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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1장


고대 엘프들이 직접 만든 골렘은 여태까지 봐 왔던 골렘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했다.
보이지 않는 마력의 실로 일곱 개체가 마치 한몸처럼 반응하니, 조금만 빈틈을 보여도 섬뜩한 공격이 날아들었다.
“어림도 없다!”
하지만 녀석들을 상대하는 일행의 실력도 만만찮았다.
그들 또한 5계층에서 닳고 닳은 유저들이었고, 무엇보다 준과 엘레노어의 도움으로 전투력이 정점을 찍은 상황.
결국, 전투는 일행의 깔끔한 승리로 끝이 났다.
“후우. 다른 분들이 없었으면 상당히 까다로울 뻔했습니다.”
검을 집어넣고 다가온 에이든의 말에 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나도 이렇게 빨리 마무리할 줄은 몰랐는데. 이 정도 속도라면 2, 3일 내로 탐사를 끝낼 수 있겠어.”
그렇게 다른 이들이 휴식을 취하는 사이, 준은 고대 엘프들이 만든 골렘을 유심히 관찰했다.
‘테이야의 눈물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했어. 검은 숲에서처럼 정령으로 움직여지는 골렘이지만, 정령의 사념이 주가 됐군? 꽤나 짙게 남아 있는 게 신기하네.’
함정도 없고, 위협이 된다면 다수로 움직이는 골렘들뿐. 준의 예측처럼 탐사는 사흘 차에 들어서 끝을 보이고 있었다.

* * *

“여기가 마지막 관문 같군요.”
드디어 도착한 최종 목적지.
고개를 젖혀야 될 정도로 거대한 석문을 발견한 이슈스 학회의 학자들이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오오…… 여길 좀 보게나. 각 색에 맞춰 보석을 끼울 홈이 파여져 있군.”
“이 거대한 문을 열 정도의 마도기계 장치인가?”
“이만한 수준의 장치는 많이 봐 왔지만, 이렇게 완벽히 보존되어 있는 것은 본 적이 없네!”
학자들의 열띤 분위기와 달리.
모험대와 트레져헌터들은 표정이 심각해졌다.
“무슨 크기가…….”
“도대체 안에 뭐가 있길래 저렇게 큰 문이 있는 거야?”
“위험할지도 모르겠어. 혹시 모르니까 탈출할 경로를 따 두자고.”
여태까지 봐 왔던 석실도 크기가 컸지만,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그만큼 강대한 적이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
“여태까지 함정이 없어서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자신감일지도 모르지. 함정 따위가 필요 없을 정도로 강한 놈을 준비해 놨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반면, 준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표정이 평온했다.
‘겉만 그럴 듯하지, 안에는 별거 없거든.’
준이 게임 내에서 본 석실 내부는 반파된 제단과 무언가를 감싸고 있었던 것마냥 둥근 형태로 말려 있는 세계수의 묘목.
그 두 개밖에 없었으니까.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흐르자.
그그그그그그…….
거대한 석문이 열리고, 내부의 풍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오……! 이도록 잘 보존되어 있는 유물이라니!”
“놀랍소, 참으로 놀랍소!”
“헛, 저기 보시오! 저 영롱하도록 푸른 빛! 어마어마한 마력이 느껴지고 있소!”
가장 먼저, 호기심이 가득한 학자들이 제단을 향해 달려갔다.
한편 남은 일행들은 언제라도 싸울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두고 있었는데…….
“선배?”
여태까지 평온하기만 했던 준의 표정이 마치 누군가에게 배신이라도 당한 듯 한껏 구겨져 있었다.
그 모습에 에이든은 본능적으로 검을 뽑아 들었다.
이젠 준의 표정만 보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게 될지 짐작하게 된 것이다.

* * *

게임 속에서 봤던 풍경과 달리, 지금의 제단은 반파되지도 않았고 세계수의 묘목은 본래는 없었던 푸르스름한 거대 보석을 감싸고 있었다.
“놀랍구려…… 이게 바로 그…….”
“물러서십시오!”
학자들이 놀라워하며 세계수의 묘목에 다가가려 할 때, 준의 목소리가 벼락처럼 그들을 멈춰 세웠다.
“무, 무슨 일입니까?”
“우린 아직 아무것도 건들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학자들도 생각이 있는 이들이었기에 함부로 만질 생각은 하지 않았다.
거기에 그들 또한 마력을 감지해 주는 아티팩트 단안경을 쓰고 있었기에, 이 방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이미 발동된 상태입니다.”
“예?”
[마신지체]를 지니고 있는 준은 마력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더 넓게 느끼고 있었다.
그들이 이 방에 발을 들인 순간 이미 무언가가 발동되었다.
그리고…….
구그그그그그그그――
“젠장, 역시 늦었다.”
미약하게 느껴지는 진동에 준이 혀를 찼다.
“멘트러스! 당장 세계수의 묘목을 챙기십시오!”
“무, 무슨 일인데 그러는 거요!”
“유적에 설치된 함정이 발동되었습니다!”
이쯤 되자 일행들도 무언가 일이 심상찮게 흘러가고 있음을 느꼈다.
미약했던 진동이 점차 커지고 있었고, 사방에서 흙먼지가 피어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당장 탈출해야 한다.
그러한 직감에 따라 트레져헌터들은 아까 봐 뒀던 탈출 루트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먼저 앞길을 밝히고 있을 테니, 따라서 오시오!”
“젠장! 메이단, 묘목을 챙겨라!”
“저 보석은 어떻게 하고?!”
누군가가 탐욕 어린 시선으로 세계수의 묘목에 감싸인 보석에 손을 가져다 대려는 순간.
[실드]
준이 그 손을 가로막았다.
“그 보석에 담긴 마력량은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게 아니오. 건드렸다간 온몸이 터져 죽소!”
“……!”
티틱, 티티틱!
그 말과 동시에, 천장에서 떨어지는 흙먼지가 보석에 닿자마자 증발되듯 사라졌다.
손을 가져다 대려 했던 모험가는 빠르게 미련을 버렸다.
“묘목은 챙겼습니다!”
“좋아, 탈출, 탈출한다!”
모험대가 떠나고, 흰고래 용병대는 비교적 발이 느린 이슈스 학회의 학자들을 호위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 그런데 언제까지 도망만 쳐야 하는 거요?! 유적이 지금 당장 무너져 내린다면 우리도 살아남기 힘들 터인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 있는 것보단 낫지 않겠소!”
아니나 다를까, 막 그들이 빠져나왔던 석실의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혹시 허락되지 않는 존재가 저 문을 열면 발동되는 함정이었나?
물론 모험가들 입장에선 그런 과정이 궁금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유적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는 결과뿐.
하지만 준의 표정은 심각하기만 했다.
‘이 유적이 무너지는 것조차 어떤 현상에 대한 과정이라면?’
준은 본능적으로 세계수의 묘목이 감싸고 있던 보석을 떠올렸다.
어딘가 익숙한 그 보석은, 준이 실제로 게임 내에서 봤던 물체였다.
그리고 그 물체를 에너지원으로 삼고 있던 몬스터 또한…….
“학자님들.”
“무슨, 일이십니까?”
열심히 달리고 있는 와중에도 학자들은 준의 물음에 대답했다.
“혹시, 이 모래바람 언덕의 필드 보스에 대해 아시는 것이 있으십니까?”
5계층에서 가장 유명한 필드 보스는 딱 하나뿐이다.
여태까지의 계층들과 달리, 정말 제대로 토벌대를 꾸려야만 상대할 수 있을 그 괴물.
그러나.
“‘바람가시 전갈’, 아닙니까? 허억, 허억!”
아니다.
바람가시 전갈이 이 사막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몬스터긴 하지만, 필드 보스는 아니었다.
그에 준은 자신의 예측에 점점 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때쯤, 한참 앞서 달리고 있는 트레져헌터 중 리더의 자리에 앉아 있는 인물을 향해 준이 외쳤다.
“맥스웰! 그곳이 아니오!”
“그게 무슨 말이오, 마법사!”
“이대로 입구까지 가는 것은 늦어! 이쪽으로 오시오!”
“어디로?!”
“저쪽 통로에 거대한 기둥!”
“알겠소!”
준의 말에 트레져헌터들이 일단 방향을 꺾고 그대로 천장 아래 거대한 기둥으로 모였다.
“젠장, 벌써 통로들이 무너지기 시작했소. 그런데 여긴 왜 온 거요? 당장 움직여도 모자랄 판에!”
한 트레져헌터의 말에 준은 거대한 기둥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무리 우리가 석실 등을 찾아다니며 길을 헤맸다지만 나흘이나 걸린 루트. 당장 빠져나가긴 불가능하겠지.”
“그럼?”
“베덴 님. 이쪽으 오시겠습니까.”
준의 부름에 한 학자가 아티팩트 단안경을 낀 채로 다가왔다.
그리고 준은 기둥의 움푹 파인 곳의 먼지를 치우며 가리켜 말했다.
“무슨 일입니까?”
“여기, 자세히 보시면 마력회로가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