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사건의 전말 (1)

채연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깨어났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왔다. 기분 나쁜 소리였다.

그녀가 있는 공간에 다른 무엇이 함께하고 있었다. 사람은 아니고 곤충도 아닌, 그 무엇. 소름이 온몸으로 파고들었다. 덮고 있는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쓰면서 그녀는 몸을 사렸다.

그런데, 늘 덮고 있던 포근하고 감촉 좋은 이불이 아니었다.

투박하면서 꺼칠하고 축축한 곰팡내가 풍겨오는 이불이었다. 그 순간 채연은 레오와 도망치려다 불 마법을 행했던 일련의 일들이 기억났다.

그때 쓰러진 건가. 그 뒤로 기억이 나질 않았다. 쿠트야 황제가 불을 넘어 그녀에게 오려고 했고 그녀는 소리를 지르면서 만류했던 일까지가 기억의 전부였다.

그럼 잡히고 만 건가?

불길한 생각이 들면서 그녀는 이불을 내리고 앉았다. 그리고 손을 뻗었다.

컴컴한 공간이었기에 작은 불꽃을 허공으로 올린 후에 바로 바람 마법으로 불꽃을 끌 생각이었다. 하지만 불 마법도 바람 마법도 이상하게 전혀 되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감고 마나 회로를 점검하고 마나의 상태를 점검했다. 모두가 정상이었다. 그런데 손끝에서 피어올라야 하는 마나가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분명 무언가 잘못되었다. 그러는 동안 눈이 익숙해지면서 어둠 속 공간이 어슴푸레 보이기 시작했다.

창문이 달려있는 작은방이었다.

낡은 침대 하나가 고작인 방에 까만 두 눈이 그녀를 보고 있었다.

“!”

채연이 숨을 토해내자 쥐의 얼굴을 한 동물이 잽싸게 달려가 작은 구멍으로 쪼르르 들어가 모습을 숨겼다.

“밖에, 밖에 아무도 없어요? 누구 없냐고요?”

문을 쾅! 두드리는 소리가 문 바깥쪽에서 크게 났다. 마치 잠자코 조용히 하라는 소리인 것 같았다.

손끝이 부르르 떨렸다. 쥐새끼가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지금의 상황이 그녀를 겁먹게 했다.

“아가씨, 정신이 드십니까?”

눈꺼풀 사이로 보이는 사람은 안드레 재상이었다. 그가 특유의 눈빛으로 채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안드레 재상님?”

“의식을 찾으셔서 다행입니다.”

채연은 몸을 일으켜 앉았다. 어느새 날이 밝았는지 작은 창문으로 햇살이 작게나마 들어오고 있었다. 어젯밤 보았던 공간의 모습이 정확하게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꿈이 아니었다. 그녀는 어느 작은방에 갇혀 있는 것이다.

그녀가 방을 둘러보고 있자 안드레가 잠시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기다려주었다.

“여기가 어딘가요?”

“옥탑입니다. 정확히는 죄를 지은 죄인이 갇혀 있는 곳입니다.”

채연은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떨어트렸다.

우물을 통해서 이 세계를 빠져나가려는 계획은 모두 수포로 끝나고 말았구나.

늘 쿠트야 황제가 입에 달고 살았던 도망가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벌을 받게 될 것이다.

“궁금하실까 봐 드리는 말입니다만 레오는 지하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아가씨는 황제 폐하와의 결혼을 거부하고 도망친 죄와 황제 폐하의 몸에 상해를 입힌 죄로 처벌받게 될 것입니다.”

“폐하께서 다치셨나요?”

두려움을 담은 두 눈이 안드레를 향했다. 가늘게 떨고 있는 눈이 생각 외라 놀라웠다.

그렇게 걱정되면서 왜 주군을 남겨두고 도망가려 했었냐고 따지고 싶은 걸 안드레는 꾹 참았다.

“네, 많이 다치셨습니다. 아주 고약하게요.”

“아아, 어떻게…….”

그녀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터트렸다. 무척이나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는 서글픈 눈물이었다.

그는 짐짓 화난 얼굴로 말했다.

“근신하면서 아가씨의 잘못이 무엇이었는지 반성하기 바랍니다.”

안드레는 제가 이렇게 잔인한 구석이 있었는지 새삼 놀라고 있었다. 그녀가 울면서 속상해하는 모습이 전혀 안쓰럽게 보이지 않았다.

“참고로 옥탑방에는 마법 결계가 쳐져 있습니다. 어떤 마법도 통하지 않으니 허튼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겁니다.”