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세가 6
지은이 사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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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
제1장 습격을 받다
제2장 중경이 슬픔에 빠지다
제3장 내가 할 일
제4장 신비소호
제5장 단서를 잡다
제6장 거짓 소문
제7장 회담
제8장 거창왕야
제9장 뇌전신공
제10장 서문우
제11장 장보도
제1장 습격을 받다
서문세가의 상단은 흑천단합대회에 제공할 물건들을 구하기 위해서 사천의 상단을 만나 이야기를 하는 등 부지런히 움직이며 흑천단합대회에 쓸 물건을 하나하나 확보해 나갔다.
사도혈맹지회에서는 나무만 제공을 했기에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흑천단합대회는 또 달랐다.
물건을 구하고,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이 익숙지 않은 맹우의 어머니 소혜는 어렵고 힘들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물건들을 구하지 못했는데, 이 물건들은 거양상단을 통해서 구하기로 하고 그들을 만나기 위해서 감숙성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다행입니다. 사도혈맹지회에서의 안 좋은 일로 인해 사이가 조금 틀어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참으로 다행입니다.”
소혜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상단을 이끌면서 힘들고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이로 인해서 세가를 비롯해 중경의 사람들이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행복감을 느낀 것이다.
사도혈맹지회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지만, 그 일로 인해서 거양상단은 대리세가와 약속한 대리석의 일부가 아닌 전량으로 늘어났다.
서문하로 인해서 생긴 일에 대한 대리명한의 미안함의 표시이기도 했다.
비록 사도천에서는 후계자의 팔이 날아간 사건이 되었지만, 사도천의 재정을 생각해 보면 더 좋은 기회가 되었고, 앞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사공천 역시 잠깐의 시련은 있었지만 다시금 일어나 한 손으로 검을 잡고 수련을 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기에 사파는 안으로 내실을 더욱 다질 수가 있었다.
또한 자신의 자리를 낮추어 후계자가 아닌 거양상단을 맡겠다는 뜻을 사공후에게 전달했고, 사파인들은 후계자의 위치에서 상단의 상단주의 위치로 낮춘 그의 결정을 지지하며 더욱 단결된 모습으로 경쟁하는 중이었다.
“이번에 거래가 잘 끝나면 세가에도 여유가 생길 것입니다.”
서유가 말하자 소혜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네! 그럼 중경 시내의 어려운 사람들을 조금 더 많이 도와줄 수 있을 거예요.”
일은 힘들고 어렵지만 보람이 있었다.
자신 역시 어려운 생활을 해 보았기에 그들이 큰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작은 것!
그냥 함께한다는 것. 그 작은 것이 그들에게 큰 힘이 되고, 그 힘이 스스로 일어날 수 있게 해 주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서문세가에 고마움을 느끼고 또 감사하고 있었다.
자신이 서문세가에서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 역시 빛을 볼 수 있었으면 했다.
“상단주님은 마음이 너무 착해요.”
난화가 말하자, 소혜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어서 가세요. 약속 장소가 그리 먼 곳이 아니니까요.”
많은 짐을 수레에 싣고 가는 일이라 그리 빨리 이동을 할 순 없었지만, 이들은 조금 더 빨리 걸어 만나기로 약속을 한 감숙성의 현구현이라는 마을로 향했다.
산을 넘어가는데, 앞서 가는 서유가 인상을 찡그렸다.
“왜?”
곁에서 걷는 거산이 묻자, 서유는 정면을 보며 말했다.
“녹림인가 보다.”
“뭐?”
거산 역시 인상을 쓰며 앞을 보았다.
“가서 상단주님께서 알려.”
거산이 소혜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그녀는 조금은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사람들이 다칠까 하는 그런 걱정에서였다.
“걱정 마세요. 녹림이라고 해도 서문세가를 어떻게 할 순 없을 테니까요.”
곁에 있는 난화는 그녀를 안심시켰다.
일단의 무리들이 나타났는데, 오십 명은 넘어 보였다.
서유는 그들의 모습에 더욱 인상을 썼다.
녹림의 무리라 생각했는데, 녹림의 무리들이 아니었다. 모두가 복면을 쓰고 있고, 그들이 풍기는 분위기로 보아 일류는 넘어 보이는 고수들이었다.
“우리는 서문세가의 상단이다. 우리에게 용무가 없다면 길을 비켜 주길 원한다.”
서유가 쓸데없는 싸움을 피하기 위해서 그들에게 먼저 서문세가의 사람임을 밝혔지만, 그들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곧 자신들을 노리고 왔다는 뜻과 같았다.
“산아!”
서유가 상황을 빠르게 판단을 하고 거산을 불렀다.
“응?”
“넌 식솔들을 챙겨.”
그들의 모습에서 자신들을 노리고 나타났음을 느낀 서유는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여 볼 생각으로 산에게 말했다.
“그리고 난화에게 상단주님을 보호하라고 해.”
“넌?”
“싸워야지.”
거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유가 한 말을 다시 난화에게 전했다.
“일단 무공을 모르는 세가의 사람들을 한곳으로 모으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알았어.”
서문세가의 사람들이 움직였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한곳으로 모였고, 무공을 모르는 사람들과 짐을 중심으로 만석과 천석이 주위를 둘러싸고 그들을 보호했다.
스르르릉!
그들이 검을 빼어 들자, 서유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고수들이라고 하지만 이기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문제는 피해를 얼마나 줄이느냐인데…….’
적이 한두 명이면 몰라도 혼자서 아니, 난화와 거산 셋이서 오십 명을 모두 상대할 수 없음이었다.
길보다 흉이 많음을 느낀 서유는 곧 움직였다.
선공으로 기선을 제압해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 생각이었다.
“거산, 난화! 실력을 숨기지 말고 최대한 발휘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자신들이 최대한 실력을 발휘해 적들의 수를 줄여 나가는 것이었다.
서유의 공격을 시작으로 복면인들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서유가 공격해 오자, 그들은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세가의 상단과 사람들을 노리고 공격해 왔다.
거산이 한쪽을 막아서자, 만석과 천석이 세가의 무사들을 데리고 다른 한 곳을 막았다.
서문세가에 대해서 연구를 많이 했는지, 상대적으로 강한 서유나 거산의 발목을 잡기 위해 최소의 인원으로 상대를 하고, 나머지는 약한 세가의 무사들을 노리고 공격하는 것이었다.
거산이 이를 악물고 자신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복면인들을 쓰러뜨리며 세가의 무사들을 지키려고 했지만 상대는 철저하게 거산과 서유의 발목을 잡았다.
거산과 서유의 검과 도에 피를 뿌리고 쓰러지는 복면인들이었지만 그들의 입에서는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 모습에 더욱 인상을 쓰는 서유였다.
체에에엥!
거산과 서유가 복면인들에게 막히자, 만석과 천석을 비롯한 세가의 무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모두 발휘해 그들과 싸워야 했다.
체에에엥!
다행이라면 자신들의 수가 많다는 것이었다.
“뭉쳐서 싸워!”
자신이 도와줄 수 없음을 알고 소리치는 서유였다.
서문세가의 무사들은 두 사람, 세 사람이 한 조가 되어 적들을 상대했는데, 이들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입술을 깨물고 복면인들의 검을 막아 가며 무공을 모르는 세가의 사람들과 짐꾼들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처절하게 보였다.
‘이렇게 가다간 피해가 커진다.’
서문세가의 무사들의 수가 많지만, 무공의 성취는 복면인들이 더욱 높았다.
난화 역시 서유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상단주인 맹우 어머니의 곁에서 떨어져 나와 복면인들과 싸웠다.
“삼재진을 펼쳐 세가의 사람들을 보호해.”
난화가 외치자, 세가의 무사들은 세 명이 한 조가 되었고, 그렇게 다시 세 조가 모여 아홉 명이 하나의 삼재진을 구성해 세가의 사람들을 지켰다.
난화가 전장으로 나오자, 복면인들은 서유와 거산과 마찬가지로 난화의 발목을 잡고 늘어졌고, 나머지는 세가의 무사들을 공격했다.
세가의 사람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며 두려워하는 이들은 뭘 해야 할지 몰라 몸을 웅크리고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그때였다.
“크아악!”
세가의 무사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며 피를 뿌리고 쓰러졌다.
“덕칠아!”
만석이 그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갔다.
“형님…….”
“괜찮아. 검에 조금 베였을 뿐이다. 조금만 참아라.”
“크아악!”
사람의 수가 많긴 하지만 실력에서 확실하게 차이가 났다.
이류를 넘었다고 하지만 일류 이상의 고수들을 상대로 싸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만석과 천석은 쓰러지는 아우들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어릴 때부터 함께 생활했던 아우들이었다.
뒷골목에서 나쁜 짓도 많이 하곤 했지만 그래도 자신들의 가족들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죽어 가는 아우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이 너무나도 화가 났다.
그 때문에 두 사람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만석과 천석은 손에 든 검을 힘껏 휘두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이 새끼들아!”
천석이 소리를 치며 복면인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흥분하지 마! 우리는 무인이다. 무인의 삶이 어떤 것이라고 생각했나? 이 정도의 일도 예상치 못하고 무인이 될 것이라 했나?”
서유가 소리쳤다.
지금도 충분히 힘든 싸움이다. 그런 싸움에서 흥분을 한다는 것은 더욱 힘든 싸움을 하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흥분하지 마라. 그리고 기억해라. 우리가 무너지면 상단주님을 비롯해 다른 세가의 사람들이 모두 죽는다. 그러니 이제까지 배운 것을 모두 동원해 막아라.”
서유는 전장을 넓게 보며 세가의 무인들이 흥분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 이……!”
세가의 무사들은 복면인들과 싸우면서도 이를 악물며 그들을 죽일 듯 노려보며 검을 휘둘렀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변하자, 서유가 거산을 더욱 재촉했다.
“거산! 빨리 처리해. 난화는 뒤로 빠져 사람들을 지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