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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1장


초대 황제.
모든 인류를 통합시키고, 전쟁을 종식시킨 역사적인 존재.
현 황실이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이유도, 모두 초대 황제의 업적 덕분이었다.
‘뭐, 에이든이 가진 재능의 원천이기도 했던 만큼 중요한 위인이기도 했지. 그래서 벌써부터 그 양반이랑 얽히기 시작한 건가.’
에이든의 내면에 깃들어 있는 초대 황제의 힘.
에이든은 누구보다도 초대 황제의 피를 가장 진하게 이어받았기에, 그 안에 깃든 힘이 각성하는 순간…….
‘별로 좋지 않아.’
거대한 힘에는 거대한 대가가 따른다. 그리고 대부분, 그 대가를 감당해 내지 못했다.
준은 가능하면 에이든이 그런 길을 밟지 않았으면 했다.
‘이 부분을 해결하려면…….’
아무래도 정신방벽을 보다 성장시켜야만 했다.
‘얘나 나나. 정신력 쪽 스킬이 많이 필요하네.’
결국 이것도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곧바로 클로이에게 말해서 [성장환]이나 스킬북을 구하든가 해야겠어.’
적잖은 돈이 깨질 테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에이든을 포기할 순 없었으니.
그렇게 보름이란 시간이 흘렀을 무렵이었다.
저 멀리 거대한 성벽이 보였다.
멸망한 연금술사들의 도시, ‘헤 드라반’이었다.

* * *

멀리서부터 이미 알고 있었지만, 헤 드라반의 풍경은 썩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다.
“이거, 귀신이라도 나오는 거 아냐?”
“이제 언데드는 그만 보고 싶습니다…….”
“동감임다…….”
하도 적성에서 했던 고생 때문인지, 에이든과 마야는 표정이 좋지 못했다.
“음. 그래도 제법 튼튼하게 잘 지어진 성벽인데.”
오랫동안 관리를 받지 못해 식물로 뒤덮인 성벽.
무너진 성문 너머로 보이는 도시의 풍경까지.
방치된 기간만 수백 년인 듯 보였는데, 놀랍게도 건물들은 하나같이 낡았을 뿐, 형태 자체는 제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굳이 위험하게 도시부터 찾아볼 필요가 있나?”
“4계층과 5계층이 세상에 알려진 지도 수백 년이 흘렀어. 그런데 이곳은 그동안 밝혀진 적 없는 필드고.”
그렇다는 말은 평범한 방법으론 들어올 수 없는 곳이란 의미기도 했다.
“어쩌면 계층단이 아니라, 특정한 방법을 통해 출입하는 필드일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말이지.”
실제로 그런 필드가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엘레노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이제부터 반대로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거고…… 그 방법이 도시 내부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바로 그거지.”
엘레노어는 새삼, 이 마법사가 무척 침착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난데없이 5계층으로 떨어졌음에도 가장 이성적으로, 최선의 판단을 할 줄 알았으니.
“일단…… 큰 건물 위주로 찾아보자고.”
“큰 건물이 한둘이 아닌데?”
엘레노어의 말처럼 도시의 건물은 낮게는 5층, 높게는 10층에 이르렀다.
지상에 비하면 하나같이 ‘큰 건물’이 아닌 게 없었다.
‘이 세계에 걸맞지 않게 건물 크기가 높긴 하네.’
“5층 이상의 건물 위주로 보자. 그보다 작은 건 비교적 낮은 계층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을 거야.”
이 세계에서 부의 상징이 높은 건물이란 것을 생각해 보면 제법 타당한 의견이었다.
하지만 얼마 안 가서.
준은 인정해야 했다.
5계층.
그곳은 아직, 일행들에겐 너무도 이른 장소였다.

* * *

“젠장, 몰려온다!”
“사방이 가로막혔습니다!”
“비켜, 내가 뚫을게!”
사방에서 뮤턴트들이 몰려들었다.
놈들은 영악하게도, 준과 일행들이 도시 내부까지 진입하도록 내버려 뒀다가, 일정 수준 이상 들어오자 곧바로 퇴로를 막고 포위를 시작했다.
문제는 뮤턴트들의 수준이 하나같이 높다는 점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준과 일행들이 아직 5계층 필드에 비해 실력이 부족했다.
‘너무 만만하게 봤다!’
준이 마력 유동체에서 마력을 뽑아내고, 영창한 마법을 쏘아 냈다.
[플레임 레이지]
주홍빛을 내뿜는 나선의 화염구가 퇴로를 가로막은 뮤턴트들에게 향했다.
뮤턴트들이 화염구로부터 거리를 벌리자 퇴로가 뚫렸지만.
후방은 그리 만만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수,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크흑!”
에이든과 마야가 전력을 다해 후방을 막았고, 엘레노어도 보호막을 펼쳤지만 그땐 이미 놈들이 범위 안으로 들어온 상황.
뿐만 아니라, 저 멀리서 무언가를 쏘아 대는 뮤턴트도 모습을 드러냈다.
“더럽게 강하네!”
쾅! 쾅!
달려드는 수십 마리의 뮤턴트들이 일제히 보호막을 후려쳤다.
하나하나가 묵직하면서도 빠르다. 얼마 안 가 보호막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소환!”
이윽고 골렘까지 소환한 준이 에이든과 마야 쪽으로 넘기고, 후방에 [아이언 램파트]를 펼쳐 적의 진로를 강제로 막아 버렸다.
“달려!”
“알겠습…… 선배!”
그런 찰나에 에이든이 준의 곁에서 검을 휘둘렀다.
카강!
저 멀리서 무언가가 이쪽을 향해 팔을 뻗고 있었다.
유일하게 원거리에서 공격 수단을 가지고 있던 뮤턴트였다.
“젠장.”
“어디로 갑니까?!”
“왔던 길로 후퇴한다!”
“알겠습니다!”
다행히 뮤턴트들이 덮쳐 온 곳은 무너진 성문과 그리 멀지 않았다.
에이든이 마력을 폭사시키며 뛰쳐나갔다.
[돌진]
앞을 가로막는 뮤턴트들을 뚫고, 뒤이어 오는 녀석들은 마야가 정리했다.
골렘이 엘레노어를 짊어지고 달렸고, 준도 [버닝 스텝]과 [그리스]로 일행들의 뒤를 따랐다.
쿠오오오오――!
캬르아아아―!
뮤턴트들의 소리가 점점 멀어져 갔다.
다만, 도주하는 침입자들을 비웃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

* * *

“허억, 허억…….”
“저, 저놈들. 성벽 밖으로는 안 나오는 건가?”
“하아.”
가까스로 도시 밖으로 뛰쳐나온 일행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진 도시를 질린 표정으로 바라봤다.
“어, 엄청나게…… 강하군요.”
뮤턴트들의 피로 물든 에이든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 어느 정도 위험할 건 예상하고 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이 정도면 5계층에서도 손에 꼽힐 난이도였다.
던전도 아니고, 필드에 저 정도로 몬스터들이 뭉쳐 있는 경우는 흔치 않았으니.
그래서일까, 일행들의 얼굴에는 난처함이 가득했다.
에이든이야 말할 것도 없었고, 마야는 엘레노어를 지키려다 어깨를 다쳤다.
그런 마야를 치료해 주는 엘레노어의 표정도 밝지만은 않았다.
“저 도시…… 탐사는 할 수 있는 건가?”
“아마 힘들겠지. 후우.”
엘레노어의 물음에 준은 순순히 대답했다. 그러자 에이든이 손을 의견을 뱉었다.
“그, 원래 5계층의 몬스터들은 저렇게 강력한 겁니까?”
압도적인 숫자도 숫자였지만, 하나하나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오르쿠타스의 전쟁 들판에서도 오크들이 꽤나 강력하긴 했지만…….
지금은 체감상 그보다 두세 배는 강하다고 느껴졌다.
“뭐……. 사실 이게 정상적인 공략이긴 하지.”
“예?”
“여태까지 우리가 너무 편했던 거야.”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서 그렇지, 여태까지 일행들이 일반적인 몬스터에게 고생을 했던 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 정도로 긴장을 끌어올려야 했던 것은 초반 검은 숲 정도가 전부였으니.
“저번에 말했다시피, 4계층부터는 공략에 들이는 시간이 대폭 늘어나. 넓어진 필드도 그렇지만, 다른 이유로는 저런 것들 때문도 있지.”
몬스터의 강함과 숫자. 그리고 공략을 꾸준히 방해하는 [필드 특성]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