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나!”'인강후라는 인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랬다. 인강후의 ‘인’자만 들어도 예민하게 신경질을 내는 그녀를 향해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물었다.'“장난해?”'은영의 물음에 머리를 포니테일로 질끈 묶어 올린 사랑이 흘러내리는 안경을 밀어 올리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머리 한 올도 흘러내리지 않게 하려고 질끈 묶은 머리와 커다란 안경은 짐짓 촌스러워 보일 수 있었지만 사랑에게만은 예외였다. 흔한 머리 모양과 촌스러운 안경도 그녀의 미모를 가릴 수는 없었다. '“내가 뭘?”'사랑이 들고 있던 샤프로 펼쳐 놓은 문제집을 톡톡 두드리며 대꾸했다. 그 모습에 은영은 의자를 그녀에게 더욱 가까이 끌어당겨 앉으며 놀랍다는 얼굴로 사랑을 찬찬히 훑었다.'“신기해, 널 보면.”'“그니까 내가 뭘!”'“인강후에 대한 오피니언이 말이지.”'은영의 음성에 사랑이 한숨을 푹 내쉬며 자신이 풀어 놓은 문제들을 찬찬히 살피기 시작했다. 이미 다 풀은 건 물론이고 몇 번이고 되풀이해 공부했던 터라 문제집은 너덜너덜했다. 그런 문제집으로 가져가는 사랑의 손길을 저지한 은영이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봤다.'“난 태어나서 그렇게 예쁘게 생긴 아이는 처음이거든.”'“……가져, 그럼.”'“그럴 수만 있다면 나도 그러고 싶어. 그치만 강후란 말이야, 인강후!”'“걔가 뭔데.”'은영의 입에서 되풀이되는 강후의 이름에 사랑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그런 사랑의 모습을 바라보며 은영은 인강후에게 무관심을 넘어선 거부반응을 나타내는 사람은 단 한 명, 한사랑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잘생겼지, 남자답지, 머리도 좋지, 집안도 좋지, 뭐하나 버릴 게 없잖아!”'은영의 생기 넘치는 인강후 찬양에 사랑의 고개가 절로 돌아갔다. 사랑의 관심은 은영이 숨긴 자신의 문제집에만 쏠려 있었다. 사랑은 은영에게로 손을 뻗었다.'“이리 줘.”'“우리 학교 여자애들뿐이야? 다른 학교에서도 찾아온다고! 인강후 얼굴 한번 보자고.”'“껍질에 속은 거지. 문제집이나 줘.”'“근데 너는 인강후와 가장 가까운 자신의 위치를 활용하기는커녕 내던져 버리고 싶다고?”'은영은 그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는 얼굴로 사랑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 시선에도 사랑은 굴하지 않고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문제집에 집중했다.'“빨리 안 내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