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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에서 한글로 살아남기 5권
유우리 퓨전 판타지 장편소설
목차
#토라에몽
#학년 말의 시험
#라이칸스로프 안주혁
#교수 카탈록
#끝이 아닌 시작
#에꼴
#본 페스티벌
1
#토라에몽
“맞다, 아티팩트.”
테른은 제 손에 쥐어진 물건부터 확인해 보기로 했다.
열 개나 되는 백신전의 시련을 통과해서 얻어 낸 보상!
과연 무슨 아티팩트가 주어졌을까?
테른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게 뭐야? 웬 노트?’
손에 쥐어진 건 약간 허름해 보이는 노트 한 권이 전부였다.
도통 어떤 쓰임새를 가진 물건인지 짐작도 안 가는 물건.
아니, 노트라는 건 무언가를 적기 위해 적는 물건이니 아마도 쓰임새는 그것 말고는 없겠지만…….
‘그 고생을 했는데 고작 노트 한 권이 전부라고? 이게 뭔… 아니지. 만신전의 보상이 만년필이었던 걸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건가?’
생각을 이어 나가던 테른은 바로 몸을 비틀어 공격을 피해 냈다.
사각을 노리고 기계 골렘 한 마리가 그를 향해 날카롭게 공격을 잇고 있었다.
재빠르게 몸을 움직인 테른은 바로 반격을 가해 기계 골렘을 무력화시켰다.
그리고 침음을 흘렸다.
“그나저나 여기선 뭔 일이 있었던 거야?”
패드로 성의 지하 통로는 무슨 폭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사방이 무너진 상태였다. 허물어진 벽돌 사이로 낀 기계 골렘이 괴로운 듯 낑낑대는 게 보였다.
스가아악!
그중 살아남은 기계 골렘들이 테른을 향해 막무가내 공격을 펼치고 있었다.
테른은 그 공격을 튕겨 내고 베어 내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일단 여길 빠져나가야겠네.”
거두절미하고 테른은 땅을 박차고 지하 통로를 가로질렀다.
내내 방해꾼들이 있었지만 뚫고 나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다들 폭격이라도 맞았는지 온전한 놈을 찾기 힘들었으니까.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지?’
테른은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다.
연신 폭탄을 터뜨리는 미친 폭탄마를 발견한 것이다.
“죽어라! 다 죽어라!!”
폭탄은 예술이다!
쾅! 콰아앙! 콰앙!
눈이 돌아간 루시아는 물 만난 고기처럼 엄청난 폭탄 세례를 쏟아부었다.
아군과 적군을 가릴 것 없이 공평하게 터져 나가는 폭발엔 비명만이 난무했다.
테른은 의문을 품었다.
“…저래도 되나?”
트라우마가 어쩌고 조심해야 한다고 본인이 말하지 않았나?
“테른! 돌아왔군!”
테른이 황당해하는 사이 그를 발견한 시벨 패드로가 빠르게 다가왔다.
이후 상황이 어찌 흘러가는지는 빠르게 전해 들을 수 있었다.
테른이 바로 말했다.
“그런 거라면 진즉에 말했어야지! 다 부숴도 된다고?!”
“아니, 잠깐… 잠깐! 진정해!”
시벨 패드로는 당장이라도 제2의 폭탄마가 되려는 테른을 겨우 진정시켰다.
“너무 과하게 터뜨리면 안 돼! 제아무리 내 기억이 백업되어 있다지만, 어느 정도 원형은 유지하고 있어야 한단 말이야!”
나중에 어떻게든 복구가 가능하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모조리 터뜨리는 방식은 안 될 일이었다.
그만큼 복구에 시간이 더 걸리는 건 물론, 자칫 잘못하면 복구조차 안 될 수 있었다.
“정도가 있는 거라고……!”
테른은 그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원판이 아예 남아 있질 않는다면 복구가 제대로 될 턱이 없었다.
“그보다 저걸 막아야 해. 심상치 않아.”
시벨 패드로는 성의 한쪽에서 솟구친 빛의 기둥을 가리켰다.
“저쪽에 아티팩트가 또 있을지도 몰라.”
“무슨 아티팩트가 있는데?”
“몰라. 하지만 놈들의 손에 들어가게 둬선 안 된다는 건 확실해.”
“그건 그렇지.”
저렇게 화려한 이펙트를 뿌려 대는 물건이 평범한 물건일 것 같진 않았다.
하물며 위치가 가주의 방이 있는 곳이라질 않은가?
어쩌면 백신전에 맞먹는 무언가가 또 숨겨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테른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시벨 패드로를 바라보았다.
‘보물 창고가 따로 없네, 이놈.’
누가 패드로 가문의 후계자가 아니랄까 봐, 내면에 별별 아티팩트를 다 달고 다닌다.
이 정도면 언제 한번 날 잡고 이놈의 내면을 본격적으로 탐방해 봐야 하질 않나?
“테른.”
“그래. 진짜 날 잡고 한번 해 보는….”
“?”
“아, 아니다. 뭐냐?”
멋쩍게 웃는 테른을 의심스럽게 쳐다보던 시벨 패드로는 조심스러운 기색으로 물었다.
“아티팩트는 가져왔어?”
“가져왔지.”
테른은 노트를 꺼내어 보여 줬다.
“근데 어떻게 쓰는지는 잘 모르겠어. 대체 뭐에 쓰는 건지.”
“글쎄…….”
그때였다.
“다 내 뒤로 와!”
에리온이 정면으로 뛰어오르며 펄럭이는 망토를 뻣뻣하게 만들어 방패를 세웠다.
어마어마한 에너지 광선이 첨탑에서 쏘아져 이쪽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저, 저건, 우리 가문의!”
깜짝 놀란 시벨 패드로를 붙들고 테른은 일단 에리온의 뒤로 자리를 잡았다.
뭔지는 몰라도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루시아도 빠르게 합류하며 에너지 광선의 궤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쪽을 올려다보던 테른은 깜짝 놀랐다.
“?!”
에리온이 뻣뻣하게 만들어 세운 망토 방패 앞으로 노트가 낱장을 펄럭이며 날고 있는 것이다!
‘아, 아니? 저게 왜 저기에?!’
의문을 해소할 틈도 없이 날아든 에너지 광선은 노트를 직격했다.
놀랍게도 광선에 직격당한 노트는…….
츠츠츠츳!
날아든 광선을 모조리 소멸시키고는 유유자적 낱장을 흔들며 테른의 앞으로 날아왔다.
마치 비둘기처럼 날아 돌아온 녀석은 테른의 손 위로 살포시 안착했다.
“뭐, 뭐야? 테른? 네가 한 거야?”
“그게….”
누구보다 놀란 눈을 뜨고 있던 테른은 노트에 빽빽하게 채워진 문장을 확인했다.
수많은 문자열과 그 안에 담긴 내용을 읽어들인 테른은 다시 한번 놀랐다.
‘방금 그 광선을 흡수한 건가?’
꺼억!
테른은 노트로부터 들려오는 트림에 아티팩트의 정체를 더욱이 알 수 있었다.
이건 평범한 노트가 아니었다.
“…너 살아 있는 거였냐?”
놀라기도 잠시.
-표적을 제거하라! 표적을 제거하라!
-표적을 발견했다! 표적을 발견했다!
-테른!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이 배신….
그들을 향해 기계 골렘과 에몬에 의해 조작당한 등장인물들이 밀려오는 게 보였다.
그중 조작당한 디에고 빅토르는 여자 친구에게 차인 듯한 얼굴로 호소를 하고 있었다.
그들이 가까워졌을 무렵.
츠카아아앙!
노트는 다시 한번 날아오르더니 앞으로 광선을 쏘아 냈다.
일직선으로 날아간 광선은 디에고 빅토르와 기계 골렘을 가뿐히 찢어 버렸다.
“…….”
“…….”
“흠… 이게.”
학생들은 할 말을 잃은 듯 말없이 구멍이 나 버린 현장을 보았다.
테른은 뒤늦게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지, 지금이다! 지금이야!”
노트에 의해 뻥 뚫린 길은 직선으로 빛의 기둥을 향해 나 있었다.
움직이려면, 바로 지금!
마찬가지로 정신을 차린 학생들은 테른을 필두로 그 길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적들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첨탑으로 어마어마한 마력이 집적되더니 다시 이쪽을 겨냥한 것이다.
“노트야! 다시 나설 차례… 음?!”
테른은 낭패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두 번은 안 되는 건가!’
한 번 흡수하고 쏘아 낸 뒤에 쿨타임이라도 가지는 걸까. 노트는 골골대며 테른의 손 위에서 부르르 떨 뿐이었다.
-여긴 지나갈 수 없다. 가증스러운 마법사들이여!
심지어 에몬의 등장인물인 벤허마저 나타나며 그 앞을 가로막았다.
도끼를 어깨에 짊어진 놈을 올려다본 테른은 헛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