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1
§ 차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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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제가 직접 가겠습니다.”
“……뭐라고요?”
키아렌의 대답에 헨리는 순간 말문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카이온 부대를 지원하기 위한 군대의 지휘를 총사령관인 키아렌이 간다는 말인가?
헨리가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됩니다.”
“다른 이가 없지 않습니까. 많이도 필요 없습니다. 3만…… 아니, 2만 명이면 됩니다.”
키아렌은 빠르게 머릿속으로 상황을 그렸다.
2만 명을 이끌고 적의 부대 오른쪽으로 돌아가 카이온 부대의 뒤를 공격하는 적들을 막아 내는 것이다.
“적의 지휘관을 죽인다면 이 전쟁은 그 즉시 끝날 겁니다. 녀석들이 아무리 수가 많다고 하나 알렉산드로를 제외한 모든 오러 마스터가 죽은 상황이니까요.”
게다가 그조차 부상으로 인해 전장에 나서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지휘관만 잡으면 제국의 의지를 완전히 꺾어 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적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 카이온 부대였다.
그들이 적의 지휘관이 있는 곳으로 진격하는 그때, 후미가 완전히 무방비해지기 때문이다.
“만약 놈들이 카이온 부대의 뒤를 노린다면 아무리 카이온 부대라 하더라도 위험할 수밖에 없기에…….”
카이온 부대의 특성은 그야말로 창처럼 적을 뚫고 들어가는 것이니까.
그렇지만 데미안은 이미 칼론과 싸우느라 대부분의 오러를 소모한 상태이지 않은가.
“제가 그 후미만 막아 준다면 카이온 부대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겁니다.”
아주 중대한 일이기에, 키아렌은 현재의 상황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추측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헨리는 키아렌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꾹 쥐었다.
키아렌이 전쟁을 빨리 종식시키고자 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너무나 위험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겠습니다. 키아렌 님의 작전에 따르지요.”
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키아렌이 어떤 것을 바라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자신 또한 이 미친 전쟁을 하루빨리 끝내고 싶었으며.
또한 단 한 명의 병사들이라도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랐다.
이 작전이 성공한다면, 더 이상의 희생은 막을 수 있을 테니까.
헨리가 키아렌을 보며 말했다.
“준비는 제가 하겠습니다. 반드시…… 반드시 살아 돌아오십시오.”
뛰어난 책략가로 대륙에 위명을 떨치고 있는 헨리였지만, 이럴 땐 자신이 무장이 아닌 것이 분하기만 했다.
하나, 키아렌은 헨리의 그런 마음을 안다는 듯.
“걱정 마십시오. 반드시 돌아올 테니.”
헨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이윽고 헨리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 대답과 함께 키아렌이 서둘러 부관들을 이끌고 진격 준비를 시작했다.
* * *
촤악! 서걱!
“끄아아악!”
데미안은 앞을 가로막는 제국의 병사들을 향해 창을 휘두르며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엄청나게 많은 병사들.
외곽으로 우회하여 들어왔지만, 결국 적의 후미 중앙부까지 파고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엄청난 숫자로군.’
전방으로 많은 병사들이 이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렇게 많은 병사들이 남아 있을 줄이야.
그에 옆에 있던 디아날이 다가오며 말했다.
“부대장님, 녀석들의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
데미안이 침묵했다.
분명 적의 가장 후방이라 할 수 있는 곳인데 안으로 진입할수록 겹겹이 쌓여 있는 병사들의 방어벽이 더욱 강해지는 듯했기 때문이다.
‘뭐지……? 뭔가…….’
평소에 겪었던 전쟁과는 다른 양상이었는데.
일반적으로 지휘관을 보호하며 경계하는 병사들의 진형이 아니었다.
물론 이 전쟁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을 생각한다면 지휘관이란 존재는 상당히 중요하다.
알렉산드로를 제외한 오러 마스터를 모두 잃은 제국의 입장에선 지휘관이 죽는다는 건, 곧 전쟁의 패배와도 같은 말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많은 병력들을 전방으로 조금 더 이동시킨다면, 그들에게 유리할 수 있을 텐데.
‘제국의 황제가 오지 않은 이상, 이런 식의 경계는 오히려 병사들을 낭비하는 꼴이 될 텐데…….’
아니면 자신들이 이곳으로 올 것을 미리 예상하고 이런 전략을 구사한 것인가?
머릿속이 복잡해지며 창을 휘두르는 몸이 무거워졌다.
하지만 그때.
“……!”
저 멀리, 데미안의 눈에 들어오는 무언가.
멀리서 펄럭이는 그것에 데미안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바로 제국 황제의 깃발.
그리고 그 아래에 보이는 한 남자.
“발렌티아…… 시무어?”
제국 황제를 직접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과거의 삶에서부터 지금까지.
그의 초상화를 숱하게 보지 않았던가.
너무나도 일치하는 그 모습에 데미안은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벼락이 떨어진 것만 같았다.
‘어떻게 제국의 황제가…….’
이곳에 있는 거지?
하지만 그를 확인하는 순간, 지금 이 모든 일들이 납득되었다.
데미안이 디아날에게 말했다.
“디아날.”
“예, 부대장님.”
“제국의 황제가 이곳에 있다.”
“……황제가 말입니까?”
디아날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게 지금 무슨 말이란 말인가.
이어서 데미안이 창으로 저 멀리 보이는 깃발을 가리켰다.
“저 아래에 있는 저자가…… 바로 제국의 황제다.”
“……!”
디아날의 눈에도 선명하게 보이는 모습.
그와 함께 디아날의 눈빛이 날카롭게 가라앉았다.
곧이어 데미안이 창을 들며 소리쳤다.
“카이온 부대!”
“예!”
“전속력으로 뚫는다. 모두 죽을힘을 다해 따라와라!”
“예! 알겠습니다!”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는 대답.
부대원들의 열기가 더욱 뜨겁게 타오르는 느낌과 함께 데미안이 앞을 가로막는 제국의 병사들을 꿰뚫었다.
콰앙!
거대한 망치로 후려치는 것처럼 튕겨 나간 제국의 병사들과 동시에 비명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달리는 말 위에서 데미안은 몸속에 있는 오러를 확인했다.
이미 칼론과의 싸움에서 대부분의 오러를 소진해 버린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한 번…….’
쥐어짠다면 딱 한 번 정도는 오러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육체에 엄청난 부담이 생기겠지만.
‘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다.
제국의 지휘관이.
그리고 제국의 황제가 이곳에 있다.
저들만 죽인다면 전쟁을 끝내는 것은 물론, 제국의 야망을 완전히 억누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같은 시각.
콰앙!
왼쪽에서 터져 나오는 굉음에 황제와 함께 있던 아일레스의 고개가 소리가 난 방향으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한 부대.
아일레스의 미간에 주름이 깊게 파였다.
“카이온 부대……!”
아일레스의 격정적인 반응에 옆에 있던 발렌티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설마 적의 부대가 이만큼 들어올 때까지 알아채지를 못했다는 말인가?
‘신호를 보낼 여유조차 없었다는 건가.’
도대체 얼마나 강하기에.
그리고 그 순간 발렌티아의 머릿속에 무언가 하나의 단어가 스쳐 지나갔다.
발렌티아가 아일레스에게 물었다.
“저들이 칼론을 쓰러트린 오러 마스터가 있는 카이온 부대인가?”
“……그렇습니다.”
칼론의 패배는 제국의 입장에서 가장 치명적인 상처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돌이킬 수는 없는 법.
아일레스는 표독스럽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카이온 부대를 보며 말했다.
“감히…… 이곳을 바로 치겠다는 말인가.”
오만하고도 건방지다.
이곳은 자신들의 진영 안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
“절대 살려 보내지 않겠다.”
아일레스는 빠르게 부관들을 통해 명령을 하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