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도착한 곳은 별리가 누워 있는 병실이었다. 크게 숨을 들이쉬고는 노크를 했다. 그러나 인기척은 없었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니 별리는 잠들어 있었다. 휘열은 가까이 다가가 의자를 끌어당겨 그녀 앞에 앉았다. 울다가 지쳐 잠든 것인지 눈가가 촉촉이 젖어 있었고, 베개 또한 마찬가지였다.'“가엾은 것. 그렇게 강한 척하더니 꼴이 이게 뭐냐?”'휘열은 오른손을 들어 올려 별리의 눈가를 조심스레 훔쳤다. '“조금만 아파라. 많이는 말고 조금만. 네 것이 아니라면 주인에게 돌려줄 수 있는 용기도 때론 필요한 법이다.”'별리의 눈물을 훔쳐낸 휘열의 손가락은 그 사이에 까칠해진 별리의 볼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그의 시선이 바짝 말라서 갈라져 있는 입술로 향했다. 볼을 쓰다듬느라 입술 근처에 있던 엄지손가락이 별리의 입술을 건드리려는 찰나, 그녀의 눈꺼풀이 파르르 진동을 하며 천천히 올라갔다. 휘열은 급히 자신의 손을 거두어 들였다.'“깼어?”'“선생님.”'“그래. 알아보는 거 보니깐 멀쩡하네. 정신 차리고 일어나. 외과 레지던트 1년차가 이렇게 누워 있을 틈이 있어?”'별리가 멋쩍게 웃었다.'“그러게요. 우리 착한 치프 선생님만 괴롭히고. 죄송해요.”'“죄송하면 빨리 일어나야지 언제까지 이렇게 팔자 좋게 누워 있을 건데?”'“에이 치사하게. 이런 날은 좀 봐주면 안 돼요?”'정말 치사하다는 듯 입술을 꼼지락거리는 별리의 모습이 휘열의 눈에는 마냥 안타까웠다. 그렇다고 티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이런 날이 무슨 날인데? 환자가 의사 사정 봐주면서 오는 거 봤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는 곳에서 환자가 발생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병이 오는 거야. 나는 비켜 가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은 버려.”'“…….”'휘열이 하는 소리가 비단 일반 환자를 지칭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휘열이 말하는 병이 비단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병만은 아님을 별리는 알 수 있었다.'“특정 사람만 걸리는 병이 있는가 하면, 누구나 걸리는 병도 있어. 이를테면 감기 같은 것. 강 선생은 지금 감기에 걸린 거야. 지독한 감기.”'“예방접종 할 걸 그랬나 봐요.”'별리의 입술 사이로 나직막한 한숨이 새어나왔다.'“감기는 예방접종을 해도 걸리는 사람이 태반이야. 단지 그 강도만 조금 낮출 뿐이지. 한번 앓고 나면 쉽게 걸리지 않으니깐 걱정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