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세가 3
지은이 사류라
발행인 김명국
발행처 주식회사 인타임
■주소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33길 28, 304호(우림이비즈센터1차)
■Tel 02)2637-4571
■Fax 02)2637-4572
■E-mail in-time@nate.com
이 책은 주식회사 인타임이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이므로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용하시려면 반드시 양측의 서면 동의를 받으셔야 합니다.
§ 차례 §
제1장 두 사람
제2장 맹우와 소앵
제3장 하오문
제4장 세가로 돌아가다
제5장 대리명한
제6장 아이들을 거두다
제7장 혼사
제8장 천하제일미
제9장 초야
제10장 장강십팔수로채
제1장 두 사람
담령은 유심히 맹호사사혈전군의 삼 조원들을 바라보았다.
정말 서 대인이 무림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면 최소한 지금의 맹호사사혈전군의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였다.
거산과 서유, 그리고 난화가 서문세가로 올 때와 비슷한 경지임을 알 수 있었다.
즉, 그들 모두 절정의 고수들이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담령은 눈살을 찌푸렸다.
맹호사사혈전군의 인원은 모두 이백 명!
그들이 모두 절정의 고수들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아니, 그들 중 초절정의 고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알게 모르게 불안감이 생겨서였다.
물론 드러난 상태에서 싸운다면 지금의 맹호사사혈전군과 싸워 이길 수는 있다.
허나!
자신은 서문세가의 사람들을 챙겨 가며 싸워야 하기 때문에 행동에 제약을 많이 받아 실제로 그들과 싸운다면 모두가 죽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난화야.”
“네!”
“네가 저들과 함께 무공을 배울 때 가장 강했던 놈이 어느 정도냐?”
“비슷비슷했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서유와 거산이 제일 강했어요. 서유는 타고난 머리가 있었고, 거산은 타고난 신력이 있어 다른 사람들에 비해 항상 빨랐어요. 그러다 벽에 부딪친 거죠. 아무리 저들이 노력을 했다고 해도 절정 이상은 힘들 거예요. 거산과 서유 다음으로 저놈이 조금 뛰어났어요.”
난화는 한 사람을 가리켰다.
“소학선이라는 놈인데 냉정한 놈이에요. 뭐, 지금은 한주먹거리도 되지 않겠지만 말이에요.”
난화는 자신감에 어깨가 우쭐했다.
처음 서문세가로 왔을 때 절정의 고수였는데 이제는 그 벽을 깨뜨리고 초절정의 끝자락에 있으니 당연히 절정 고수쯤이야 칼질 한 번에 보낼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에서였다.
담령은 난화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직 혈랑적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단 말이지.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군. 그런 저들을 데리고 무림을 공략한다? 서 대인은 그런 무모한 사람이 아니야. 뭔가가 있어.’
맹호사사혈전군을 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무림맹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기다림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딸그락…… 딸그락…….
양쪽으로 늘어선 줄 사이로 한 대의 마차가 담령 일행을 지나갔다.
여덟 필의 대완구가 이끄는 마차는 호화스러운 장식으로 치장이 되어 있었고 그 뒤로 호위무사인 듯한 무인들이 말을 타고 뒤를 따르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만으로 마차의 주인이 평범한 사람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줄을 선 사람들의 시선이 마차로 향했다.
무림맹의 성문 앞에서 마차가 멈추어 서더니 한 사람이 내렸는데 여성이었다.
면사를 쓰고 있어 그녀의 얼굴은 잘 볼 수 없었지만 눈 위의 생김새로 보아 상당한 미인임이 분명했다.
“황금화다!”
한 사람의 외침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어디…… 어디…….”
황금화를 보기 위해서 길게 늘어선 줄이 한순간에 허물어져 버린 것이다.
황금화는 무림오화 중 한 명으로 대륙전장의 장주의 딸이었다.
대륙전장은 중원 대륙의 상권 중 삼분지 일에 해당하는 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거상 중의 거상으로, 매년 황금 만 냥이라는 거금을 무림맹에 지원하고 있기도 했다.
황금화란 말에 담령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면사를 쓰고 있었지만 그에게는 큰 장애가 되지 못했다.
“음…….”
무림오화란 이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미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황금으로 치장해서 화려함은 있지만 하아가 가진 수수함은 없구나.’
화려하고 향기가 가득한 꽃은 그에 못지않은 독도 가지고 있는 법이다.
담령은 황금화를 보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황금화 허영란은 가히 명불허전이군요.”
사공란이 담령에게 말했다.
“당신이 조금 더 나아.”
담령은 무뚝뚝하게 말하고는 앞으로 걸어갔다.
사공란은 눈을 깜빡이다가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
“칫! 왜, 줄이 안 주는 거야.”
당예미는 황금화 허영란이 줄을 서지 않고 그냥 무림맹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짜증을 냈다.
“장로님! 우리도 말해서 먼저 들어가면 안 되나요?”
“그렇게 들어가도 된다. 허나! 여기 있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어떻게 이겨 낼 것이냐?”
당예미는 입을 앞으로 삐죽 내밀 뿐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두어 시진이 지나서야 담령 일행의 차례가 왔다.
초청장을 보여 주자, 접객당의 사람들이 담령 일행을 보았다.
“오셔서 말씀하셨으면…….”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어찌 그리하겠는가? 나 편하자고 가문을 욕되게 할 수 없음이었네.”
당문수가 말하자, 그들은 크게 감명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들어가시면 안내할 사람이 있습니다.”
“고맙네.”
당문을 선두로 다른 세가의 사람들이 들어갔고, 그다음 무당과 아미, 청성파 순으로 무림맹으로 들어갔다.
서문하가 초청장을 꺼내 주자, 그들은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림오화가 아름답다고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보다 아름다울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어서다.
“들어가도 되겠나?”
뒤에 서 있는 담령이 말하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황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서문세가의 서문하 가주님과 서문담령 님이십니까?”
“초청장에 그리 적혀 있지 않는가?”
초청장을 한 번 더 확인한 그들은 안으로 들어가도 된다는 말을 하고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담령과 서문하가 안으로 들어가자 고개가 절로 서문하의 뒷모습을 좇아 돌아갔다.
“하아…….”
한 사람이 한숨을 쉬었다.
“사람이 아니야.”
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맹 안으로 들어온 담령은 난화에게 전음을 보내었다.
―이제부터 하아는 내가 지킬 테니 넌 지금부터 무림대회가 끝날 때까지 맹호사사혈전군의 삼 조를 감시해.
난화는 담령의 전음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맹 안으로 들어선 서문하는 무림맹의 규모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림맹은 외성과 내성으로 구분이 되어 있는데 두 성을 연길하는 의혈로라는 기다란 대로가 있었다.
의혈로는 무림맹의 또 다른 상징과도 같은 길이라 모두 그 비싸다고 하는 대리석으로 깔아 놓았다.
의혈로를 중심으로 좌우로 마치 하나의 작은 마을이 들어선 듯 건물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었다.
사람들은 이곳을 의혈가라 불렀다.
의와 협을 숭상하며 무림의 정의를 위해서 모여든 무림맹의 무사들이 생활하는 곳이기도 했다.
의혈가는 일반 큰 마을과 다를 바가 없었다.
사람이 생활하면서 필요한 것은 이곳에서 다 구할 수가 있었다.
심지어 청루와 홍루로 이루어진 홍등가도 이곳에는 존재하고 있었다.
혈기 왕성한 젊은 무사들은 고된 수련과 임무를 끝내고 술 생각이 날 때면 이곳에 들러 술을 마시거나 혹은 여자로 하루의 고된 일과를 풀곤 했다.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 이들은 무림맹에 약간의 세금을 냄으로써 무사들이 쓴 돈의 일부를 다시 무림맹에 돌려주는 그러한 구조였다.
의혈가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무림대회라는 커다란 행사는 이곳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게는 크게 한몫을 잡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상인들은 물건을 팔기 위해서 큰 소리로 외치고, 무림맹에 들어온 사람들을 상대로 호객 행위에도 열심이었다.
서문하와 담령 역시 무림맹의 규모를 보고 조금은 놀라 그 자리에서 양쪽을 둘러보았다.
그때!
“저기 봐!”
넋 놓고 무림맹의 건물을 보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서문하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누구지? 저 소저도 무림오화 중 한 명인가?”
서문하의 미모에 놀란 사람들이 조금씩 가까이 다가왔다. 사람들이 모여들자, 담령의 표정이 꿈틀거렸다.
“면사라도 써야겠군요.”
사공란이 담령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이들은 초청장이 없었기에 담령 일행과 따로 무림맹으로 들어왔다.
담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문하에게 다가갔다.
“면사라도 쓰는 것이 좋겠구나.”
서문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으로 인해서 혼란이 생길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해서였다.
‘태청단이 도움이 되었지만 피해도 주는군.’
한 사람이 다가왔다.
“서문세가에서 오셨습니까?”
“그렇소.”
“중경제일미!”
주위에 있는 한 사람이 서문세가라는 말을 듣고 소리치자, 사람들이 저마다 한 소리씩 했다.
중경제일미가 아니라 천하제일미다. 무림오화보다 더 아름답다 등!
담령은 그 소리에 쓴웃음을 지었다.
언제 이들이 서문세가에 관심이라도 가졌을까?
“숙소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담령과 서문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내하는 사람을 따라 무림맹의 내성으로 들어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