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의 관계는 2권
우리 부부의 관계는 2권
우리 부부의 관계는 2권
- 목 차 -


10. 나는 친구가 아닌 남자로
11. 사고
12. 의식이 없는 레너드
13. 꿈속에서는
14. 처음 사랑한 사람이니까
15. 다시 쓰는 우리 부부의 관계는
16. 벨루아의 계략
17. 그래, 한 번은 용기 내 볼 수도 있지!
18. 황후의 정원 파티
우리 부부의 관계는 2권
10. 나는 친구가 아닌 남자로



테슬러, 네가 이 정도로 나를 걱정했던 거야?

하긴 무언의 따돌림과 외로움을 그 덕분에 견뎠었다.

지난 시절 그가 아니었다면 그녀가 이렇게까지 단단해지고 굳건해질 수 없었을 것 같았다.

가슴속에서 뭉클 고마움이 느껴졌다.

이렇게 날 생각해 주던 너를 귀찮게만 생각하고 남편한테 오해 살까 피할 생각만 했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고마…워, 테슬러.”

갑자기 눈물을 쏟아내는 메리엇에 테슬러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왜 어디 아파?”
“아니야, 너무 고마워서. 네가 나를 이렇게 생각해 주는 게 너무 고마워서…….”

주책맞게 눈물이 자꾸 흘렀다.

맞은편에 서 있던 테슬러가 옆으로 와서 그녀의 어깨를 감싸 다독였다.

테슬러의 손이 어깨에 닿자 잠깐 움찔했지만 오늘은 레너드도 없고 그는 오래된 친구이니 이대로 조금 울어도 될 것 같았다.

눈물은 쉽게 멈추질 않았다. 오랫동안 묵었던 설움이 쏟아져 내린 탓이었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테슬러가 다정히 말했다.

“메리엇… 메리엇… 힘들면 내가 도와줄게.”

무엇을 도와준다는 말인지 모르지만 테슬러는 무엇이든 그녀가 힘들 때마다 도움을 주었으니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내 손을 잡아도 돼.”

손을 잡다니… 무슨 뜻이지?

눈물을 닦으며 메리엇은 의아함을 담은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지금이 그녀에게 진심을 털어놓을 때라는 것을 테슬러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네가 힘들면 내게 와도 된다는 뜻이야.”
“네게 오다니… 무슨?”

테슬러가 도통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에게 간다는 말이 어려울 때 도와준다는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때, 테슬러가 그녀의 양손을 잡았다. 그리곤 그녀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러나 메리엇은 그렇게 쳐다보는 테슬러의 얼굴이 불편했다. 그래서 그에게서 살짝 몸을 물렸다. 물론 손도 얼른 빼 제 뒤로 감췄다.

그녀의 태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테슬러가 말했다.

“나는… 너랑.”

꽝!

“둘이 뭐 하는 거지?”

레너드가 있는 힘껏 문을 때렸다.

그들이 정신 차리도록.

아니 테슬러가 정신 차리도록.

“헉!”
“!”

굉음에 화들짝 놀란 메리엇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레너드 쪽으로 달려갔다.

그 모습은 테슬러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큰 소리를 낸 사람은 레너드인데, 그만 보면 벌벌 떨던 메리엇인데, 지금 그녀는 인상을 왕창 구긴 레너드에게 달려갔다. 게다가 레너드는 그런 메리엇의 손을 잡아 제 뒤에 세웠다.

마치 테슬러에게 추행당할 뻔한 메리엇이 제 남편에게 구조를 요청하는 모양새였다. 어안이 벙벙했다.

“테슬러 젠슨, 지금 뭐 하는 거지?”

뒤에 서 있는 메리엇이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테…슬러가 제가 아프다고 병문안을 왔어요. 그게 다예요.”

물론 그녀에게는 그게 다이겠지만 테슬러는 아니었다.

제 눈으로 똑똑히 봤다.

저 죽일 놈의 테슬러가 메리엇에게 자신에게 오라고 말하는 것을. 그녀의 손을 잡은 것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테슬러가 정중하게 레너드에게 인사했다.

“친구가 아프다길래 잠시 들렀을 뿐입니다.”
“사육제 연회를 준비하는 중에 들를 정도로 둘이 가까운 사이인가?”

뒤에서 아니요, 아니에요,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레너드의 눈은 테슬러에게만 박혀 있었다.

“저는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부인께서는 아니라고 하는군요.”
“내 부인이 아니라면 아닌 거지. 얼굴 봤으니 이제 가 봐도 되겠군. 잘 가시게나. 나가지는 않겠네.”

대놓고 축객령을 내리니 테슬러는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쫓겨난 것과 마찬가지였다.

테슬러가 쫓겨나다시피 집을 나가는 것을 본 메리엇은 안절부절못했다.

레너드는 테슬러와 자신의 사이를 의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같이 있는 것까지 보았다.

설마 테슬러가 제 어깨를 잡고, 내 손을 잡은 것도 봤을까?

레너드가 이상한 오해를 할까 봐 걱정됐다.

***

저택에 도착한 레너드는 테슬러가 그녀의 침실에 있다는 소리를 듣고 들어가서 테슬러의 멱살부터 잡으려고 했다.

그 죽일 놈이 제 부인의 침실까지 맘대로 들어오다니.

가까스로 분을 죽이지 않았다면 테슬러를 죽여버렸을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