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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0장
1장


하북 낭인 중 세 손가락에 들어간다는 것은, 비단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며 사람들에게 이름을 날렸다는 말이 되고, 그 과정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을 뜻한다.
수많은 의뢰를 받고, 벌어진 상황에서 길러 온 관찰력.
상황을 관찰하고 생로를 뚫기 위해 움직이는 판단력.
그러한 수많은 일을 겪으며 생기는 경험은 결코 무시하지 못할 수 없는 것들이며, 그 경험 속에서 얻은 것이 바로 귀살검이란 별호였다.
진검중을 눈앞에 두고 있는 담사진은 호흡을 다스렸다.
눈앞에 있는 이는 한 문파의 대제자.
비록, 중소 규모라고는 하지만 나름 하북에서 입지를 다져온 운검문이고, 진검중은 그곳의 대제자이다 보니 보통 실력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질 수는 없다.
힐끗하며 뒤에 있는 위천악을 바라보니 그의 표정이 상당히 무덤덤했다.
하지만 지는 순간 악귀나찰로 변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어떤 짓을 당할지 알 수가 없으니만큼, 반드시 이겨 수라문의 이름에 누가 되는 일이 없어야 했다.
아니, 정확히 말을 하자면 위천악의 꼬장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
“시작해도 되겠나?”
“큭! 구…… 귀살검의 명성…… 기죽지 않소!”
뭔 소리야?
담사진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언제, 명성으로 기죽으라 했나?
하지만 진검중의 표정을 보아하니 귀살검이라는 명성에 상당히 기가 죽은 모습이 역력했다. 이래서 사람은 명성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가겠소! 이게 운검문의 힘이오!”
그때, 진검중이 소리를 치며 땅을 박찼다.
제법 빠르다.
하지만 위천악처럼 보이지 않을 정도는 아니다.
그 순간, 칼날이 날아들었다.
사악-!
아래에서 위로, 급격히 올라오는 검로다.
과연, 대제자라는 말이 허언은 아닌 것인지 휘둘러진 칼날은 매우 날카로웠다.
피하며 검을 찔러 넣을까? 아니면 막아 내서 밀어 낼까?
어느 쪽이 더 귀살검이란 이름값에 걸맞아 보일까?
찰나의 순간 그런 생각을 하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똑바로 집중 안 해!?”
그때, 뒤에서 위천악의 험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찌나 쩌렁쩌렁하던지 몸이 다 움찔할 지경이다.
그 순간, 아래에서 위로 치켜 들어온 검로가 예상치 못하게 바뀌는 것을 보았다. 한순간 진검중의 자세가 변하며 검을 비틀어 찔러 넣은 것이다.
촤악-!
바람을 가르며 스치는 소리가 오싹했다.
식은땀이 날 정도로 날카롭다.
운검문의 대제자라는 것이 결코 가벼운 이름은 아닌 듯했다.
옆으로 몸을 흘리며 검을 가져다 댔다.
카르르릉-!
찔러 들어온 진검중의 검이 칼날 사이를 미끄러지며 앙칼진 소리를 냈다.
인상을 찌푸린 담사진이 가볍게 힘을 주어 진검중의 칼을 밀어냈다. 그러나, 살짝 거리가 벌려진 틈을 타 다시 다시 한번 검이 들어왔다.
사아악-!
휘둘러진 검이 아슬아슬하게 배를 스쳤다.
종이 한 장 차이다.
조금만 깊었더라면 틀림없이 베였을 거다.
“제법!”
눈매를 좁힌 담사진이 살짝 거리를 주며 검을 뻗었다. 어리다고 하여 상대의 능력을 얕보아선 안 된다. 위천악의 경고가 없었더라면, 작기는 하지만 부상을 입었을 상황이다.
상대를 얕보아선 안 된다.
잠시 칼날 위에서 멀어져 있었더니 그새 감이 무뎌졌던가? 담사진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으며 신색을 바로잡았다.
그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검이 움직였다.
카캉- 카카카캉-!
두 사람의 검이 연이어 부딪쳤다.
엄청난 소리를 내며 곳곳에서 불꽃이 튀어 올랐다.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귀살검이 대단한 명성을 지녔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체계적으로 무공을 익히지 못한 낭인의 불과하다는 것을 감안 한다면, 힘겹기는 하겠지만 진검중의 승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상황이 묘하다.
이는 지켜보고 있는 모두가 같은 것을 느꼈다.
틀림없이 진검중의 검이 더 화려하고 힘있게 느껴지며, 확실하게 상대를 압박하고 있기는 하지만 결정타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었다.
반대로, 담사진은 다르다.
전혀 흔들림이 없다.
사정없이 휘둘러지는 검을 막아 내면서도 하체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든 상대를 압박하기 위해 있는 힘껏 칼을 휘두르는 진검중조차 휘청이는데, 그것을 온전히 받아 내고 있는 담사진은 그렇지 않았다.
촤촤촤악-!
“크윽!”
이윽고 안정적인 자세로 버티고 있던 담사진의 검이, 흐트러진 진검중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순식간에 어깨와 가슴에 이어 다리를 베여내는 모습은 실로 절묘해서 완벽에 가까웠다.
“허억, 허억……!”
그리고 그것을 해 낸 담사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무언가 안정적이다.
예전 그 느낌이 전혀 아니다.
단숨에 세 곳을 노리는 순간적으로 변화가 많은 검술을 펼치면서도, 예전과 다르게 안정감이 느껴지며 손과 다리에 드는 부담이 덜했다.
그야말로 완벽했다.
“사,사형!?”
“져, 져 버렸어…….”
이윽고 들려오는 소리에 담사진이 호흡을 가다듬으며 옆을 돌아봤다. 무릎을 꿇은 채 피를 흘리고 있는 진검중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신이 승리했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하…… 하하…….”
저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결코, 이겼다는 것에 기뻐 흘러나오는 웃음이 아니다.
애초에 이기는 것은 당연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그러한 것보다, 자신의 검술이 전과는 다르다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지니만큼, 저도 모르게 벅찬 감정이 몰아친 것이다.
“아……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순간, 진검중의 목소리가 들렸다.
승패가 명확히 갈린 상황에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말이 끝남과 무섭게 달려들며 마치, 상대를 죽이겠다는 의지를 담은 듯 매섭게 휘둘러져 왔다.
사악-!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낭인으로서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이치다.
상대의 목을 베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기습적인 한 수 또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여, 가볍게 얼굴을 뒤로 젖히며 검을 피했다.
코끝으로 스쳐 지나가는 검은 살기가 짙다.
이게 비무인지 실전인지 감이 오지 않을 정도다.
방심을 하지 않겠다 다짐을 하였고, 그렇기에 긴장의 끈을 끝까지 풀지 않았기에 허용되지 않았던 한 수다.
인상을 찌푸린 담사진이 그대로 발을 뻗었다.
퍼억!
강한 힘에 뒤로 밀려 나가던 진검중이 이를 악물며 균형을 잡더니 품에 무언가를 꺼내어 내던졌다.
캉-!
날아드는 것은 비수인가?
단순히 던진 것에 힘이 실려 있다.
마치, 비도술을 익히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요즘 검문은 암기도 쓰냐?”

순간, 위천악이 했던 이야기가 떠오르며 휘둥그레 눈을 치켜뜨는 순간, 또다시 땅을 박차고 앞으로 날아드는 진검중의 손에서 네 자루의 비도가 날아들었다.
한데, 궤적이 이상하다.
똑바로 날아드는 것이 하나, 곡선을 그리며 날아드는 것이 또 하나, 그 밖에 허공에서 뚝 떨어지기까지 하는 기이한 모양이었다.
카카캉- 촤악-!
날아드는 세 자루를 막아내는 것에 성공하였지만, 마지막 한 자루가 허벅지를 베고 땅에 박혔다.
큭! 하며 신음을 흘리는 사이 접근한 진검중이 횡으로 검을 휘둘렀다.
뭐야 이거? 비도술과 검술의 조화인가?
캉-!
이내, 그것을 막아 낸 담사진이 다시 한번 검로를 바꾸며 칼을 찔러 넣으려는 진검중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단숨에 거리를 좁히며 칼의 간격을 죽이고는 그대로 주먹을 뻗어 아래턱을 강하게 가격했다.
퍼억-!
“커억!”
강한 충격을 받은 진검중이 한두 걸음 주춤하며 걷더니 이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쿵!
쓰러지는 소리가 격렬하게 울려 퍼졌다.
그것은 마치, 패배를 했다는 신호탄과도 같았다.
“마…… 말도 안 돼…….”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운검문의 대제자가 검술은 물론이오 비도술까지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이기지 못했다.
상대가 귀살검이니 만큼 쉽지 않은 싸움이 되리라 생각을 했지만, 눈이 있는 이들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몰아쳤으나 진검중은 단 한 번도 담사진을 압도하지 못했다.
그저 운검문의 검술을 마구잡이로 퍼부었고, 그것도 모자라 비도술까지 썼음에도 불구하고 판을 뒤집지 못한 것이다.
“이런…… 무슨……!”
방지학은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심지어 이번에는 운검문 앞마당에서 벌어진 일이다. 너무 어이없는 상황에 넋이 나간 버린 것인지, 그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