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넘은 새벽, 사방이 고요하게 잠든 시간의 불청객인 굉음이 안개처럼 퍼져 나갔다. 그와 함께 텅 빈 10차선 도로 위로 폭주족이 벌떼처럼 무리를 지어 나타났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헬멧을 쓴 사람은 찾아볼 수 없는, 목숨을 내건 스피드를 즐기는 대부분이 10대의 어린아이들이었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한다 하더라도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은 약 2, 3분, 그 시간이면 이미 사라질 것이기에 그들의 행동에는 거침이 없었다.'무리의 우두머리가 굉음의 경적을 울리자 그것을 신호로 아찔한 묘기가 시작됐다. 금방이라도 바닥에 닿을 듯 핸들을 꺾어 S자 곡선을 그리고 지나가는 바이크, 수직으로 세운 채 뒷바퀴만 이용해 달리는 바이크, 앞바퀴로 서 콩콩 뜀뛰기를 하는 바이크 등 도로는 혼돈 그 자체였다. 무법자처럼 도로 위를 내달리는 아이들에게서 사납고 광기 어린 욕설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후진은 없었다. 그저 앞으로 달리는 것만을 배운 아이들은 더욱 속력을 높여 질주했다.'그때 불현듯 그들의 반대편에서 할리데이비슨 한 대가 나타났다. 길 위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최신 할리의 등장에 환호성을 내지를 틈도 없이 아이들은 자신들을 향해 돌진하는 할리를 피해 급하게 핸들을 꺾어야 했다. 그러다 그만, 바이크 한 대가 급커브의 회전력을 이기지 못해 쓰러지고 말았다. 바이크가 얼기설기 얽힌 상황에서 하나가 쓰러지자 나머지 바이크들이 연쇄적으로 쓰러졌다.'빠른 속도로 달리다 쓰러지면 아스팔트 바닥에 닿은 맨살이 마찰력에 의해 인두로 지진 듯한 상처를 입기 마련이었다. 그것을 아는 아이들은 바이크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벌써 비명을 질렀다. 비명 소리, 바이크가 서로 충돌하여 부서지는 소리…….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그러나 이 엄청난 소동을 야기한 사내는 태연하게 할리데이비슨을 멈춰 세웠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도 빨갛게 빛나는 헬멧을 벗었다. 그의 머리카락이 땀으로 푹 젖어 있었다. 신음하는 아이들 틈으로 우락부락한 사내 하나가 또 끼어들자 할리의 남자가 나른하게 말했다.'“웅아, 살살 해라. 애들 다친다.”'“죽는 놈 없을 겁니다.”'놀랍게도 웅이라 불린 사내의 확답처럼 심하게 다친 아이는 없었다. 별이 초롱초롱 빛나는 밤이건만, 바닥은 젖어 있었던 것이다. 아니, 젖어 있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부드럽게 부는 바람에 찰랑찰랑 소리를 낼 만큼 흥건하게 물이 고여 있었다.'이게 대체 무슨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