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을 해야 할까, 라는 생각에 가슴이 타들어가는 듯했다. 천천히 지배인이 안내하는 복도를 따라 걷던 진아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는 아들의 모습에 시선을 내렸다.'“왜?”'“엄마, 우리 어디 가?”'“이모 만나러 가지.”'“그런데 이렇게 좋은 데 와?”'“응, 다른 분도 만나기로 했거든. 그분이 우리 민이한테 맛있는 거 사주신다고 해서 오는 거야.”'“아!”'그제야 다시 작은 발을 움직이는 아들의 소심한 모습에 그만 빙그레 웃고 말았다. 긴 복도 끝에 있는 미닫이문을 연 지배인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이곳입니다.”'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두 사람. 어색한 분위기가 한눈에 보일 정도로 굳어진 승숙의 얼굴이 보였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훈민의 신발을 벗겨준 진아가 방 안으로 들어서자, 순식간에 분위기가 얼어붙고 말았다.'“어, 왔어?”'어색하게 일어난 승숙이 자리를 내어주자, 진아는 어쩔 수 없이 해준의 옆자리에 앉아야 했다.'“인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