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라. 차라라랑. 바람결에 섞여들어 영혼을 맑게 해 주는 하늘의 선율처럼 풍경이 가늘고 은은한 소리를 냈다. 깊은 숲 속에 있는 것처럼 입가에 저절로 웃음을 머금게 하는 향긋한 내음과 안온하게 느껴지는 보드라운 이불에 싸여 그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신혜의 눈이 불현듯 번쩍 떠졌다. 그녀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을 불안한 눈으로 이리저리 살피며 몸을 일으켰다. 가슴께까지 올라와 있던 이불이 스르르 흘러내리면서 단정치 못하게 흐트러진 앞섶이 드러나 그녀는 얼른 옷자락을 잡고 사색이 되었다. 그나마 지난밤과는 다르게 옷깃이 여미어져 있다는 것에 조금은 안도할 수 있었다. '어제 새벽의 바로 그 장소에서 잠이 들었다가 깨어난 그녀는 곁에 휘영이 없다는 사실에 적잖이 안심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직도 생생한 지난밤의 섬뜩한 감각에 저절로 옷자락을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기억을 떠올리자 평온하던 그녀의 가슴이 두방망이질 치며 쿵쿵쿵 뛰어댔다. '“기침하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