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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1장


그가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가?
궁금한 일이다.
하지만 내막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몸은 좀 어떤 것 같아?”
내 물음에 태윤이 형은 간단하게 몸을 풀었다.
예전에 내가 몸이 나았을 때처럼, 손과 발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던 그가 빙그레 웃었다.
“몸 상태는 최고야.”
“기억은 모두 돌아왔고?”
“그래. 전부.”
말하는 그의 얼굴은 심각했다.
자신이 그렇게 된 이유를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말했듯, 지금은 중요한 게 아니다.
“마력 회로는? 한번 확인해 봐.”
“어…… 나 마력 회로 완전히 박살 났었거든? 그래서 마력 회로는 못 쓸 것 같은데.”
멋쩍다는 듯 머리를 긁는 그를 보며 말했다.
“나았을 거야. 한번 확인해 봐.”
태윤이 형이 쭈뼛거렸다.
“……너도 알겠지만 마력 회로 다쳤을 때 마력을 쓰려고 하면 엄청나게 아프잖아.”
“나도 잘 알지. 하지만 나았을 거야.”
“……그, 그래?”
그가 ‘네가 그렇다면’라고 중얼거리더니 눈을 감은 채 심호흡을 했다.
“……한다. 한다. 진짜 한다.”
어떻게 된 게 예전의 나랑 똑같은 반응을 보일까.
‘설마 내가 보고 배운 건가?’
하기야 그는 내게 큰형 같은 사람이니까.
그리고 그만큼 망가진 마력 회로를 억지로 사용하려 할 때의 고통이 크다는 뜻이다.
이윽고 눈도 질끈 감고, 이도 악문 그가 마력 회로를 발동시킨 순간.
스스스-
대기의 마력이 그를 향해 모여들고.
땅이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의 주변으로 솟아오르는 토벽.
금속으로 이뤄진 칼 등의 병장기.
S급 초인, 조태윤의 특성 중 하나인 ‘연성’이었다.
대지를 이루고 있는 흙과 금속 등을 형태로 빚어 내고 그것을 또 다른 특성인 ‘경화’로 경질화시켜 전투에 활용하는 ‘중전차’ 스타일의 초인.
조태윤이 돌아왔다.
자신의 특성이 멀쩡하게 발휘되었다는 사실에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얼떨떨해 하고 있었다.
“어? 지, 진짜네?”
“축하해.”
“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해답을 요구하는 듯, 어리둥절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는 그를 향해 씩 웃으며 말했다.
“자세한 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일단 밥부터 먹으러 가자.”

* * *

찜닭이라는 음식의 가장 커다란 장점은 푸짐하다는 것이다.
감자도 넣고, 당면도 팍팍 넣고, 파, 떡 등 먹고 싶은 재료가 있다면 뭐든 같이 넣어도 좋다.
호불호 강한 식자재만 빼고.
원래 나현이가 오면 저녁으로 먹으려고 했지만, 상황이 상황 탓인지 나현이는 오지 못했다.
‘하지만 재료 손질은 모두 해 놨고.’
잡내를 다 빼둔 닭이 열 마리.
감자를 포함해, 손질한 야채가 거의 한 박스.
불려 둔 당면이 세 봉지에 떡도 잔뜩.
언제든 쾌속 취사를 할 수 있도록 쌀도 잔뜩 불려 놨으니, 밥도 준비 오케이.
‘이 정도면 나현이도, 형도 배불리 먹겠지.’
뒷산에서 내려와 우리 집 마당으로 들어서자 태윤이 형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와…… 여기가 네 집이야?”
“응.”
“무슨 시골집 같네.”
“시골 맞아.”
“어?”
태윤이 형이 떨떠름한 얼굴로 둘러봤다.
“근데 그러고 보니 여기 어디야? 서울은 아닌 거 같은데?”
“여기? 강원도야.”
“가, 강원도?”
“은퇴하고 이곳에서 살고 있거든. 자세한 이야기는 밥 먹으면서 하자.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흠흠,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그보다 형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거든?”
“부탁?”
태윤이 형이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뭔데? 말해 봐.”
“아궁이 좀 지어 주라.”
심각하던 그의 얼굴이 팍 풀어졌다.
“아궁이를 지어 달라고?”
“응. 형 특성이면 만들 수 있잖아.”
흙을 조작할 수 있는 그의 ‘연성’ 특성이라면 훌륭한 아궁이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말했듯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드는 ‘DIY’ 정신도 좋지만, 요즘은 시골에서도 다 사람 써서 만든다니까.
‘세르게이 씨와 뽀꿀롬 씨의 일감이 하나 줄겠군.’
이윽고 하하 웃은 태윤이 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을 밑에서 위로 슥 그어 올린 순간이었다.
쑤우욱-!
연기가 빠져나갈 굴뚝까지 달린 멋들어진 아궁이가 솟아오르고.
곧이어 그가 손가락을 한 차례 흔들자 아궁이에 경화 특성까지 가미되어 흡사 강철처럼 튼튼해졌다.
“이 정도면 될까?”
“이야…… 역시 형 특성은 편하다니까? 옛날에 작전할 때도 이걸로 움막 지어서 쪽잠도 자고 했잖아.”
“하하하! 그랬었지.”
예전 기억이 떠오르는 듯.
아련한 눈빛을 한 그가 중얼거렸다.
“그랬었지…… 다들 잘 지내려나 모르겠네. 혹시 다른 애들 소식은 들은 거 없어?”
힐끔 집 쪽을 보며 말했다.
“나현이는 형이 낫는 거 기다리기 지루하다고 먼저 내려간다고 했는데, 지금쯤 티브이 보고 있을걸. 요새 챙겨보는 드라마가 생겨서.”
“……어?”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겠다는 것처럼 태윤이 형이 눈만 끔뻑거렸다.
“나현이가 여기 있다고?”
“응.”
“지금 네 집에?”
흠흠,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나랑 약혼했거든. 그냥 약속한 거지만.”
“…….”
“뭐…… 그렇게 됐어.”
멍하니 굳어 있던 태윤이 형의 몸이 들썩들썩거리더니 이내 빵 터져 웃음을 터뜨렸다.
“으하하하하!! 정말이냐?”
“쉿! 쉿! 마을 사람들 다 나온다.”
“으흐흐…… 하하하, 이야! 아무튼 축하한다. 드디어 그렇게 됐구나. 드디어.”
뭔 드디어야.
아무튼 태윤이 형의 웃음소리를 들었는지 나현이가 내 슬리퍼를 신고 슬금슬금 현관에서 걸어 나왔다.
“왔어?”
“오! 차나현! 축하한다. 성준이랑 결혼할 거라며?”
“응. 오랜만이네.”
나현이의 심드렁한 반응에 태윤이 형이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이야, 차나현. 넌 진짜 그대로구나.”
아닌데.
얼마 전에 삼겹살 먹으면서 찔찔 짰었는데.
아무튼 예전에 산 업소용 육수 냄비를 아궁이에 얹은 후, 밑 준비를 마친 닭을 냄비에 우르르 때려 넣으며 말했다.
“맞아, 성곤이도 얼마 전에 만났어.”
“성곤이도 만났어? 정말?”
“응. 만나면 걔도 형도 서로 놀랄걸.”
성곤이는 태윤이 형이 바싹 마른 고목처럼 된 것에 경악할 것이고, 형은 성곤이의 ‘풍채’가 듬직해졌다는 사실에 흡족함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오현중은 얼마 전에 잠깐 만나기는 했는데 지금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바 아니고.”
“아, 나도 걔는 별로 관심 없어.”
나현이도 한마디 던졌다.
“난 걔 싫어.”
“나도.”
“나도.”
오현중 비호감론은 만장일치로 가결됐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형이 마지막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