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0
§ 차례 §
1장
2장
3장
4장
5장
1장
“……괴물들이군.”
아일레스는 멀리서도 선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두 오러 마스터의 격돌을 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인간을 초월한 두 사람의 격돌.
사실상 저들의 싸움이 전쟁의 승패에 엄청나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알렉산드로 장군이 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만 아일레스가 염려하고 있는 것은, 제국의 상징과도 같은 전력이 다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피유우우우우우우웅!
갑자기 하늘로 솟구치는 붉은 신호탄.
아일레스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신호탄이 날아온 것이 알렉산드로가 있는 진형이었기 때문이다.
아일레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무슨 생각인 거지…….’
하지만 그 생각의 정답을 내릴 시간은 없었다.
우선은 작전대로 일을 수행해야 할 때이니까 말이다.
아일레스는 곧장 병사들을 움직였다.
그의 시선의 방향에서 좌측 병력.
거의 1만에 달하는 병사들이 빠르게 알렉산드로가 있는 곳으로 진격하기 시작했다.
뿌우우우우우우우우!
뿔 나팔이 빠르게 울려 퍼지며 병사들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중대장, 대대장급의 지휘관들이 서둘러 병사들을 움직였다.
“우아아아아아아아!”
“적들을 모조리 쳐라!”
사실상 알렉산드로와 싸우고 있는 데미안과 그의 부대인 카이온 부대.
고작 300명밖에 되지 않는 부대를 향해 1만의 병력이 움직이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렇지만…….
뿌우우우우우!
제국의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연합군의 우측 끝자락에 있던 병력들 역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키아렌이 적절하게 대처를 한 것이었다.
그리고 같은 시각.
“……!?”
데미안은 갑자기 제국 병사들 뒤쪽으로 물러나고 있는 알렉산드로를 보며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오러까지 완전히 회수한 채 뒤로 빼고 있는 그의 모습이 의아했기 때문이다.
‘……어째서?’
승기는 비등비등하다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자신이 이길 수 있는 확률은 정말 절반 정도였다.
그렇기에 알렉산드로가 갑자기 뒤로 몸을 빼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으득!
데미안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대로 알렉산드로를 놓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데미안이 소리쳤다.
“카이온 부대!”
마력을 실은 데미안의 목소리가 전장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카이온 부대와 함께 알렉산드로의 기사단을 몰살시키고 있던 디아날이 빠르게 데미안을 향해 달려왔다.
“카이온 부대, 전원! 집결하였습니다!”
그 움직임은 그야말로 신출귀몰 그 자체였다.
원래도 기동성이 뛰어났었지만, 말을 타면서 더욱 그 부분이 극대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뽀얀 먼지를 가득 일으키며 달려온 카이온 부대를 보며 데미안이 빠르게 말 위로 몸을 날렸다.
파밧!
이윽고 말에 오른 데미안이 창을 움켜쥐며 물러나고 있는 알렉산드로를 보았다.
‘놓치지 않는다.’
데미안의 의지는 강렬했다.
이대로 녀석을 놓아주었다간 다음번에 상당히 위험한 일이 생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데미안이 말의 옆구리를 발로 찼다.
“가자!”
“예!”
바로 뒤에 따라붙은 디아날이 크게 대답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이윽고 데미안을 선두로 카이온 부대가 맹렬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는 그들의 모습에 달려들던 제국의 병사들이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노, 놈들을 막아라!”
“방패병! 창병! 놈들을 막아라!”
“밀려나지 마라! 말부터 공격해!”
무려 1만이나 되는 제국의 병사들.
압도적인 숫자였지만, 기세만큼은 카이온 부대를 따라갈 수 없었다.
데미안의 창이 마력으로 진동하기 시작했다.
“비켜라……!”
쑤아아아아악!
데미안이 휘두른 창에서 푸른빛의 투기가 뻗어 나가며 선두에 있던 적의 병사들을 갈랐다.
그리고…….
콰앙!
빈틈이 생긴 부분으로 카이온 부대가 질주하며 제국의 병사들을 날려 버렸다.
그야말로 육탄 공세.
탄력을 받은 말들은 몸으로 제국의 병사들을 밀쳤고, 앞발로 그들의 어깨를 찍어 누르며 맹렬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히이이이이이이잉!
거침없는 진격.
후퇴하고 있던 알렉산드로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내심 감탄을 숨길 수 없었다.
‘……대단한 부대다.’
처음 저 부대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 언제였지?
3년? 아니, 5년?
5년이 채 되지 않은 부대가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까지 명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아니, 그런 것을 떠나서 저렇게 강한 위엄을 매번 보여 주는 게 가능한가?
알렉산드로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십수 년 동안 강한 훈련을 받고 성장한 기사단조차 전장에서 저런 활약을 보여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순히 카이온 부대를 이끄는 데미안이 뛰어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카이온 부대원 한 명, 한 명.
그들의 힘이 엄청나게 강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제는 기마대가 되었지만, 이전까지 일반 보병이었던 그들의 개인적인 전투력은 상급 기사 이상이라 할 수 있었으니까.
“……정말 탐나는군.”
이토록 가지고 싶었던 것이 있었을까?
알렉산드로는 전차처럼 질주하는 카이온 부대를 보며 아쉬운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그만큼 카이온 부대의 용맹함은 하늘을 찌를 듯 대단했기 때문이다.
하나…….
“……그렇기에 지금은 물러날 수밖에 없지.”
가질 수 없다면 반드시 사라져야 할 부대다.
알렉산드로는 아쉬움을 달래며 뒤돌아보지 않고 후방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렉산드로가 지나간 자리로 제국의 병사들이 벽을 세우며 카이온 부대를 향해 맹렬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쾅!
“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악!”
“막아! 어떻게든 막아라!”
지휘관들이 병사들을 앞세우며 카이온 부대의 질주를 막기 위해 발악했다.
그리고 숫자로 밀어붙이는 그들의 위력에 카이온 부대의 속도도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부대장님! 이제 빠져나가야 합니다!”
기마대의 위력은 속도에서 나온다.
게다가 조금씩이지만 상처를 입기 시작하는 말도 나오기 시작했다.
디아날의 다급한 외침에 데미안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대로…… 녀석을 놓쳐야 한단 말인가?
데미안 역시 알고 있었다.
이 상태로 가다가 속도가 완전히 떨어지게 된다면 부대가 적들에게 포위당해 완전히 고립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꾸욱.
데미안이 창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이대로 물러나는 것이 상당히 아쉬웠지만.
“하압!”
콰르르르르릉!
이어 데미안이 창을 휘두르며 마력을 강하게 발산했다.
마력이 쑤욱 하고 뽑혀 나가는 것처럼 엄청난 양의 마력이 소모됨과 동시에.
콰콰콰콰쾅!
“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악! 내 파아알!”
그들을 막고 있던 수십 명의 제국 병사들이 튕겨 나가며 크게 부상을 입었다.
공간이 확보되자 데미안이 곧장 말 머리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옆으로 우회하여 이곳을 빠져나간다! 모두 속도를 올려라!”
“예, 알겠습니다!”
큰 외침과 함께 뒤따라오던 카이온 부대원들이 더욱 박차를 가해 주변에 있던 제국의 병사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