한 불문이야.”
“그런가.”
“응, 나, 그리고 내가 신뢰하는 학생회 임원들, 그리고 그와 관련된 사람들은 철저한 비밀 보장을 했어. 그 녀석들도 소문이 퍼져 봤자 좋은 일 하나 없으니까.”
뭐.
이러면 일반 학생들은 모르지만, 아카데미의 중요 학생들은 알음알음 알고 있다는 건가.
“아드리안, 너는 그 사실을 어떻게 안 거야?”
“아카데미 지하에 마계의 문이 있다는 것 말인가. 뭐……. 나는 레펠하이트의 소후작이었으니 말이야.”
“에브니스는 그런 걸 모르던걸?”
“그야, 그 녀석은 소후작이 된 지 얼마 안 되었지 않나.”
대충 컨셉 잡았다.
나는 소후작이었고, 오랫동안 소후작을 지냈기에, 남들조차 모르는 비밀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지식은 전부, 레펠하이트의 장서관에서 얻었다.
정령제 녀석이 우리 가문에서 뭔가 숨기는 게 있다고 했으니, 그걸로 대충 둘러대면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
그리 말한 후, 카나리아는 갑작스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내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아카데미의 모든 학생을 대표하여, 아드리안과 그 외 동료 7인에게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고개를 들도록, 학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